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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실화? 뭉클함은 기본, 여성 스포츠 영화 5

조회수 2020. 7.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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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오랜 과거서부터 주류 스포츠의 흐름은 남성의 것에 가까웠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경기도, 스포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 거대한 물결 속에서 드물지만 우리는 견고한 벽을 깨려는 여성 선수들의 도전을 목격한다. 성별이라는 한계를 지우기 위해, 혹은 그 너머의 성취를 위해 도전하는 여성 스포츠 영화 다섯 편을 모았다.


<야구소녀>

출처: <야구소녀>
출처: <야구소녀>
감독 최윤태
출연 이주영, 이준혁

최고 구속 134km, 고교 야구팀 유일한 여자 선수 주수인(이주영). ‘천재 야구소녀’로 주목받으며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수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프로 입단의 벽에 부딪힌다. 여성이란 이유로 프로구단의 트라이아웃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인에게 어머니는 야구를 그만두라 말하고, 수인은 고민의 기로에 선다. 한편, 야구부에 새로 부임하게 된 코치 진태(이준혁) 역시 포기하기를 종용하지만, 포기는커녕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프로의 문을 두드리는 수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1999년 4월,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여자 선수 최초 KBO 공식 경기 출전’이라는 역사가 된 안향미 선수. 그를 모티브로 제작한 <야구소녀>는 여타의 야구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마운드에 두 발을 딛고 선 여성 투수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유독 타 스포츠들보다도 ‘프로=남성의 영역’임이 공고한 야구에서 수인은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라는 말로 한정된 성별의 벽을 허물어버린다. 주수인을 연기한 이주영의 꽉 찬 직구를 닮은 연기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당갈>

출처: <당갈>
출처: <당갈>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전도유망한 레슬링 선수였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그만둔 마하비르(아미르 칸).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평생의 한이었던 그는 아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로 한다. 그러나 번번이 아들을 낳는 것에 실패한 그는 네 명의 딸을 얻게 되고 좌절한다. 몇 년 뒤, 흠씬 두들겨 맞은 얼굴을 하고 집에 찾아온 두 남자아이가 폭력을 행사한 범인이 다름 아닌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라 말했을 때, 마하비르는 두 딸에게서 잠재력을 보게 되고, 레슬러로 키우기 위해 특훈에 돌입한다. 짧은 머리에 펑퍼짐한 바지까지, 또래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에 기타와 바비타는 주변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훈련에 매진한다.


<당갈>은 2010년 델리 커먼웰스 게임에서 인도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기타 포갓 선수와 동생 바비타, 아버지 마하비르의 실화를 그린 스포츠 영화다. 실화라는 자체 스포일러와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개가 아쉬울지언정 레슬링 동작이 두드러져 보이는 연출 및 리얼하게 재현해낸 경기까지, 스포츠 영화로서 훌륭함에는 손색이 없다. 여성 영화로서도 마찬가지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요리와 청소만 하다 14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 집을 떠나야 한다”는 기타 친구의 말처럼 여성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인도에서 기타와 바비타는 남성들의 스포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조롱을 당해야 했다. 온갖 수모를 딛고 판을 뒤집어 승리를 거머쥔 두 여성의 성취는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닌 억압 받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승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준다. <당갈>은 인도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출처: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출처: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엠마 스톤, 스티브 카렐

여자 테니스 랭킹 1위에 빛나는 챔피언 빌리(엠마 스톤)는 여성 테니스 경기의 상금이 남성 경기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을 알고 보이콧을 선언한다. 이에 세계 여자 테니스 협회를 설립, 동료 테니스 선수들을 모아 자신들만의 대회를 개최하는 등 행보를 이어간다. 한편, 전 윔블던 챔피언인 바비(스티브 카렐)는 자극적인 언행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며 살아가는 선수다. “여성들이 있어야 할 곳은 주방 아니면 침대”, “여성 테니스 경기는 열등하다”는 등의 망언을 일삼아 하는 그는 이목을 끌기 위해 빌리에게 자신과의 경기를 제안한다. 무례함에 거절했지만 도를 넘는 바비의 자극에 결국 제안을 수락한 빌리. 두 남녀의 성별을 건 빅매치가 시작된다.


1973년, 미국의 전설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과 은퇴한 테니스 선수였던 바비 릭스의 이벤트 매치를 영화화한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영화는 메인 서사인 두 남녀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성소수자였던 빌리 진 킹의 정체성을 조명한다. 두 서사의 밸런스가 다소 아쉽지만 여성 스포츠 선수로서 겪는 부당함을 온몸으로 타파하는 엠마 스톤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실제 바비를 소환한 듯 능청스럽고 얄미운 연기의 대가 스티븐 카렐의 호연도 눈여겨볼만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출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출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대형 마트에서 양파를 팔고 있는 미숙(문소리). 사실 그가 손에 쥐었던 것은 양파가 아닌 핸드볼 공이었다.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미숙은 소속팀이 해체되고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일하던 중, 감독으로 돌아온 오랜 동료 혜경(김정은)의 부름을 받고 다시 핸드볼 선수로 뛰게 된다. 그러나 구세대와 신세대 선수들 사이 불화가 형성되고, 혜경이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신임 감독으로 승필(엄태웅)이 오게 된다. 미숙의 설득으로 선수로 팀에 복귀한 혜경. 다시금 맞춰나가기 시작한 이들은 올림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훈련에 매진한다.


비인기 스포츠인 핸드볼을, 그것도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로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스포츠 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승부 던지기까지 간 끝에 은메달을 거머쥔 여성 핸드볼팀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들의 경기가 영화화된 이유는 그날의 기적을 상기시키고자 함이 아니다. 그날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여성 선수들의 기구한 인생사가 피워낸 묵직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된 현실은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가 선사한 공감과 감동 덕분이었을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들>은 낯선 여성 스포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4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출처: <밀리언 달러 베이비>
출처: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웽크

키워온 딸도, 선수도 떠난 채 초라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에겐 오랜 동료이자 선수였던 스크랩(모건 프리먼)만이 유일한 친구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체육관에 가난한 복서 지망생 매기(힐러리 스웽크)가 찾아오고, 프랭키는 “여자를 훈련시키지 않는다"라며 내쫓지만 매기는 포기하지 않는다. 매기의 열정에 프랭키는 마음을 열고 매기를 선수로 훈련시킨다. 매기에게 ‘모쿠슈라’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 매기는 KO 행진을 이어가며 입지를 다져나간다.


이제는 거장이라는 단어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사실 스포츠의 탈을 쓴 드라마 장르에 가깝다. 유명 복서가 되기까지 매기의 고군분투가 영화의 초반을 차지하지만,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매기와 프랭키의 관계다. 아버지가 없는 매기와 딸에게 외면받은 프랭키는 아버지와 딸의 부재를 서로의 존재로 대체해나가며 진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주로 서부극에서 마초적인 남성성을 선보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호소력 짙은 부성애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작품상 총 4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스포츠 영화계의 수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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