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멜로 장인이 세바스찬 스탠에게 반한 이유

조회수 2020. 6. 2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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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라이크 크레이지> <이퀄스> <뉴니스>… 참신한 설정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단면을 선보여왔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신작 <엔딩스 비기닝스>를 들고 국내 극장가를 찾았다. <엔딩스 비기닝스>는 이별 후폭풍으로 잠시 술과 연애를 끊은 다프네(쉐일린 우들리) 앞에 상반된 두 매력의 남자, 잭(제이미 도넌)과 프랭크(세바스찬 스탠)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엔딩스 비기닝스> 촬영 현장, (왼쪽부터)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 제이미 도넌, 쉐일린 우들리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이색적인 설정에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녹여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전해왔다. 그가 탄생시킨 캐릭터들은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실제로 살아 숨 쉴듯하고, 감각적인 화면은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의 진폭을 그대로 담아낸다. <엔딩스 비기닝스> 역시 그의 특색이 뚜렷이 살아있는 영화다. 그간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객의 예상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서사를 펼친다는 것. <엔딩스 비기닝스>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다뤄온 사랑의 개념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에게 질문지를 보내 <엔딩스 비기닝스>,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문장에서부터 유쾌함과 자유로움이 묻어나던 그의 답변을 전한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그간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출해왔다. <엔딩스 비기닝스>는 타인과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존감,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기 전에, 스스로 내 안의 무언가를 내려놓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면의 평화, 삶의 조화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됐다. 이전과는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기도 했다. 


원래 제목은 <노, 노, 노, 예스>(No, No, No, Yes)였다고. 


= 제목을 정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 노, 노, 예스>는 무언가를 승낙하기 위해 먼저 “노”(No)라고 거절해야 할 수많은 상황을 담은 제목이었다. 우리에겐 수천 개의 선택권이 있었고, 제목을 정하는 데에만 수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최종 제목이 영화의 결, 내용과 더 어울려 놀랍고 재미있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촬영 현장

이야기의 윤곽만 잡아두고,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즉흥 연기를 통해 영화의 서사를 세밀화한다고 들었다. 이런 촬영 방식은 보통의 영화 촬영과 비교해 어떤 매력이 있나.


= 여러 방식으로 연출해봤지만 즉흥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그에 따른 무한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늘 흥미진진하다. 영화를 안팎으로 온전히 이해해야만 배우들을 잘 이끌 수 있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매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다.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런 점이 늘 놀랍다. 


배우들은 이런 촬영 방식에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 처음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곧 이 방식에 익숙해지고,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그들이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어떤 아이디어에 얽혀 정해진 대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과 그 순간을 만든 여러 개의 더 작은 순간들을 자유롭게 탐험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길 바랐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쉐일린 우들리, 세바스찬 스탠, 제이미 도넌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 쉐일린은 언젠가 한 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였다. 진솔하고 존재감이 뛰어난 배우다. 수년간 알고 지내면서 작품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쉐일린은 내면적으로도, 그녀의 인생 시점에 있어서도 다프네를 연기하기에 완벽한 시기에 서 있었다. 그런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더라.


<아이, 토냐>에서 세바스찬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다. 평소에도 그의 팬이었고, 카멜레온 같은 배우라고 생각해왔다. 함께 작업하고 싶어서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이야기가 굉장히 잘 통해서 한눈에 반했다. 여러 가지 흥미롭고 감정적인 대화를 나눴고 함께 작업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제이미와는 몇 년 전에 향수 광고를 함께 촬영한 적 있다. 당시 그가 매우 근사한 배우라고 생각했고,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제안했다. 내 머릿속에서 세 사람은 완벽한 조합으로 느껴졌다.


펠리시티 존스, 안톤 옐친, 니콜라스 홀트,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함께한 세 배우까지. 출연 배우 대부분이 이전에 선보인 바 없던,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 늘 운이 좋았다. 캐스팅할 때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탐구하는 데 많은 관심을 지닌 배우들을 찾는 것 같다. 오디션도 거의 보지 않는다. 배우의 내면에 있는 진실된 모습에 더 몰두한다.

출처: (왼쪽부터) <라이크 크레이지> <뉴니스> <엔딩스 비기닝스>

<엔딩스 비기닝스>는 전작 <라이크 크레이지> <뉴니스>의 연작 같다. 작품 속 인물들이 한 단계씩 성장한 듯한 느낌이랄까. 연출하면서 세 작품 사이 어떤 연결 지점을 두진 않았나.


= 정확하게 짚어준 것 같다. <라이크 크레이지> <뉴니스> <엔딩스 비기닝스>는 각각 다른 가족으로 이뤄진, 사촌 관계 같은 영화들이다. 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자신의 삶과 사랑에 최선을 다하지만, 때때로 그 최선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 상황에 만족하고,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딩스 비기닝스>가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작품 중 마지막인 <엔딩스 비기닝스>가 일종의 에필로그라고 할 수 있겠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현실 로맨스는 관객에게 극도의 공감을 전하기로 유명하다. 각본을 쓸 때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경우도 있는지 궁금한데. 


= 내 모든 영화들에는 나, 혹은 주변인이 겪은 경험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관객에게 공감을 전하는 현실적인 부분은 거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엔딩스 비기닝스>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신은 어느 장면인지 궁금하다.


= 후반부에 나오는 다프네와 프랭크의 대화 신을 가장 좋아한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것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이런 감정을 보여주는 정직한 장면이라 애정이 간다. 


자단 리베이 작가와 각본을 함께 썼다.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시나리오는 처음 써보는 작가다. 


= 정말 멋진 작가다. 자단 리베이의 소설 <화이트 퍼>를 읽고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번이 우리의 첫 각본 작업이었는데,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그걸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바꿔버리는 능력이 있더라. 대단한 사람이다. 


촬영 감독 마리안느 배크가 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왔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와 함께한 촬영은 어땠나. 


= 마리안느 배크의 전작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나처럼 굉장히 본능적인 아티스트다. 마리안느는 사람을 정말 잘 이해하고, 어떤 순간과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할지 정확히 안다. <엔딩스 비기닝스> 촬영장에서도 그녀의 이런 본능적인 감을 잘 활용했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프랭크가 다프네에게 전하는 ‘괴로울 때 듣는 음악’ 목록은 직접 작성한 건가. 리스트 안에 크랜베리스의 ‘드림스’(dreams)가 포함되어 있던데. <중경삼림>이 떠오르더라.(<중경삼림>의 OST ‘몽중인’은 ‘드림스’를 번안한 곡이다)


= <중경삼림>을 사랑한다. 그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겠다. 플레이리스트에 실린 모든 음악은 내가 직접 선곡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쓸 때 들었던 곡들이다. 시나리오를 집필할 땐 언제나 음악에 대해 생각한다. 음악이 영화의 서사, 톤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멜로/로맨스 장르 장인이라 해도 손색없을 필모그래피를 꾸려오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가 궁금한데.


= <화양연화> <이터널 선샤인> <브레이킹 더 웨이브> <헤드 온>.


멜로/로맨스 장르를 제외하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언젠가는 사랑을 벗어나, 친밀하고 개인적인 솔직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 


<엔딩스 비기닝스>는 한국의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이기도 했다. 


=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 중 가장 좋았다. 손발이 잘 맞았고,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이 되는 감정과 느낌을 너무나 잘 이해해 주더라. 함께 일하기 무척 좋은 파트너들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준비 중인 차기작이 한 편 더 있다고. 


= 맞다.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오로라>를 준비 중이다. 감각적이고 색다른 로맨스 영화다. 우리 모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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