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10대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그린 '하이틴'은 드라마 장르 중에서도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철없는 그들의 방황기는 유치하고 자극적이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막장 전개와 하이틴 드라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누군가에겐 길티 플레저일 하이틴 드라마 중,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은 다섯 편을 모아봤다.   

'XOXO, 가십 걸~'. <가십걸>은 세계 최대 부촌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를 배경으로 미국 상류층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살고 있는 이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사이트 '가십걸'이 생겨나고, 주인공사들과 가족들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얽혀버리고야 마는 복잡한 관계들과 인물들의 성장이 중심을 이룬다. 하이틴 드라마의 원조격으로 오랜 기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진 주인공이었던 세레나 역의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블레어 역의 레이튼 미스터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방영되는 하이틴물보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는 덜하지만 반전과 엇갈리는 러브라인, 블레어와 세레나의 우정이 꾸준한 흥미를 유발해 재생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가십걸>은 2019년 리부트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2020년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원작 종영 시점에서 8년이 흐른 후를 배경으로 새로운 상류층 청소년들이 등장,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오리지널 배우들의 정식 출연은 없지만 카메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오리지널 내레이션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틴 벨이 리부트에 다시 한번 내레이션으로 참여한다. 총 10부작 방영 예정.   

매운맛 하이틴의 조상. 하이틴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손대봤을 드라마 <스킨스>다. 영국을 배경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탈과 성장을 그렸다. 물론 그들의 일탈은 우리의 일탈과 현저히 다르다. 제멋대로 바람을 피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마약으로 인생이 망가지기도 하며, 애정결핍으로 인한 거식증을 앓다 자살시도까지 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꽤 적나라하게 등장해 모방 위험성의 문제로 영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심인물인 토니를 연기한 니콜라스 홀트의 출세작이자, 게이 친구 맥시 역의 밋치 휴어와 함께 잘생긴 외모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데브 파텔의 데뷔작이기도. 시즌 1, 2의 주연들이 시즌 3에선 대거 하차했기에 인기가 주춤했으나, 주연 자리를 이어받은 에피 역의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퇴폐미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압도적으로 화제성을 띄워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암울해져가는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하차한 이들도 꽤 많았다고.

총 시즌 4 (방영 중)

출연 / K.J 아파, 릴리 라인하트, 카밀라 멘데스, 콜 스프라우스, 매들린 팻쉬

하이틴에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더한 드라마도 있다. <리버데일>은 평화롭던 마을 리버데일에서 일어난 한 소년의 실종과 이에 대한 거짓말이 밝혀지며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담았다. 4-50년대 미국을 강타한 청춘물 <아치 코믹스>를 원작으로, 베티, 저그헤드, 베로니카 등의 주연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대게 가볍고 재기발랄한 하이틴과는 거리가 먼 데, 스릴러와 범죄 장르를 취하고 이따 보니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막장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들의 연애와 가정사, 가족사가 한데 뒤엉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가 펼쳐지고, 때로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뜬금없는 뮤지컬 시퀀스는 당황스러울 정도. 그러나 그 맛에 보는 것이 바로 하이틴 아닌가. <리버데일>은 현재 시즌 4가 방영 중에 있으며, 넷플릭스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미국·영국이 아닌 생소한 노르웨이 드라마 <스캄>은 국내 드라마 팬들 사이 암암리에 소문나 있는 하이틴 물이다. 따지자면 소개한 다섯 편 중 막장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순한 맛에 속하니 입문용으로도 추천한다. 2015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총 시즌 4 끝에 종영됐다. 오슬로 서부의 하트빅 니센 고등학교 학생들의 일상을 그렸다. 시즌마다 주인공을 달리하는데, 이삭-에반 퀴어 커플이 주인공인 시즌 3가 네티즌들 사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현재까지 독일, 네덜란드, 미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리메이크를 진행 중이며, 국내에선 프랑스판이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되었다. <스캄 프랑스>의 경우 노르웨이 버전을 착실히 따라간 리메이크에 속하는데, 그래서인지 루카스-엘리엇 커플이 등장하는 시즌 3가 반응이 가장 좋다고.

<스캄>의 주요한 특징은 SNS를 활용한 독특한 연출법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들마다 개인 SNS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도 존재하는 계정이며 이는 동기화되어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3월 26일 주인공 A의 인스타그램에 'B와 밥을 먹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작 중에서도 고스란히 그 내용이 등장한다. 인물들의 SNS 채팅 내용도 포함이다. 이를 통해 <스캄>은 팬들이 실제 드라마에 속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의 전개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매운맛을 넘어 중독성 강한 '마라맛 드라마'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엘리트들>. 상류층 청소년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 판 <가십걸>로 불리기도 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스페인 엘리트 계층의 자녀만 입학할 수 있는 라스 엔시나스 학교에 사무엘, 크리스티안, 나디안이 전학을 온다. 이들은 상류층과 거리가 먼 노동자층의 자녀들로 산 에스테반 고등학교의 학생들이었으나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자 장학생 신분으로 라스 엔시나스에 오게 된 것. 사무엘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마리나와 가까워지고, 크리스티안은 구스만 일행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구스만은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나가 수영장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며 라스 엔시나스의 아이들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엘리트들>은 마리나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파헤쳐 가는 동시에 정체성이 아직 채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방황과 오해, 질투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개성 강한 주, 조연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챙겨 보는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높은 인기의 원동력은 높은 수위와 막장으로 치닫는 전개일 테다. 무심코 재생했다가 한 번 빠지면 다른 드라마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 오는 13일 시즌 3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