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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해서 20년 동안 소속사도 없었던 이 배우 겸 감독

조회수 2020. 6.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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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배우 대신 감독. 정진영이 이번엔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6월 18일 개봉한 <사라진 시간>은 정진영이 각본과 연출, 제작까지 도맡아 완성한 입봉작. 사건을 좇던 형사가 사회 속에서 자신의 흔적이 점점 희미해지는 걸 느낀다는 스토리만큼, 배우 정진영이 연출했단 사실도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한다. 배우 데뷔 32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연출에 도전한 정진영에 대한 사사로운 이야기를 준비했다.


연기전공 없는 서울대, 전공은?

정진영은 서울대학교를 나왔다. 관심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서울대는 영화나 연극학과가 없다. 그래서 서울대 출신 배우들이 대개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처럼, 정진영 또한 관련 학문이 아닌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연극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삶이 바뀌었다. 그곳에서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배웠고, 졸업 후에도 예체능에 몸담는 계기가 됐다. 덧붙이자면 그가 고등학교 졸업 당시 성적은 전교 3등이었으니, 서울대를 갈 만했다.


배우 정진영, 원래는 연출부?

출처: <초록물고기>
출처: <초록물고기>

배우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정진영은 사실 연출부로 상업영화에 발을 붙였다. 처음 출연한 영화는 <파업전야> 공동 감독 중 이재구 감독이 만든 <닫힌 교문을 열며>였다. 전교조를 다룬 내용이 문제시돼 한참 후에야 영화제에서 상영될 수 있었다. 이후 <테러리스트>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팀에 연출부로 들어갔다. 운명이었는지, 막동(한석규)의 셋째 형으로 출연할 배우가 일정을 펑크 냈다. 이창동 감독은 연극 활동 경력이 있는 정진영을 설득해 대타로 세웠다. 정진영은 이 작품이 끝나고,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그가 지금이라도 영화 연출에 도전한 건, 영화계에 연출부로 발을 디딘 건 오랜 꿈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장래희망에 '영화감독'이라고 쓸 만큼 연출에 꿈이 있었다. 대학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연출에 도전하겠다, 다짐했던 걸 연극을 만나면서 잠시 유보했다. <초록물고기> 연출부로 들어가면서 연출을 공부하려던 순간, 영화배우의 길이 그의 앞에 열린 셈이다. 영화배우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정진영은 현장 경험이 늘면 늘수록 자신에게 연출할 능력이 모자란다며 꿈을 접어왔다. 하나 문득 겁만 내다가는 인생이 다 지나가겠구나 느꼈고, 설령 자신이 모든 비난을 받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며 <사라진 시간>을 준비했다.

<사라진 시간>에서 연기 디렉팅 중인 정진영(오른쪽)

진지한 연기의 코미디 강자

출처: <약속>
출처: <달마야 놀자>
출처: <황산벌>
출처: <와일드카드>

정진영이 배우로서 가진 장점은 묵직함과 섬세함의 공존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외면과 목소리는 짐짓 권위를 가진, 아니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가 캐릭터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약점을 드러낼 때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관객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의 대표 캐릭터인 <왕의 남자> 연산이 딱 그의 장점을 정확히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장점은 진지한 드라마에서도 무기가 되지만, 가장 빛나는 장르는 의외로 코미디다. 코미디에서 본인의 캐릭터가 활약한다기보다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단단히 받쳐주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 구심점이 돼준다. <달마야 놀자>, <황산벌>, <교도소 월드컵> 등 2000년대 초 그의 급부상을 도운 영화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출처: <클레어의 카메라>
출처: <판도라>
출처: <사바하>

출연작 중 천만 영화는 몇 편?

출처: <왕의 남자>
출처: <7번방의 선물>
출처: <국제시장>
출처: <택시운전사>

이쯤에서 살펴보는 기록 하나. 그의 출연작 중 천만 영화는 몇 편일까. 딱 생각나는 건 역시 <왕의 남자>. <왕의 남자>는 '천만 관객 시대'가 막 도래하는 2000년대 초를 장식한 영화이자, 역대 최장기간에 걸쳐 천만 관객을 동원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말 그대로 관객들의 사랑이 뒷심을 내면서 천만을 돌파한 귀한 영화. 그 외에도 천만 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택시운전사>. 이중 <7번방의 선물>과 <택시운전사>는 특별출연. <7번방의 선물>은 분량상 조연에 가깝고,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 항쟁'이란 소재에 출연한 의미 있는 작품이니 앞으로는 그의 특별출연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


데뷔 20년 만에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전속 계약 후 공개한 정진영의 프로필

정진영에 대한 가장 신기한 이야기. 정진영은 2015년 현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게 그의 첫 소속사 전속 계약이다. 공식 데뷔가 1988년, 설령 연극 무대 경력을 빼도 영화 데뷔가 1997년이니까 활동 18년 만에 처음으로 소속사에 들어간 것이다. 심지어 개인 매니저나 로드 매니저도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과거 인터뷰를 읽을 때면 인터뷰 장소에 혼자 나타났다는 묘사가 꽤 있다. "혼자 결정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서",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어서"라는 이유로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혼자를 고집한 그. 하지만 영화 산업이 성장하고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소속사에 합류하는 걸 결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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