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기본이고 명짤까지 탄생시키는 이 남자
마이클 스콧
<오피스>
스티브 카렐식 코미디의 알파이자 오메가. <오피스>(미국 리메이크판)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오피스>가 곧 스티브 카렐이고, 스티브 카렐이 곧 <오피스>란 사실. 던더 미플린 제지회사 스크랜튼 지점의 일상을 그린 <오피스>에서 스티브 카렐이 맡은 역은 점장 마이클 스콧. 점장이란 위치가 무겁게 들리지만,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을 하든 주변의 관심을 꼭 받아야 하는 관종이라 권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매번 일을 크게 만드는 사고뭉치 수준.
마냥 멍청하고 민폐덩어리인 듯하지만 은근히 도움이 되는 조언과 위기를 뒤엎는 결단력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지만 정감 가는' <오피스>의 상징적인 캐릭터. 스티브 카렐의 실제 성격과 마이클 스콧은 판이하게 다르다는데, 그럼에도 마이클 스콧은 카렐의 애드리브와 아이디어가 한껏 들어간 거로 유명하다. <오피스> 드라마 자체는 '일상을 촬영하고 있다'는 설정을 가진 모큐멘터리로, 국내에도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와 <막돼먹은 영애씨>에 영향을 줬다.
에반 백스터
<브루스 올마이티>
앤디 스티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마이클 스콧에서 보듯, 스티브 카렐은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코미디에 대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그런 점이 가장 잘 발휘된 영화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티브 카렐은 주인공 앤디 스티처 역뿐만 아니라 주드 아패토우 감독과 함께 각본을 집필했다. 제작 허가를 못 받을까봐 좀 더 수위가 낮은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던 그의 우려와 달리,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호평과 흥행 모두 사로잡는 가성비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스티브 카렐이 앤디라는 캐릭터를 완성시킨 일등공신이란 일화. 주드 아패토우 감독과 스티브 카렐은 체중 감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의견이 갈렸다. 감독은 앤디가 지나치게 '멋있어 보일까봐'(카렐이 결코 못생긴 외모는 아니니까) 감량을 반대했는데, 카렐은 앤디의 '외모'가 아니라 '성격' 때문에 총각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카렐이 아패토우 감독을 납득시켜 체중을 줄여 지금의 앤디가 완성된 것. 카렐의 섬세한 캐릭터 설계에 앤디는 단순히 우스꽝스런 노총각이 아니라 나름의 성장을 거치는 남성으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