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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UP! 싱그럽고 청량한 여름 공기 담은 영화 5편

조회수 2020. 6. 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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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목덜미가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거나, 눅눅한 공기가 가득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거다.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까지 싱그럽고 청량한 여름 기운을 전하는 여름 배경 영화 다섯 편을 골랐다. 


미드 90

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루카스 헤지스, 캐서린 워터스턴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형과 자신을 어린아이로만 취급하는 엄마. 집안 그 누구에게도 완벽히 의지할 수 없는 소년 스티비(서니 설직)는 집 밖의 세상이 궁금하다. 형의 방에서 각종 포스터와 CD, 믹스테이프 등을 몰래 훔쳐보며 ‘쿨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속으로만 삭히던 어느 날. 스티비는 동네의 쿨한 형들과 어울릴 기회를 얻고,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인생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시켜나간다. <레이디 버드> <미드소마> 등 믿고 보는 작품을 여럿 탄생시킨 미국의 인디영화 제작사 A24의 작품. 제목 그대로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미드 90>은 음악부터 소품까지 그 시절의 유행 아이템들을 곳곳에 배치해 추억을 소환한다. 형들을 따라 그간 자신이 접하지 못했던 세계로 겁 없이 풍덩 뛰어드는 스티비의 모습은 그와 같은 성장을 경험한 모든 이들의 공감을 살 것. 비디오테이프의 4:3 화면비는 VHS 시대 관객에게 아련한 추억을 전한다. <킬링 디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던 서니 설직의 얼굴이 돋보인다. 배우 조나 힐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17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그의 권태로운 나날이 뒤집힌 건 24살의 미국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나타나고서부터다. 엘리오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6주 동안 마을에 머물게 된 올리버. 모든 이에게 호감을 사는 올리버는 단숨에 엘리오의 마음을 빼앗고, 엘리오는 매 순간 온몸이 녹을듯한, 절절한 첫사랑을 경험한다. 자전거를 타던 엘리오와 올리버의 머리칼 끝을 스친 바람, 달큼한 복숭아 향, 목덜미를 달구는 강렬한 햇빛과 적당히 습하고 뜨거운 여름밤의 공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영화 속 모든 감각을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해낸다. 이 영화를 최고의 여름 영화로 손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워 한참을 머뭇거리다 책을 떨어뜨려 잠든 올리버를 깨울 정도로 숫기 없다가도, 끝내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펑펑 눈물을 쏟아내고 말던 엘리오.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미세한 감정의 파동을 꾹꾹 눌러 담아낸 티모시 샬라메는 이 작품을 통해 또래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녹색 광선

감독 에릭 로메르

출연 마리 리비에르

1986년 파리, 델핀(마리 리비에르)는 여름휴가 시작 전 친구로부터 함께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는다. 긴 휴가 기간 동안 홀로 지낼 처지에 놓인 델핀은 함께 휴가를 보낼 사람을 수소문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주변에선 적극적으로 나서 남자친구를 사귀길 추천하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델핀에겐 별다른 조언이 되질 못한다. 결국 친구의 권유에 따라 등 떠밀리듯 노르망디에 위치한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 델핀. 모두 잘 어울리며 즐거워하지만, 낯선 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된 델핀은 여전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녹색 광선>은 쥘 베른의 동명 소설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다. 남들의 기준과 조언에 제 자신을 끼워 맞출 것인가, 혹은 구석에서 눈물짓더라도 묵묵히 자신이 믿는 길을 걸을 것인가. 로맨스를 기반으로, 삶의 나침반 앞에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흔들리는 청춘의 싱그럽고 멜랑꼴리한 여름을 담아낸다. 개봉 후 30년을 훌쩍 넘긴 현시대 청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명작. 프랑스 누벨바그의 상징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로 활동한 에릭 로메르 감독의 대표작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감독 장건재

출연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흑백의 1부는 영화감독 태훈(임형국)이 새 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 나라현 고조시를 방문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태훈은 조감독 미정(김새벽)과 마을 곳곳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쨍한 햇빛을 비추며 막을 여는 2부부터 영화는 컬러로 전환된다. 2부는 1부의 태훈이 만든 고조 배경의 영화다.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온 혜정(김새벽)은 감 농사를 짓는 청년 유스케(이와세 료)를 만난다. 유스케는 혜정의 가이드가 되고, 두 사람은 고조 거리 곳곳을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가장 큰 매력은 그 해 고조시의 여름을 툭 잘라 담아온 듯한 생생함이다. 보기만 해도 후텁지근해지는 뙤약볕,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발 소리,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과 말 사이 짧은 정적에 담긴 미묘한 감정까지.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경험해본 적 없는 이일지라도, 어쩐지 비슷한 기억을 조작하게 만드는(!) 짙은 여운을 전한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블레이크 제너, 조이 도이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멀어진 것 중 하나. 음주와 가무를 곁들인 지인들과의 만남이다. 특히나 심한 더위가 오기 직전인 지금 날씨는 낮이든 밤이든, 누굴 만나기에도 몹시 적절한 날씨라 코로나19가 더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할 영화가 바로 <에브리바디 원츠 썸!!>. 제목 그대로 누군가와의 썸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다. 1980년대 텍사스의 한 대학을 배경으로, 야구부 학생들의 개강 3일 전 풍경을 담는다. 이들은 술 마시고 놀고, 술 마시고 춤추고, 술 마시고 파티하고, 가끔 야구를 하고, 그 사이사이 여자 이야기를 나눈다. 열기를 잠재우지 못하는 난장판 청춘을 조명한 코미디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답게 예상치 못한 순간 마음을 쿵 울리는 대사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난장판인 것 같지만 클로즈업해서 보면 제각각의 반짝임을 품고 있는, 시답지 않아 보이던 순간을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능력이 빛나는 청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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