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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도> 구교환, “서 대위가 ‘반도’의 문을 열고 닫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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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들끓는 631부대 대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던 연약한 리더. 알고 보면 누구보다 약삭빠르고 냉혹하며 사악하고, 도무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던 인물. 새로운 삶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과 광기에 젖어 폭주하던 서 대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반도>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그간 나온 ‘상업 재난 영화’ 세트 구성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형성을 벗어난 캐릭터의 등장에 관객은 환호했다. 오래전부터 독립 영화에서 선명한 개성을 다져왔던 구교환은 <반도>의 서 대위 역을 통해 올해 상반기 대중에게 가장 선명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중 하나가 됐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구교환과 만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 대위를 하나로 정의 내리지 않으려 했다”던 그의 말처럼, 예측할 수 없는 광범위한 매력의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 “여러 갈래의 생각”을 더했을 그의 두터운 고민이 느껴졌던 시간. 인터뷰 중 오랜 고민으로 말끝을 늘이다가도 재치 있는 답변을 늘어놓고, 때때로 한정된 질문의 범주를 벗어나 더 풍성한 이야기를 전해주던 구교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와 마스크를 쓰고 마주 앉아 나눈 ‘서 대위의 이야기’를 전한다.


원래 좀비 영화를 좋아하나.


모든 장르 영화를 좋아하고, 좀비 영화도 좋아한다. 좀비 영화는 나오면 다 챙겨 보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좀비 영화도 궁금한데. 


<부산행>(웃음). <부산행>의 세계관도 좋아해서 후속작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부산행>은 부산행 KTX 안에서 직선적으로 뻗어나가는 영화다. <반도>는 직선적인 매력도 있지만, 골목 구석구석을 훑는, 시야나 액션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데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분명히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 대위는 <반도>에서 관객에게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캐릭터다. 영화를 보자마자 구교환 배우에게 입덕했다는 팬도 다수더라.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촬영할 때 캐릭터는 내 것이지만, 극장에 걸리고 난 후의 캐릭터는 관객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며 서 대위와 보낸 시간을 관객에게 드리는 거니까. 각각 다른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캐릭터이니만큼 관객의 감상도 다 다를 거다. 캐릭터를 여러 갈래로 읽어주시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반도>에 출연하기 전부터 많은 상업 영화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러브콜이라기엔 쑥스럽다(웃음). 이전엔 개인 작업에 충실했던 편인 것 같다. 문득문득 연락을 주셨는데, 아쉽게도 그때마다 작업을 하고 있어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다 <반도>는 타이밍이 맞았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했던 세계관의 이야기였다. 


서 대위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최초의 이미지는 연상호 감독님이 보여준 그림이었다. 첫 미팅 때 연상호 감독님이 직접 그린 서 대위의 얼굴을 보여줬다. 눈이 이상하더라. 무섭기도 하고. 읽을 수가 없는 눈을 그려놓으셔서 무척 인상 깊었다. 영화 속에서 서 대위는 악역이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친구가 4년 전 민간인을 구출하고, 구조하던 모습이었다. 그 이후 마음이 붕괴되어버린 4년 후의 서 대위가 그려졌다. 


서 대위는 여러 심리가 레이어드 된 인물이다. 촬영 전 캐릭터의 심리를 쌓아간 과정이 궁금한데. 


서 대위의 사무실이라든가, 그가 입고 있는 정장 스타일, 헤어스타일 등 외형적인 모습에서 서 대위에 대한 힌트를 찾아나갔다. 그는 4년 전의 정상적인 삶을 그리워하는 걸까. 어쩌면 언젠가 구조하러 와 줄 누군가를 반기고자 폐허가 된 반도 안에서도 그런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고(웃음). 이런저런 모습을 살펴보니 하나의 답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더라. 계속 여러 갈래를 생각했다. 서 대위를 유심히 지켜보면 장면마다 컨디션이 바뀌는 걸 알 수 있다. 희망을 얻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사람 마음은 계속 바뀌는 거니까. 서 대위를 준비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 대위의 전사에 관해서도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던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상상해본 적 있나. 


몇 장면에서 힌트가 나오는 것 같다. 서 대위와 민정이 처음 만났을 때, 관객은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닐지라도, 특별한 관계를 지닌 구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모습에선 정상적이었을 시절의 서 대위가 보이기도 하고. 그가 왜 이렇게 됐을까, 어떤 사연이 있었을 건데, 생각했다. 반도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로 프리퀄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연상호 감독이 개봉 후 인터뷰를 통해 “대본과 가장 다른 캐릭터는 서 대위”라고 밝혔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시나리오와 같다(웃음). 다만 서 대위는 읽을 수 없는 사람이라 대본과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처음 서 대위의 눈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눈을 읽을 수가 없는 캐릭터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캐릭터 분위기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은 데 하나로 통일되는 지점이 있다. 전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교환 캐릭터만의 엇박자 유머가 극도의 악역인 서 대위에게도 살아있어 흥미롭더라. 


감독님께서도 그 리듬감을 유지하길 바랐던 것 같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감독님과 서 대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 악당을 만들어갔다. 서 대위는 어떻게 할까. 이게 아니라 이렇게 할 것 같다, 툭툭 상황을 던져 가면서. 연상호 감독님의 굉장한 연기파 감독이시다. 동선을 의논하며 함께 블로킹을 만들어나가기도 했고. 굉장히 창의적인 작업이었다. 


촬영 중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면? 


서 대위의 등장 장면. 촬영하며 내가 느꼈던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었다. 서 대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어도, 분명히 이 사람을 마주했을 때 관객이 느끼는 어떤 이상한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 (“이상한 감정이라면?”이라고 묻자) 3초마다 바뀌는 그의 마음 같은 것.

연상호 감독은 비극과 희망의 경계선에서 관객과 밀당을 벌이곤 한다. <반도> 속 서 대위는 악역을 넘어 영화 전개의 방향키를 트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지점에서 역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단 한 컷이 나오는 역할이라도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엔 캐릭터가 마주하는 상황에 계속 반응했다. 배 안에 도착했을 땐 여러 생각이 들었겠지. 서 대위는 3초마다 생각이나 신념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니까. 감독님도 테이크마다 다른 느낌을 요구하셨던 것 같다. 아, 한 번에 갔던가. 


트럭 후진 장면을 한 번에 촬영한 건가. 


연상호 감독님은 테이크를 많이 안 가신다. 테이크를 몇 번 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후진 장면이 <반도>의 마지막 촬영이었고, 서 대위의 등장 신이 <반도>의 첫 촬영이었다. 내가 <반도>의 문을 열고 닫았다.(웃음) 


<반도>는 구교환 필모그래피의 첫 상업 영화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전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오늘 아침(인터뷰 당일 아침 구교환은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에도 그 이야기했는데! 나 변하지 않았구나. 상업 영화, 독립 영화 구분하지 않고, <반도>는 전작 <메기>의 다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엔 더 궁금하고 호기심 가는 인물을 찾겠지. 


궁금함과 호기심, 그게 바로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인 건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 서 대위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을 읽을 수 없는 눈, 애타게 구조 신호를 보냈던 모습도 있지만 반대로 서 대위가 저지른 악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마지막 대사 중 “(반도 밖에서는) 여기서 내가 뭘 했는지 모르지 않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나도 서 대위가 궁금했다. 그런데 관객분들도 궁금해하신다면…. 


서 대위는 상영관을 나온 후에도 관객에게 궁금증을 안기는 캐릭터이지 않나. 앞서 말한 것처럼 배우가 느낀 감정을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야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선 내가 그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지녀야 한다.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도 마찬가지다. 


최근 차기작 <모가디슈>의 촬영을 마쳤다고. 현재 준비 중인 연출작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가디슈>는 촬영을 잘 마쳤다. 연출작으로서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금방 들통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빨리 만나고 싶고, 계속 기다리고 있다. 역할도 계속 그렇게 기다리고 있고. 많이 연락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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