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줄리안 무어가 신작 촬영 중 연기에 집중 못 했던 이유

조회수 2020. 4. 25.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줄리안 무어가 할리우드에 남긴 궤적을 짚어보자. <스틸 앨리스> <로렐> <매기스 플랜> <글로리아 벨>… 최근작만 언급해도 그녀가 늘 입체적인 여성들의 서사에 주목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작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역시 마찬가지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동명 영화를 크로스 젠더 리메이크한 영화다. 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과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 사업 파트너로 만난 두 사람의 인생이 테레사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줄리안 무어가 주연, 그리고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묵직한 신뢰를 더한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촬영 현장. (왼쪽 사진, 왼쪽부터) 바트 프룬디치 감독, 줄리안 무어.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줄리안 무어가 남편 바트 프룬디치와 10년 만에 감독-배우로 재회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영화의 국내 개봉을 맞아 바트 프룬디치 감독, 주연 배우 줄리안 무어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그중 줄리안 무어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그녀의 답변이 영화를 배로 즐기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출처: (왼쪽부터) <애프터 웨딩>(2006) 속 롤프 라스가드, <애프터 웨딩 인 뉴욕>(2020) 속 줄리안 무어

- 원작 <애프터 웨딩>(2006)을 처음 본 건 언제였나. 보고 난 후 감상도 궁금하다.


= 정말 좋았다. 남편과 함께 원작을 봤는데, 당시 바트 프룬디치는 인간적이면서 울림을 주는 영화들을 찾아 미국식으로 각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애프터 웨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영화다. 로맨틱함과 결혼 생활을 복합적으로 다루며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아주 좋아한다. 


- 테레사는 <애프터 웨딩> 속 욜젠(롤프 라스가드)을 크로스 젠더 리메이크한 캐릭터다. 욜젠은 딸의 결혼식에 제이콥(매즈 미켈슨)을 초대하고, 그가 운영하는 아동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다. 원작을 봤을 때부터 욜젠 역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나. 


= <애프터 웨딩>을 보며 욜젠 역에 무척 끌렸다. 롤프 라스가드가 욜젠을 연기했는데, 굉장히 미스터리하고 흥미진진하더라. 엄청난 에너지와 생명력을 지닌 배우라 그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다 본 후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저 역할 하고 싶어!”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속 테레사는 감정의 높낮이가 심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테레사를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 테레사는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라 좋았다. 그녀가 늘 사려 깊지 않다는 부분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을 잘 이끌어오다가 갑작스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을 마주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이자벨을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에게 직접 캐스팅 메일을 보냈다고. 이자벨 역에 미셸 윌리엄스를 떠올린 이유가 궁금하다.


= 감독이 이자벨 역을 맡을 배우를 떠올렸을 때 1순위로 생각했던 배우가 미셸 윌리엄스였다. 미셸 윌리엄스는 상당히 정교하고 섬세하면서 깊은 감성을 지닌 배우다. 미셸 윌리엄스가 자신이 지닌 강렬함을 캐릭터에 불어넣어 주길 바랐다. 미셸 윌리엄스는 대단한 재능을 지닌 배우고, 이전에 함께 작업한 적이 없어서 그녀와 함께 일할 생각에 매우 들떠 있었다. 나 역시 배우라서, 미셸 윌리엄스처럼 많은 캐스팅 제의를 받는 배우에게 빠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고 있다. 난 그녀의 이메일 주소를 알고 있었고, 우리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는지 묻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그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극 중 이자벨(미셸 윌리엄스)과 테레사(줄리안 무어)가 언성을 높이는 신이 인상 깊더라. 화가 난 이자벨이 펄펄 끓고 있으면 테레사가 이성적인 말 몇 마디로 그 위에 찬물을 부어버리는 식이다. 미셸 윌리엄스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꽤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자벨과 테레사에게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이들이 다른 방향의 삶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는, 매우 다른 여성들이라는 거다. 동시에 두 사람은 스스로의 결단력 있는 선택으로 일궈낸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이자벨과 테레사가 언성을 높이는 장면은 자신의 삶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과 같다. 


- 테레사는 뉴욕에 초대한 이자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테레사의 선택은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테레사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녀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 솔직한 심정으론 테레사가 복잡한 인간으로 표현되길 바랐다. 영화 속에 영웅과 악당은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테레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된다고 믿는 엄청난 특권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그 판단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그 선택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 테레사는 생각이 깊고 가족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목적에 맞게 누군가의 삶을 빼앗기도 한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촬영 현장의 줄리안 무어

-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프로듀서로 함께 참여한 영화이기도 하다. 프로듀서로는 어떤 고민을 했나.


= 프로듀서로 일하는 건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배우로 활동하며 영화 제작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았고,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작자는 항상 영화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려 노력한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제작 일이 더 쉽게 느껴지더라. 반대로 배우로서 촬영에 임할 땐 연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글로리아 벨> <스틸 앨리스> <캐리> <헝거게임> 시리즈 등 원작이 있는 작품에 많이 출연해왔다. 


= 원작들을 늘 사랑해왔다. 작가, 감독이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작품에 임하는 점을 높이 산다. 누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창작자들에게 늘 관심이 간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단편 소설집이 있는데, 언젠가 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출처: <애프터 웨딩 인 뉴욕>

- 줄리안 무어의 필모그래피는 할리우드에서 최고로 넓은 폭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디 영화와 상업 영화가 뒤섞여있고 장르마저 다양하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 정말 고맙다. 대본을 읽을 때까진 어떤 역할을 맡을지, 아무것도 모른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건 흔한 일이다. 자가 복제 식의 연기를 하고 싶지 않고, 재능 있는 영화 제작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 <디 아워스>부터 최근작 <스틸 앨리스> <로렐> <글로리아 벨> <더 글로리아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 속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 흥미로운 여성들의 이야기가 참 많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냐는 거다. 영화 속에서 남성 캐릭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여성 캐릭터는 실망스럽다. 


- 추상적인 질문일 수 있지만 궁금하다. 줄리안 무어에게 있어 연기란 무엇일까. 


= 내 일을 너무 사랑한다. 인간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단지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작품 속에서 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누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연기는 내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난 연기에 끝없이 마음을 빼앗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