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김준한, 짝사랑 연기하며 '성덕'된 사연

조회수 2020. 6. 15. 13: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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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 사진 씨네21 박종덕 객원기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안치홍과 그를 연기한 배우 김준한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은 30대에 들어서 직업을 바꿨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차분하고 침착하다.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공통점이라면, 노력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것. 율제 병원의 에이스 채송화 교수(전미도)의 믿음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밤낮없이 노력하는 안치홍, 그의 직업이 배우였다면 우리는 김준한을 연기하는 김준한을 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노력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자 책임감”이라 생각하며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한 칸씩 늘려가고 있는 그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배우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유월 초. 약속 시간보다 30분 이르게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김준한과 느긋한 대화를 나눴다. 모든 질문에 고민 어린 답변을 내놓았지만, 특히 연기와 관련한 답변을 할 때 신중히 단어를 고르던 모습이 인상 깊었던 배우. 자신의 칭찬이 나올 때마다 쑥스러움 묻은 웃음을 터뜨리던 김준한과의 대화를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안치홍 캐릭터의 인기와 함께 김준한 배우의 인기도 수직 상승 중이다.


댓글 등 반응을 보며 ‘작품을 되게 많이 사랑해 주시는구나’ 느꼈다. 주변 사람들은 정말 많이 보더라. 그건 확실한 것 같다. “방송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이번에 제일 많이 받았다. 


본인의 인기를 실감하나. 


아, 오늘 알았는데.(일동 웃음)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목소리를 듣고 알아보시더라. 신기했다. 


신원호 감독의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송지원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했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역할을 염두에 두고 연락을 주신 것 같다.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주진 않으셨지만, 육사 출신, 뒤늦게 의사가 된 캐릭터고, 여자 주인공과 러브라인이 있다는 정도의 정보를 알려주셨다. 


드라마 비하인드 영상들을 찾아보니 캐릭터와 성격이 똑같은 것 같더라. 안치홍과 본인은 얼마나 닮았나. 


닮은 점이 있긴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다양한 성격 안에서 치홍이랑 닮은, 차분하고 조용한 부분을 찾아내 연기했다. 그래도 평소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텐션은 훨씬 높다. 말하자면 ‘인싸’ 기질이.(웃음)

신원호 감독의 드라마,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에선 서브 남주, 짝사랑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전작을 다 봤지만 치홍이가 그런 포지션일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주인공 다섯 명이 있고, 나는 조연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전작에선 주인공 다섯 명 사이에서 러브 라인이 형성되지 않았나. 그래서 조금 다른 포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채송화 교수님을 연기한 전미도 배우, 이익준 교수님을 연기한 조정석 배우까지, 좋은 분들이랑 작업을 하게 돼서 나로선 너무 행운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화 중,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 흐르는 치홍의 짝사랑 회상 신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신원호 감독이 치홍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사했다. 일단 치홍의 장면에 토이의 노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난 토이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해도 진짜, 과언이 아니다. 내가 토이의 팬인 걸 아는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연락을 할 정도였다. 성공했다고. 성덕이다, 성덕.(웃음) 감독님과 작가님은 내가 토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쓰신 것 같다. 대본엔 그냥 ‘BGM-토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토이의 어떤 노래가 나오려나 궁금해서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고민 중이라고, “편집 다 해보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쓰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노래가 나오는 건 나도 방송을 보고 알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두 캐릭터 모두 사랑을 완전히 이루지 못 했다. 팬들 사이에선 ‘김준한 배우가 이우정 작가에게 뭐 잘못한 거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애정을 담아 글을 써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대본 맞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몰래카메라 아니냐”고. 그 정도로 애정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앞서 드라마 <봄밤>에서도 일방적인 사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김준한 배우의 쌍방 로맨스를 보고 싶은데.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지 않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코미디 장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픈 이야기, 여운이 오래가는 사랑 이야기도. 인터뷰를 하다 깨달았는데, 내가 사랑 이야기를 참 좋아하더라. 좋아하는 영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두 사랑 이야기를 꼽았다. 특히 허진호 감독님의 멜로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같은…. 이렇게 삶에 깊숙이 남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할 수 있으면 너무 의미 있을 것 같다.

출처: <슬기로운 의사생활>

“작품에 들어서기 전 다양한 공부를 한다”고 답한 인터뷰를 봤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신경외과 전공의 3년 차를 연기해야 했으니,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소위 말하는, ‘메소드’라고 해서 완전히 의사가 된 듯 연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은 정말 의사가 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공부와 실습, 제대로 눈을 붙이지도 못한 채 환자들을 돌보는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과정을 거친 후 그 자리에 계신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대한 감정을 이입해서 간접 체험해보려 노력했다. 상상력에 기대거나, 이전의 것들을 재생산하고 싶진 않아서 의학 드라마나 의학 영화를 참고하진 않았다. 대신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들을 찾아봤다. 그분들은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그런 관찰이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에 독서 모임을 나간다고. 자기관리가 투철한 걸 보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 후반부엔 분량도 많아지고 영화 촬영도 병행해서 시간이 얼마 없었다. 최근 한두 달 정도는 독서 모임에 소홀했는데, 이제 다시 열을 올려야지.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추구할 뿐이다.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고 책임감이기도 하다. 사랑받을 노력하지 않고서 사랑받으려고 하는 건 이기적이지 않나. 점점 더 사랑해 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허스토리>
출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박열> <허스토리> <변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지금까지 연기해온 캐릭터의 개성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어떤 기준을 두고 캐릭터를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대본을 보고 “이거 내가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다”,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캐릭터들이 있다.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렴풋이나마 떠오르는 캐릭터들. 그런 인물을 만나면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질문은 많이 들으셨겠지만(웃음). izi 멤버로 밴드 활동을 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그 과정이 궁금한데. 


실은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당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조운 배우와 함께 살았는데, 형이 작품 준비하고 올리는 과정을 보며 무척 흥미로웠다. 더 끌린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사람과 세상을 탐구하는 과정이 재미있어 보이더라. 같이 살면서 형에게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했던 기억도 있다. 책을 사서 독백 연기를 해보기도 하고. 당시 “연기를 하지 말고 말을 해라”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그 말이 무척 크게 와닿았다. 이후 군대에 갔고, 가서도 계속 그 생각을 했다. 말을 한다는 건 뭘까. 그 고민을 하면서 전역한 후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스물아홉 살 때부터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조금씩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편 변호사로 출연한 박형수 배우와 데뷔작 <커튼>을 함께 촬영했다. 시작을 같이 한 배우들과 큰 작품을 함께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다들 무명 시절부터 같이 연습하고, 작품도 하고 했던 배우들이 지금은 이렇게 상업 작품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 서로 보면서 신기해하고 그런다. 음문석 형이랑은 둘 다 정말 무명일 때 3년 동안 같이 살기도 했다. 같이 오디션 준비도 하고, 집에서 밥도 해먹고. 지금은 둘 다 활발하게 활동 중이니, 가끔 둘이 앉아서 “산다는 게 참 신기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연기가 직업이 되었으니까. 참 벅차고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보면 <변산> 촬영장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함께 출연한 배우 고준이 연기 스승이었다고. 


고준 형한테 연기를 배웠다. <변산> 촬영 현장은 정말 재미있었다. 회차가 10회차 미만이라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이 못 어울리긴 했는데. 우선 이준익 감독님이 너무 좋으시고. 감독님은 대선배님이지만 친구 같으시다. 평소에도 자주 찾아뵙는다. 제겐 은인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친구처럼, 옆에서 든든하게 많은 것들을 티 내지 않고 물려주시는. 너무 감사한 분이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에도 출연하냐고 물어보자) 잠깐 나온다. 


이준익 감독과 처음 만난 <박열> 속 다테마스의 한국어 대사 연기가 본인의 아이디어였다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이와 같이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번 촬영하면서 애드리브를 거의 안 했는데, 하나 있긴 했다. “망했다”란 부분. 전세 사기를 당한 도재학 선생(정문성)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신경외과에 왜 지웠했냐”는 물음에 치홍이 “다큐 봤는데 신경외과만 앉아서 수술하더라고요” 답하는 부분이 있다. “안 그런 수술이 더 많아, 채송화 교수님은 목 디스크야”라는 용석민 선생(문태유)의 대사 뒤, 내 대사는 “그러니까요. 어떡하죠?”가 전부였다. “망했다”는 즉흥적으로 붙인 대사다. 


가장 신경 쓰며 촬영한 장면도 궁금한데. 


(오래 고민하다) 기억에 남는 신이 정말 많다. 특히 ‘이건 정말 신경 써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한 장면은 김현수 환자의 각성 수술을 진행하는 장면이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 수술의 고증에 있어서도 중요한 신이었기 때문에, 자문의 선생님에게 더 꼼꼼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촬영하면서 감정이… 울컥하는 게 있더라. 감독님이 연출을 너무 잘 해주셔서,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울컥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함께 호흡을 맞춘 여러 배우들이 뮤지컬 무대 출신이다. <변산>이나, 독립영화 <헬로 스트레인저>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는데. 음악 영화나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기회가 된다면! 안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오랫동안 공부해온 건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로서 할 수 있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운동으로 따지면, 뮤지컬은 아예 다른 종목의 운동이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종목이어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하게 되더라도, 정말 제대로 된 마음가짐이 필요하겠지.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들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정말 대단하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닐 거다. 오히려 미도 누나를 보며 신기했다.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아본 게 처음이라고 누나가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첫 방송을 보니까 너무 잘하더라. (감탄하며) 심지어 밴드, 악기 연주도 잘한다. 이번에 베이스를 처음 접했다던데 너무 잘하더라. 미도 누나 같은 사람이 특출난 거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밴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드러머 출신이지 않나. 촬영장에서 실력을 보여준 적 있나. 


한 번 한 적 있다. 감독님이 하도 연주해보라고 하셔서.(웃음) 한 번 뚝딱뚝딱했는데 스태프분들이 다 와서 동영상 찍으시고. 부끄러웠다. 오랜만에 치는 거라 잘 치지도 못하는데. 


그 동영상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나. 


영원히 못 볼 거다.(웃음) 그건 영원히 개인 소장하시는 걸로. 재미있긴 했다. 옛날 생각도 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에서 안치홍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출연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작가님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잘 써주실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을 비운 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들을 써오셨으니까. 이번에도 그러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차기작은 정우성 배우의 첫 연출작 <보호자>다. 정우성 감독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함께 출연했다.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을 것 같다.


비하인드….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조금(웃음). 감독님에게 들은 걸 전달하자면, 우선 <박열>을 되게 좋게 보셨던 것 같다. <박열>에서의 모습을 좋게 보셔서 기억하고 계셨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때 만나서 하는 걸 보고, 그 역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래서 <보호자>에 캐스팅해 주신 게 아닐까.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정말 많이 배웠고.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차곡차곡 색다른 캐릭터를 쌓으며 충무로 중심에서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지금 이 지점에서, 배우로서 지닌 목표가 있다면. 


지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그런 부분을 채워나가려 노력한다. 작품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꾸준히,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배우로서도 소진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워나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될 것 같다. 그렇게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마지막 질문. 최희서 배우의 SNS 계정에 올라온 본인의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SNS 계정을 개설할 계획은 없나. 


운영할 계획이다. (인터뷰 노출 일을 듣고) 기사 나가기 전에 오픈하도록 해보겠다.(웃음)


그리고 그 말을 지킨 김준한 배우. 개설된 지 일주일도 안 된 따끈따끈한 인스타그램 계정 링크를 첨부한다. 팬이라면 바로 팔로잉 버튼을 눌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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