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캐릭터를 맡아도 명대사 부자인 오대환
8월의 극장가 문을 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의 진한 연기 속에 은근히 눈이 가는 한 남자가 있다.
오대환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모든 사건의 시발점 같은 인물 한종수로 등장, 나름 존재감을 뽐낸다.
상업영화 주연작은 아직 없지만, 포탈 사이트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엔 수많은 명대사를 보유하고 있는 오대환.
누리꾼들이 선정한 명대사들을 통해 그의 출연작을 정리한다.
오대환은 이미 ‘천만 배우’. <베테랑> 광역수사대 강력계의 왕형사로 출연했기 때문. 이 영화 속 그의 명대사는 두 가지.
황정민: “나한테 하루만 시간을 벌어줘요, 내 우리 집이라도 걸게!”
오대환: “형님 전세 아녀요?”
또다른 장면은 헬스장 장면. 런닝 중이던 오팀장(오달수)은 서도철(황정민)이 “조태오(유아인)랑 술자리를 가졌다”라고 말하자 그대로 넘어진다. 서도철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더 쳐다봐”라며 오팀장을 앉혀놓은 상태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왕형사가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와 “팀장님 등에서 피 나십니다”라고 상황을 콕 짚어주는 게 킬링 포인트.
형사로 출연한 다른 작품 <브이아이피>의 명대사는 괴이한 편.
누리꾼이 적은 그대로 옮기면 “으억! 아오 C 아파.”
이 대사는 DNA 받아오라는 채이도(김명민) 경감에게 말대꾸했다가 정강이, 흔히 말하는 ‘쪼인트’를 까이는 순간에 나온다.
사진으로 옮길 수 없지만 맞는 순간의 신음 소리가 확실히 찰지긴 하다. 아래 사진에서 '까이기 전과 후'를 비교해봐도 참 찰진 연기다.
강단 있는 외모여서 그런지, <더 킹>에선 아주 몹쓸 놈(?) 송백호로 출연했다. 여고생을 성추행한 체육교사지만 든든한 ‘빽’으로 빠져나가는 캐릭터로 박태수(조인성)과 관객 모두의 속을 끓게 만든다.
박태수가 사건을 조사하자 “인사를 안 드려서 그렇구나”라며 “제가 조만간 자리 한번 만들겠습니다”라고 넘어가려는데, 해당 연기가 찰져서인지 명대사로 뽑혔다.
이 장면 뒤에도 박태수가 한강식(정우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과 친하게 굴자 “우리 친구하기로 했지”라며 “내일 학교 간다”고 심기를 긁는 장면도 명대사에 올랐다.
<안시성>에선 쌍도끼를 다루는 활보로 나온다. 풍(박병은)과는 매번 서로 비난하고 티격대는 사이지만, 막상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사이.
그래서 명대사 또한 풍에게 하는 “나보다 먼저 죽지마라. 열 세고 죽어” 부분이 선정됐다.
이런 대중적인 영화와 자웅을 겨루는 명대사는 <고스톱 살인>에도 있다. 이 영화는 네 사람이 고스톱을 치면 그 판에서 나온 수를 가진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사람이 사망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오대환이 맡은 역은 김무식. 상이(이승준)의 빚을 받으려는 사채업자다. 대사나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골프 연습을 하면서 상이를 은근히 압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라 명대사가 몇 개 올라와 있다.
“나는 니 사생활을 아주 체계적으로 니 매니저처럼 관리해줄거야.”
“사람은 콩팥이 두 개가 있대. 근데 하나만 있어도 산대. 니 아빠처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에도 <미션 파서블>(가제)과 <소방관>으로 연이어 관객들을 만날 오대환. 그가 앞으로는 어떤 대사로 명대사 부자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