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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픽사도 포기한 작품과 아이디어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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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오래 기다렸다. 3월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한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6월 17일 개봉했다. 픽사 스튜디오는 그동안 매해 1~2편의 영화를 선보여왔다. 3D 애니메이션이란 혁신을 꺼내들어 애니메이션계의 변화를 가져온 픽사는 아이디어를 폭넓게 변형하며 작품을 완성해왔다. 하나 그런 픽사조차 끝내 완성하지 못한 영화들이 있다. 픽사가 제작을 발표했다가 끝내 완성을 포기한 영화, 혹은 영화에서 사용하려다 포기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픽사 스튜디오 작품의 캐릭터들


픽사의 새로운 도전?
1906 (감독 브래드 버드)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1906>은 <인크레더블>, <라따뚜이>로 픽사의 활기를 불어넣은 브래드 버드 감독의 작품이다. 거기다 픽사, (픽사의 모회사) 월트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세 회사가 참여할 초거대 작품이었다. 듣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릴 법한 이 영화, 취소됐다. 이유는? ‘실사 영화’였기 때문이다. 왜 취소됐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3D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제작한 픽사가 실사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설령 CG만 참여해도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그것은 차이가 있으니), 그것이 3사가 힘을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됐을 거라고 추측된다. 거기다 <1906>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그릴 영화. 가상의 이야기라도 시대극임을 감안하면 제작비도 적지 않았을 터. 결국 <1906>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브래드 버드는 <투모로우랜드> 연출로 투입됐다.


쉐이드메이커 (쉐도우 킹) 감독 헨리 셀릭

출처<쉐도우 킹>

실사 영화만이 아니다. 픽사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도 만들 뻔했다. 물음표가 잔뜩 떠오르는 이 기획은 헨리 셀릭이 지휘할 예정이었다. 헨리 셀릭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연출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거장. 셀릭이 픽사, 디즈니와 함께 제작하려 한 <쉐이드메이커>는 이상한 손을 가진 고아 소년 홉의 이야기다. 어느 날, 홉에게 그림자 소녀가 나타나 홉의 이상한 손이 뉴욕을 파괴하려고 하는 괴물에 대항할 위대한 무기라고 알려준다. 괴물은 홉의 형 리차드의 목숨을 노리고, 홉은 괴물을 막아 형과 뉴욕을 구하려고 한다.  

이런 스토리, 픽사와 어울리겠는가. 야심차게 제작을 발표한 픽사는 이후 헨리 셀릭과의 창작적 견해 차이로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시 디즈니가 손해본 금액은 약 5000만 달러라고 알려졌다. 셀릭은 <쉐이드 메이커>의 내용을 손본 <쉐도우 킹>을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나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으니 사실상 제작이 엎어졌다고 볼 수밖에.


뉴트 (감독 게리 리드스트롬)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픽사 내부에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준비한 <뉴트>. <뉴트>는 희귀종 도마뱀 두 마리가 종족의 멸종을 막기 위해 연인이 되는 스토리를 그릴 예정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다? 폭스의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가 제작한 <리오>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물론 <뉴트>는 도마뱀이고, <리오>는 조류지만 멸종이 가까운 희귀종이란 설정이 겹쳤다. 2011년 <리오> 개봉 이후 픽사는 <뉴트>를 완전히 갈아엎기 위해 제작을 잠정 중단하고 피트 닥터를 투입했다. 그런데 피트 닥터가 새로 제시한 기획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제작하느라 <뉴트> 재정비는 뒷전이 됐고, 결국 제작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피트 닥터의 <인사이드 아웃>. <뉴트>가 얼마나 좋은 영화가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가 픽사의 제2전성기를 만든 <인사이드 아웃>이니 미련을 가질 수도 없겠다.

화면을 클릭해주세요.
출처<뉴트>와 폭스의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리오>

디즈니가 픽사의 속편을? 서클 세븐

잠깐 옛날 이야기. 지금은 픽사가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로 있지만 2005년까지는 픽사는 디즈니 소유가 아니었다. 작품의 권리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였다. 둘의 계약이 끝나갈 즈음, 월트 디즈니는 풀3D 애니메이션에 막 도전하던 시기였다. 만약 3D 애니메이션 1인자 픽사가 디즈니를 떠난다? 디즈니로서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권리를 소유한 픽사 작품들을 속편으로 제작하기 위한 특별 부서를 개설했다. 그게 ‘서클 세븐 애니메이션’이다. 다행히 디즈니가 픽사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 부서의 기획은 전면 무산됐다.

출처<도리를 찾아서>

서클 세븐이 기획한 속편은 총 3편. <니모를 찾아서 2>, <몬스터 주식회사 2>, <토이 스토리 3>. <니모를 찾아서 2>는 어떤 식으로 기획됐는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서클 세븐의 속편은 현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보다 1편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스토리였다고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 2>는 1편의 엔딩을 이어받아 설리반과 부가 재회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부의 가족이 이사를 가면서 셜리와 헤어지게 되고, 설리반과 마이크는 부가 이사한 곳을 찾아 나선다. 어쩌면 이런 스토리로 1편의 감동을 이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마이크와 설리반의 우정을 그리는 프리퀄로 방향을 바꾸면서 <몬스터 대학교>가 탄생했다.

<몬스터 주식회사> 부와 설리반

출처<몬스터 대학교>

출처<토이 스토리 3>

<토이 스토리 3>는 버즈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 버즈가 리콜 대상이 되면서 대만의 제조공장으로 회수되고, 우디와 친구들이 버즈를 구하기 위해 떠난다는 내용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특유의 모험극을 이어가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픽사는 이 스토리를 버리고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을 가미한 이야기로 변경했다. 그래도 서클 세븐의 아이디어가 흡수된 장면이 있다. 클라이막스의 폐기물 처리장 장면. 서클 세븐 버전에선 버즈를 구하기 위해 장난감들이 합심하는 장면으로 기획한 걸 랏소 베어의 계략에 장난감들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장면으로 변용했다.

서클 세븐이 기획한 <토이 스토리 3>의 아트워크
현재페이지1/총페이지2

안되면 되게 하라! 아이디어 갈아엎기 장인

출처<틴 토이>

픽사는 3D 애니메이션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제작사다. 특히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기존의 데이터를 활용하되 새롭게 만드는 것에 도가 텄다. 그 전통은 첫 장편 <토이 스토리>를 제작할 때부터 시작됐다. <토이 스토리>는 <틴 토이>라는 단편 속 양철 장난감이 주인공으로 기획됐다. 장난감들을 지배하는 복화술 인형들에게 맞서는 스토리였다. 그러나 작품의 권리를 가진 월트 디즈니가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구식이며 스토리 또한 만족스럽지 않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서 픽사는 주인공 캐릭터를 대체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우주 항공사 루나 래리와 복화술 인형 우디. 디즈니와 다시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루나 래리는 버즈로, 우디는 복화술 인형이 아닌 카우보이 인형으로 변경해 지금의 <토이 스토리>를 완성했다.

출처<토이 스토리 2> 아트워크

속편 <토이 스토리 2> 또한 크게 갈아엎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지만. 디즈니는 <토이 스토리> 속편을 (자사의 작품처럼) 비디오용으로 제작하려 했다. 그러다 극장용으로 제작 방향을 변경하면서 디즈니가 아닌 픽사에 지휘권이 이양됐고, 픽사는 극장용에 걸맞게 기존 결과물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직원이 작업 데이터를 거의 다 날려버리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백업한 데이터가 있긴 했지만, 픽사의 임원들은 이전 결과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새로 작업을 하면서 보충할 것을 선택했다. 일정은 예전보다 더 빡빡해진 상황. 제작진은 이전보다 작업량과 근무 시간을 늘려가며 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2>는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속편으로 등극했다. 무엇보다 픽사의 브랜드 파워를 확고하게 했다.

출처<월-E> 아트워크

두 영화만큼은 아니나 <월-E> 또한 작품의 톤이 크게 변경됐다. 월-E가 이브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우주선, 그곳은 진작 지구를 떠난 인류가 정착하고 있다. 이때부터 대사량이 급격하게 많아지고 전반부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사용하는데, 이 후반부도 원래 인류가 등장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월-E를 만나는 건 인류 대신 독특한 외계인들. 이들은 당연히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영화 초중반부처럼 후반부 또한 대사가 거의 없는, 무성영화스러운 연출을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외계인을 미래 인류로 대체하면서 영화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불어넣었다. 또한 결말부에서 부상을 입는 것도 이브에서 월-E로 변경했다. 원래 이브가 월-E를 보호해주는 전개를 기획했지만, (현재 우리가 아는 것처럼) 월-E가 이브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영화 전체 메시지와 맞는다고 판단해 결말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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