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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히치콕에겐 7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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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2013년에 태어난 신생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시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이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신작 <도미노>를 내놓았다. 2013년에 개봉한 <패션, 위험한 열정> 이후 7년 만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적어도 3년마다 꾸준히 신작 활동을 이어간 그가 2010년대는 <패션, 위험한 열정>과 <도미노> 두 편만으로 채워넣은 것이다. '제2의 히치콕'이란 이름으로 할리우드 스릴러 장르를 주름잡던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리우드 떠나 신세계로

출처<도미노>

<도미노>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지휘하고 니콜라이 코스터-왈도, 캐리스 밴 허슨, 가이 피어스 등이 출연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작품이지만, 정작 영화는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다.  

드 팔마의 전작 <패션, 위험한 열정>도 독일과 프랑스 자본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 국적이나 제작 규모를 따지지 않는 관객들에겐 다소 이상한 일이겠지만(성공한 할리우드 감독이 타국에서 일하니까) 영화계에선 드 팔마가 <미션 투 마스>를 기점으로 할리우드의 시스템에서 거리를 두는 행적을 일찍이 알아차렸다.

출처<미션 투 마스>

<미션 투 마스>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비싼 영화다. 제작비는 1억 달러. 후에 드 팔마가 회고하기를, 그렇게 많은 제작비는 그렇게 많은 압박을 야기한다는 것을 느꼈단다. 심지어 수뇌부가 교체되는 일까지 겹쳐서 영화를 다시 손봐야 했고, 제작 말기엔 영화에 진짜 필요한 장면을 손볼 예산이 없었다고 한다. <미션 투 마스>의 제작과정을, 그리고 흥행과 비평적 실패를 경험한 그는 대규모 예산을 들인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에서 관심을 끊었다.

드 팔마가 해외 자본에서만 돌파구를 찾은 건 아니다. 미식축구 감독 조 패터노의 일대기를 만들고자 알 파치노와 합심했을 때, 영화로는 제작 가능성이 작아지자 드라마로라도 만들기 위해 HBO에서 팀을 꾸린 적 있다. 그러나 상황은 비슷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알 파치노인데, 자그마치 <칼리토>와 <스카페이스> 콤비인데도 스튜디오는 곳곳에서 거세게 간섭했다. 결국 브라이언 드 팔마는 제작자와 작가 위주의 드라마 환경에 한계를 느껴 2014년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했다(알 파치노는 배리 레빈슨에게 연출을 맡겨 2018년에야 <패터노>를 완성했다).

출처<패터노>

<도미노> 촬영 현장의 사츠리 고라마리자드(왼쪽)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프로젝트가 표류하면서 공백이 길어진 것도 있지만, <도미노> 제작 과정에서 지체된 것도 있다. <도미노>는 덴마크인 프로듀서가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해 스태프들의 임금 체불 문제까지 발생하는 등 제작비 조달에도 걸림돌이 많았다. 나중에 드 팔마 감독이 직접 언급하기론 "이게 내 첫 덴마크 경험이자 아마도 마지막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끔찍한 촬영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그래서 촬영은 2017년에 끝났는데, 영화는 북미에서도 2019년 6월에야 개봉했다. 현지 개봉이 늦어졌으니 자연스럽게 글로벌 개봉도 늦어질 수밖에. 이런 제작과정과 편당 상영 시간이 길어진 요즘 추세와 달리 90분이란 간결한 시간이 맞물려 개봉 직후 '다른 버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딱 잘라서 더 긴 버전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큐멘터리와 공로상, 거장에겐 여전한 존경을

그렇게 브라이언 드 팔마가 새로운 환경을 찾는 사이,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드 팔마>가 2015년 공개됐다. 제목부터 <드 팔마>인 이 다큐멘터리는 노아 바움백 감독과 제이크 팰트로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다큐멘터리 구성은 심플하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소파에 앉아 자신의 삶과 영화 인생에 대해 말한다. 중간중간 그의 영화의 스틸컷이나 영상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보강한다.

(왼쪽부터) 제이크 팰트로, 브라이언 드 팔마, 노아 바움백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드 팔마는 2010년, 제이크 팰트로의 집 거실에서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일주일간 이어진 촬영의 전체 분량은 무려 30시간. 인터뷰 촬영을 하는 동안 드 팔마는 '한 자리에서 썰을 푸는' 컨셉을 유지하자는 두 연출자의 의도에 맞춰 매일 같은 옷을 입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제작기부터 자신을 향한 평가에 코멘트를 달면서 인터뷰를 즐겼다고 한다.  

공백기였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등장으로 드 팔마는 다시 주목 받았다. 인터뷰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당시 그가 했던 인터뷰를 살펴보면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랍스터>와 톰 티크베어의 <홀로그램 포 더 킹>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관해선 점점 높아진 예산 때문에 컴퓨터실에서 사전 시각화를 통해야만 탄생하는 "철저히 인위적인 우주"라고 표현하며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두 감독의 애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드 팔마>에 이어 2016년 베니스 영화제가 공로상을 시상해 거장에게 존경을 표했다.

<드 팔마> 포스터
현재페이지1/총페이지2

사족을 덧붙이자면,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인터뷰에서 노아 바움백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바움백을 90년대 후반에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어서 금방 호감을 느꼈단다. 특히 노아 바움백과 자신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즉 스토리텔링에서 상이한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서로를 더 흥미롭게 여겼다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세 사람이 모여서 영화 얘기를 할 때, 마치 옛날 영화 학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아직 건재해! 앞으로 준비 중인 차기작은?

출처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잔인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는 <도미노>를 "내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패션, 위험한 열정> 이후 그의 각본까지 쓸 '진짜' 프로젝트는 뭘까. 현재 IMDb에 등록된 그의 차기작은 두 편. 하나는 <콜드 앤 킬>. 이 영화는 그동안 '프레데터'(포식자)라는 가칭으로 알려진 바 있다. 드 팔마가 2018년에 언급한 '와인스틴 사건'을 기반한 할리우드 영화계 배경의 공포 영화. 아직 각본 작업 중인지, 아니면 투자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지 본격적인 제작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충격적인 사건을 다룰 <콜드 앤 킬>이 더 주목받고 있지만, 그전에 <스위트 벤전스>라는 신작으로 먼저 돌아올 예정이다. 이 영화는 정확히 어떤 스토리인지 전해지지 않았으나 실제 살인 사건 두 건에서 영감을 받은 범죄 드라마로 알려졌다. 드 팔마 감독은 지난 수십년간 살인사건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니, 모큐멘터리나 TV쇼의 형식을 빌린 작품이 될 것이란 추측이 많다. 

워커홀릭으로 소문날 만큼 영화에만 몰두한 브라이언 드 팔마도 어느새 만 80세가 됐다. 이제는 '노익장'을 내야 할 시간. 이제는 제2의 히치콕이 아닌 유일의 브라이언 드 팔마인 이 감독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차기작을 꺼내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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