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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라구요? 극과 극을 오가는 남성 배우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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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배우가 여기에도 나왔었어?' 싶은 순간이 있다. 한없이 맑고 밝은 역할을 하다가 다른 영화에선 비정의 끝을 달리는 희대의 악역으로 나오기도 한다. 같은 경찰을 할지라도 시민을 지키는 지팡이였다가, 폭력을 휘두르는 지팡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미친 연기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남성 배우 5명을 소개해 보려 한다. 마지막엔 움짤도 넣었으니 표정부터 몸짓까지 완벽하게 변신한 그들의 연기를 확인해 보자. 


게리 올드만
: 부패한 경찰 → 청렴결백한 경찰

<레옹>

게리 올드만처럼 같은 직업을 다르게 표현한 배우가 있을까. 그는 <레옹>(1994)에서 부패할 대로 부패한 경찰 노먼 스탠스필드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별다른 분장 없이 그저 연기만으로 마약에 찌든 부패 경찰을 연기한 그는 어딘가 위험하고 광기 어린 모습이다. <레옹>에서 마틸다 가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노먼의 모습을 관객들은 쉬이 잊을 수 없다. 

<배트맨 비긴즈>

왠지 가만히 있어도 악역 같아 보이던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 고담시에서 유일하게 청렴결백한 경찰 제임스 고든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숱한 악역으로 찬사를 들어 온 게리 올드만은 그의 한계는 악역이 아니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전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자칫하면 어색할 수도 있는 캐릭터였지만 그는 과거가 무색할 만큼 시민의 편을 지켜주는 제임스 고든 그 자체였다.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소. 어린아이에게 코트를 걸쳐 주며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영웅이지."라는 배트맨의 말처럼, 그는 관객들의 히어로였다. 


호아킨 피닉스
: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 → 조커

똑같은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을까. <그녀>(2013)에서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를 연기했다. 전체적으로 붉은 톤이 입혀진 이 영화는 따스한 색감처럼 외롭고 공허한 테오도르의 삶을 사랑으로 채우는 사만다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사랑의 열병을 걸린 것처럼 가끔은 미친 짓도 하면서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도, 메울 수 없는 간격에 의심하고 상처 주며 결국은 성숙한 이별을 해내는 사랑의 연대기를 보면 어느샌가 쓸쓸하지만 어딘가 따뜻함이 가슴 속에서 피어오른다. 마치 로맨스만을 전문으로 해온 배우처럼, 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그가 고담 시가 낳은 커다란 괴물, 조커로 변신했다. 캐릭터가 아닌 인물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그는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조커가 되었다. 가난한 광대였던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위험하리만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메소드 연기의 정점을 찍은 듯했다. 그러나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가 메소드 연기를 했다고 하는데 정작 연기한 나는 전혀 다른 어프로치였으며 메소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던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는 사실 조커보다 아서 플렉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한다. 조커를 연기하는 건 기쁨과 즐거움 자체였다고. 


히스 레저
: 사랑을 하는 시원시원한 카우보이 → 조커

<브로크백 마운틴>

웃는 게 아름다운 배우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히스 레저. 그는 <브로크백 마운틴>(2005)에서 동성애 연기를 섬세하게 선보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가 인정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터프함의 상징과도 같았던 카우보이를 성소수자로 그려낸 영화다.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시대의 영향으로 인해 끝끝내 이어지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사랑을 히스 레저는 아름답게 묘사했다. 

<다크 나이트>

이후 그는 조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 정점을 찍게 된다. 조커라는 캐릭터의 강렬함 때문일까, 히스 레저 역시 최고의 캐릭터 변신을 한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호아킨 피닉스와 절친이었던 그는 그보다 먼저 희대의 조커 연기를 선보이며 범접할 수 없는 연기의 경지를 보여줬다. 그는 조커에 몰입하기 위해 조커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며, 그 일기장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또한 모텔 방에 6주 정도 지내면서 캐릭터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었다. 조커의 작은 행동, 제스처, 가학적인 웃음까지 자신만의 조커를 개발하기 위해 전념했다. 그 결과, 조커하면 여전히 히스 레저를 꼽을 만큼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캐릭터가 완성됐다. 


로버트 드 니로
: 뉴욕의 마피아 두목
→ 뉴욕의 택시 운전사

<대부2>

같은 뉴욕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 배우가 있다. 바로 철저하게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를 꼽으라고 한다면 빠지지 않는 로버트 드 니로. 그는 본편만큼 완벽한 시퀄로 꼽히는 <대부2>(1974)에서 비토 코르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그는 말론 브란도가 완벽하게 만들어낸 비토를 자기 색을 입혀 변형하기보다, 그를 계승하는 쪽을 택했다. 그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인 비토의 젊은 시절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해 거의 모든 대사를 시칠리아어로 소화했다. 4개월간 쉬지 않고 공부한 결과였다. 또한 캐릭터 특유의 쇳소리를 내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변형시켜 연기했다.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드 니로의 원래 목소리는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에 대한 그의 지독한 준비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택시 드라이버>

<대부2>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같은 뉴욕에서 전혀 모습을 보여주며 역대급 캐릭터를 남겼다. <택시 드라이버>(1976)에서 그는 뉴욕 맨해튼의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 버클을 연기했다. 퇴역 군인의 외로움과 혼란, 방황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 작품으로 많은 이들이 인생 명작으로 꼽는 영화기도 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하루 15시간씩 택시 운전을 하며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정신질환을 연구하기도 했으며, 북이탈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를 방문하여 중서부 병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해 억양을 익혔다. 


크리스찬 베일
: 깡마른 불면증 환자 → 배트맨

<머시니스트>

할리우드 대표 이미지 변신 배우 하면 역시 크리스찬 베일 아닐까. 배역에 따라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하는 걸로 유명해 할리우드 대표 고무줄 배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는 <머시니스트>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기계공을 연기하기 위해 173파운드(약 78kg)에서 110파운드(약 49kg)까지 감량했다. 실제로 그는 100파운드(45kg)까지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그의 건강이 너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자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체중 감량을 위해 참치 한 캔, 사과 한 개로 식단을 짰고 극단적인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그 결과, 그는 위험하리만큼 깡 마른 남자의 예민함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다시,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 30kg 가까이 증량하여 자신의 원래 몸무게를 되찾았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은 이때 완성됐다. 이후로도 그는 계속해서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고무줄 몸매의 대표주자 명성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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