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루에 10억 이상 날리고 있다는 할리우드 상황

조회수 2020. 4. 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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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스크린에서나 보던 재난 영화의 풍경을 스크린이 마주하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확산되며 전 세계의 영화 산업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여러 해외매체가 보도한 사실을 종합해 코로나19로 인해 할리우드가 얼마나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 멈춰 선 할리우드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세계 보건 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했다. 7만 개의 스크린을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박스오피스가 멈춰 서고, 한국 및 이탈리아 등 월드 박스오피스 수익이 휘청이기 시작하자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미루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유럽 및 북미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신작 제작 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박스오피스 손실액, 20조에 다다를 수도?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박스오피스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올해 춘절 기간을 기준으로 코로나19가 아시아 전역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중국 박스오피스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420만 달러. 같은 시기의 작년 수익 17억 6천만 달러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박스오피스가 재채기를 하면 할리우드는 감기에 걸린다”고 했던가. 이에 <1917> <작은 아씨들> <닥터 두리틀> 등의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들이 중국 개봉을 진행하지 않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

박스오피스 수익 하향 곡선이 가파르게 떨어진 건 할리우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3월 북미 박스오피스는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추산된 월드 박스오피스 손실액은 70억 달러. 다수의 해외 매체는 5월까지 이 사태가 이어질 경우 손실액이 17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돈으로 약 20조 7485억 원에 다다르는 금액이다.

개봉 연기한 영화들의 손실액은 몇 백억 원?

출처: <블랙위도우>
출처: <완다비전>

<블랙 위도우> <원더우먼 1984>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모든 대형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했다. 이들은 이미 지불해버린 홍보비를 감당해야 한다. 미국 최고의 쇼로 불리는 슈퍼볼 경기로 예를 들어보자. 슈퍼볼 경기는 영화 팬들에게 그 해 최고 기대작의 예고편을 볼 수 있는 행사로 취급되기도 한다. 올해 슈퍼볼 경기에선 <블랙 위도우> <007 노 타임 투 다이> <뮬란> <분노의 질주: 얼티메이트>,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될 <완다비전> <팔콘 앤 윈터 솔저> 등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예고편을 상영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1500만 달러, 한국 돈으론 183억 원이다. 이렇게 홍보를 많이 한 영화일수록 손실이 큰 셈이다.

출처: <뮬란>

가장 먼저 개봉을 늦춘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손실액은 3천만 달러에서 5천만 달러(한화 약 365억 원에서 609억 원)로 추측됐다.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을 연기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박스오피스에서의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007 스펙터>는 8350만 달러, <007 스카이폴>은 593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중국 박스오피스를 대놓고 겨냥한 <뮬란>이 입은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뮬란>은 개봉을 앞두고 LA 프리미어 상영까지 진행했던 상태였다. 그와 비슷한 시기 개봉 예정이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역시 개봉을 8일 앞두고 무기한 연기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개봉 연기가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약 3천만 달러의 손실을 안길 것”으로 추측했다.

제작 중단된 영화들의 손실액은?

<더 배트맨> 촬영 현장

팬데믹 선언 이후 2021년 개봉 예정으로 촬영에 들어섰던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대형 영화들이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현 영화 산업에서 가장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는 월트 디즈니 역시 “실사 영화 제작을 중단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피터팬과 웬디>, <나홀로 집에> 리부팅, <인어공주> 등의 작품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신작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의 제작도 함께 미뤄졌다. 이 무렵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의 감독 데스틴 크리튼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출처: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

해외 매체들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나 <인어공주> 같은 대형 영화의 경우, 제작이 중단되면 한 영화당 하루에 30만 달러에서 35만 달러(한화 약 4억 2천만 원)을 손해 보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LA 타임즈’는 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월트 디즈니가 현재까지 약 60억 달러를 손해 봤다”고 전했다. 한국 돈으로 7조 3230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NBC 유니버설의 모기업 컴캐스트는 약 40억 달러의 손실액을 기록했다”고. 그 외 다른 스튜디오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중이다. 해외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북미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의 하루 제작비는 약 1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사태가 지연되면 영화의 예산 역시 한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화계 종사자 일자리 손실, 현재까지 적어도 17만 명?

출처: <기묘한 이야기 4>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10명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는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영화관을 비롯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각종 장소들이 영업을 중단했고, 스튜디오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예방 차원에 따라 <아바타> 속편, <신비한 동물사전 3>를 비롯한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부터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들까지 모두 제작 중단에 들어섰다. 그 외의 촬영장 역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를 비롯해 수백 개의 프로그램이 제작을 지연시키거나 중단시켰다. 지미 팰런이나 엘런 드제너러스가 진행하는 유명 토크쇼들은 “방청객을 초대하지 않고 녹화 방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제작을 중단한다”는 새로운 입장을 전했다.


연출자, 촬영팀을 비롯해 미술부, 조명부, 의상 디자이너, 헤어/메이크업 종사자, 배우들까지. 자연스레 일이 끊긴 업계 종사자들이 늘어났다. 미국 연예산업노조(IATSE,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는 “영화 산업이 쇠퇴하며 약 12만 명의 할리우드 영화인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금전적 보상 없이 단기간 내 해고된 프리랜서들은 더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영국의 방송, 엔터테인먼트, 통신 및 극장 연합(BECTU, Broadcasting, Entertainment, Communications and Theatre Union) 측은 “5만 명의 영화계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그중 71%에 해당하는 3만 5천 명이 프리랜서로 추정된다. BECTU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소규모 영화 프로덕션은 무기한으로 수입이 없는 날들을 버텨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긴급 지원책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답은 스트리밍 서비스?

출처: <블러드샷>

이에 스튜디오들이 꺼내든 카드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미국 영화관들이 영업을 중단하기 전, 3월 초중반 개봉한 북미 개봉작은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관객을 찾는 방법을 택했다. 개봉일을 기준으로 70일에서 90일의 홀드백 기간이 지난 후 VOD 서비스를 시작했던 이전과 다른 행보다. 빈 디젤 주연의 <블러드 샷>이나 벤 애플렉 주연의 <더 웨이 백> 등이 19.99 달러로 관객에게 2일 동안 대여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와 같은 디즈니의 신작들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다.

출처: <트롤 : 월드 투어>

유니버설 픽처스 측은 미국 내 극장 방문이 어려워짐에 따라, 극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제공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전하며 신작들의 극장, VOD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첫 타자 <트롤: 월드 투어>를 시작으로 유니버설 픽처스의 영화들은 VOD 서비스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스크린으로 만족하기 어려운 수익을 안방극장에서 거두고, 관객들은 신작을 집에서 편안하게 관람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인 셈이다. 유니버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른 스튜디오 역시 이와 같은 방법을 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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