하이틴 영화 '국룰' = 킹카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여고생?

조회수 2020. 8.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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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출처: <키싱 부스 2>
출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여름 하면 빠질 수 없는 청량한 하이틴(영 어덜트)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 도착했다.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키싱 부스 2>다. 죽어가던 하이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하이틴 맛집’으로 떠오른 넷플릭스. 그 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영화 시리즈의 인기를 이끄는 <키싱 부스>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모남>)를 기존 하이틴 영화 공식을 토대로 비교 분석해봤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노아와 엘.

평범한 여고생, 학교 ‘킹카’와 사랑에 빠지다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전반을 지배하는 ‘국룰’이 있다면? 바로 평범한 여고생과 학교 킹카의 로맨스다. 여자 주인공은 압도적으로 예쁘다거나 구김 없는 성격 또는 재능으로 모든 이들의 애정과 동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뭘 해도 쉽게 풀리지 않고, 학교에선 실수 연발이다. 성격은 발랄한 편이지만 정작 교내에서 튀는 건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이다. 절교했지만 한때 절친했던 친구이거나, 우르르 몰려다니는 무리들 등이 있다. <키싱 부스>의 엘(조이 킹)과 <내사모남> 라라 진(라나 콘도르) 역시 그런 설정값을 취하고 있다. 눈에 더 띄는 쪽은 엘이다. 첫 등교에 짧디짧은 치마로 전교생의 주목을 받기도 하고 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전교생의 이목을 받게 되는 건 학교 킹카와 엮이기 시작하면서다.

출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피터와 라라 진.

<키싱 부스>에서 노아(제이콥 엘로디)는 큰 덩치와 잘생긴 외모로 여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교내에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OMG’ 시스터즈 역시 모두 노아의 행보에 주목한다. 당연하게도 노아는 바람둥이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쿨하게 보낸다. <내사모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터 카빈스키(노아 센티네오)는 잘생긴 외모에 끼까지 갖췄다. 라크로스 선수인 피터는 여고생들에게 끊임없이 대시를 받는 교내 인기스타다. ‘보편적인 여고생1’일 뿐인 라라 진과 엮일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 하이틴의 마법이 뿌려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규칙 또는 계약

<키싱 부스>와 <내사모남>에 뿌려진 마법이라 함은 규칙과 계약이다. 어떤 연관도, 진전도 없을 것만 같았던 주인공들의 관계에 두 요소가 끼어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키싱 부스>에서 노아를 오래 짝사랑 해온 엘은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절친의 가족과 친척은 절대로 넘보지 않는다’는 리(조엘 코트니)와의 아홉 번째 규칙 때문이다.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준 규칙들은 엘과 리가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갈수록 독이 되고 만다. 엘은 규칙을 중시하는 절친 리와 남자로 다가오는 노아 사이에서 힘들게 고민하지만,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겐 그저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 또는 설렘 포인트로 작용할 뿐이다.


출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사모남>에서 계약은 연애 계약이다. 어느 날, 어린 시절 남 몰래 쓴 라라 진의 러브레터가 막냇동생 키티(안나 캐스카트)에 의해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참사가 발생한다. 라라 진은 부끄러움에 몰래 회수하려 하지만 편지를 읽은 피터는 한 가지 재밌는 발상을 떠올린다. 전 여자친구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라라 진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려는 것.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거짓 연애는 점차 진실된 마음으로 변화해간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리와 엘.
출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라라 진과 조쉬.

다들 하나쯤은 있잖아요? 오래된 남.사.친.

두 하이틴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오랜 시간 곁에서 우정을 쌓아온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다. 내 학창 시절엔 왜 그런 남사친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찐우정’을 자랑하는 그들은 여자주인공의 곁에서 조력자로, 때론 갈등을 유발하는 방해물로서 역할을 해낸다. <키싱 부스>에선 엘과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리가 있고, <내사모남> 라라 진에겐 조쉬(이스라엘 브로우사드)가 있다. 차이점이라면 엘에게 리는 진정한 친구이고, 라라 진에게 조쉬는 친구 그 이상의 오랜 짝사랑 상대였다는 점이다. 남자 주인공과 관계가 진전될수록 삐거덕거리며 어긋나기 시작하는 남사친과의 관계도 두 하이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2>
<키싱 부스 2> 노아, 엘, 마르코.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새로운 사랑의 등장!

그렇게 맺어진 평범한 여고생과 학교 킹카남의 사랑은 쭉 지속될까? 한순간에 뒤집히는 것이 10대들의 마음이거늘, 두 사람의 사랑이 견고하기만 하다면 영화가 계속될 수 없지 않나. 전 세계 넷플릭스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제작된 속편. <키싱 부스 2>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이하 <내사모남 2>)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새로운 사랑, 서브 남주가 등장해 주인공의 마음을 흔든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2>
<키싱 부스 2> 서브 남자 주인공 마르코

서브 남주에 대한 반응만 두고 보자면 <키싱 부스 2>의 압도적인 승리다. 하버드에 가게 된 노아로 인해 팔자에도 없던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엘은 불안감을 숨길 수 없다. 공허해진 마음을 리로 달래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때,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 마르코(테일러 자카르 페레즈)가 등장한다. 전형적으로 엘과 티격태격하며 앙숙(?)이 되지만 댄스 대회를 준비하게 되며 가까워지고, 엘은 잃었던 웃음을 마르코와 시간을 보내며 되찾는다. 마르코를 보며 웃게 되는 건 비단 엘뿐만이 아니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몸매, 뮤지컬 배우 출신다운 수준급 노래 실력까지 갖춘 마르코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며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존 앰브로즈(조던 버쳇)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 존 앰브로즈(조던 피셔)와 라라 진

<내사모남> 시리즈의 경우 1편에서 맨 마지막에 등장했던 존 앰브로즈가 2편의 서브로 활약하는데 1편과 달리 2편에서 배우가 교체됐다(조던 버쳇 → 조던 피셔). 문제는 존 앰브로즈 역을 맡은 조던 피셔가 피터를 연기한 노아 센티네오의 매력을 뛰어넘지 못했고, 시청자들이 갈팡질팡하는 라라 진의 감정에 이입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응당 서브 남주에게 쏠려야 할 관심은 피터의 친구 중 하나인 트레버(로스 버틀러)에게 몰려갔다. 이로써 하이틴 영화의 또 하나의 전제가 증명된 셈이다. 시청자 또는 관객에게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선 하이틴의 주인공들은 뛰어난 외모나 몸매, 그 외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끼까지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 더러운 세상이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출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엄마의 부재

방황하는 10대 청춘들의 성장통을 그려내기 위한 한 가지 부차적인 요소가 있다. 소중한 주변인들의 부재다. <키싱 부스> 엘과 <내사모남> 라라 진에게는 엄마라는 존재가 없다.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다정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이다. 여기에 엘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플린 형제가, 라라 진에게는 목숨까지 줄 수 있는 소중한 자매 키티와 마고(자넬 패리쉬)가 있다. 물론 사랑 앞에서 성장통을 앓는 주인공에게 충고와 위로를 건네는 조력자도 있다. <키싱 부스>에서는 엘 엄마의 절친한 친구이자 플린 형제의 어머니가, <내사모남> 시리즈에서는 요양원에서 만난 스토미 할머니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한다.


출처: 넷플릭스 <키싱 부스>
조이 킹

백인 소녀 vs 한국계 동양인 소녀

공통점이 많은 두 영화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주인공 캐릭터의 인종이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하이틴 영화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주인공은 대다수 백인이었다. 그 외의 인종은 딱, 서브 역할까지 허락됐다. <키싱 부스> 또한 그 문법을 따른다.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대개 백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라나 콘도르

반면, <내사모남>은 일반적인 룰에서 탈피한 파격적인 시도로 호평받았다.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간 할리우드 하이틴 영화에서 동양인은 서브는커녕 그저 학생 1에 불과한 존재였다. 극중 라라 진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국인 소녀다. 그로 인해 영화에선 한복과 K-POP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가 등장한다. 라라 진을 연기한 라나 콘도르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실제 동양인이다. 이러한 시도 뒤엔 원작 소설가인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의 공이 컸다. <내사모남> 역시 할리우드에서 흔히 자행되는 ‘화이트 워싱’을 거쳐 주인공이 백인으로 바뀔 뻔했으나, 제니 한의 노력으로 원작 설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내사모남>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아시안 캐릭터를 내세운 하이틴 영화로서 타 영화들과 차별점을 지니며 경쟁력을 갖추었고, 이는 아시아 콘텐츠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원작 소설 <더 키싱 부스> 시리즈
원작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

동명 소설 원작, 3부작 제작 예정

현재 2편까지 나온 <키싱 부스>와 <내사모남> 시리즈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두고 있으며 원작과 마찬가지로 총 3편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키싱 부스>는 베스 리키스의 소설 <더 키싱 부스> 시리즈를 영화화했으며, 지난달 28일 <키싱 부스 3> 공개를 예고했다. 비밀리에 촬영과 제작을 마친 세 번째 이야기는 대학을 두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엘과 대학생활이 그려질 예정. 2021년 공개를 확정 지었다.

<내사모남>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2018년 시리즈 1편을 공개하자마자 그해 3분기 가장 많은 시청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어갔다. 올해 초 시리즈 2편이 공개됐으며, 3편 제작이 확정됐으나 구체적인 공개일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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