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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찾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5

조회수 2019. 12.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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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떡밥'이었다. 마블 영화들은 매번 다음 편을 암시하는 떡밥을 던졌고,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 전반에 범인 '까불이'가 누구일지 추측하게끔 하는 떡밥을 매회 뿌렸다. 한국을 넘어 북미에서 인기몰이 중인 <기생충> 역시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 속에 정교한 의미를 담아 해석하는 재미를 준 영화였다. 떡밥 찾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기생충

출처: <기생충>

올해 5월 개봉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 국내 천만 관객 달성의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북미에서 쏟아진 호평에 힘입어 아카데미 수상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원 백수 가족 중 장남 기우(최우식)는 한 부잣집 가정에 과외교사로 들어가 남은 백수 가족들을 미술 선생님, 운전기사, 가정부로 줄줄이 굴비 엮듯 소개해준다. 이들은 교묘하게 부잣집의 삶을 파고든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백수 가족의 삶을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루는 반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은 비일상적으로 표현된다. 그 괴리감이 담긴 장면들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여러 캐릭터들이 뿌리는 떡밥은 전개를 예측하는 재미를 준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일지라도 봉테일 봉준호가 만든 예상치 못한 디테일한 장면들을 통해 예측한 전개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인물들의 눈을 가리고 한켠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다리만 찍은 기이한 포스터부터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그래서 저 다리는 누구 다리인데? 아직도 안 봤다면 영화로 확인하시길.

어스

출처: <어스>

<겟 아웃>으로 이미 떡밥 뿌리기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전적이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 <기생충>과 유사한 면이 많다. 한 4인 가족 앞에 의문의 가족이 집을 침입한다는 설정을 활용해 사회의 계층을 이야기한다는 커다란 틀이 비슷하다. 호불호로 반응이 갈린 점도 흥미롭다. 두 영화 중 하나를 재밌게 봤다면 다른 영화도 재밌게 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어스>는 영화 속 상징과 떡밥들을 얼마나 이해했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미국의 'Hands Across America' 캠페인과 그 무렵의 미국 역사를 약간만 알고 관람해도 보이는 부분이 많다. 중의적 의미를 담은 영화의 제목,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인물의 소품, 영화 속 등장하는 공간과 동물로 표현된 상징까지. 물론 이러한 것을 다 캐치하지 못해도 스릴러로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가족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들의 습격에서 살아남는 가족들의 사투가 쫄깃하다. 특히 루피타 뇽의 표정연기가 압권.

곡성

<곡성>은 처음부터 '진짜로' 떡밥을 던진다.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낚싯바늘에 미끼를 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 이제 관객들은 미끼를 물고 156분간 나홍진 감독이 뿌려놓은 떡밥을 주우면 된다. 떡밥 줍다 중간중간 길 잃음 주의, 무서움 주의해야 한다. 깜빡이 없는 전개로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의 혼을 쏙 빼놓으니까 말이다. 의문의 사건들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시골 마을 곡성, 경찰인 종구(곽도원)는 딸 효진(김환희)에게도 기이한 증상이 일어나자 미친 듯이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 범인은 사람이 아니란다. 일본어를 하는 건장한 체격의 노인인데 귀신이란다. 도저히 경찰로서 이성적으로 추측하기 어려운 기이한 존재들, 점점 심각해지는 효진의 상태에 종구는 이성을 잃고 범인에게 현혹되고 만다. 영화의 끄트머리에 가서야 '그랬었어?'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고, 결말을 알고 다시 이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곡성 해석'을 검색하거나 N차 관람에 도전했다. 30여 분의 미공개 삭제 장면도 차후 공개했는데 이는 네이버 시리즈 본 편 관람 시 함께 볼 수 있다.

클로버필드

출처: <클로버필드>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맞닥뜨렸다면 머릿속에 물음표만 남긴 채 엔딩크레딧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단 한 편만 보면 <클로버필드>는 조금은 불친절한 영화다. 같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까지 보면 영화가 던진 힌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거대한 떡밥의 세계가 펼쳐져 있으니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로버필드>는 떡밥의 제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영화다. <클로버필드>는 촬영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다. 관객은 허드(TJ. 밀러)의 손에 들린 캠코더 화면을 통해 영화를 본다. 긴박한 순간 카메라가 흔들려 사실감을 더한다.(멀미 유발 주의) 한 인물의 캠코더로 영상을 본다는 점에서 관객은 한정된 정보만 얻을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안 보여주면 안 보여줄수록 더 궁금한 법. 관객들은 한정된 정보 속에서 여전히 떡밥을 찾아 헤맨다.

컨택트

출처: <컨택트>

<컨택트>는 앞서 소개한 네 편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담담하고 조용한 영화다. 또한 굉장히 지적인 영화다. 어느 날 외계 비행 물체가 몇몇 지역에 출현하고, 지구인들은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외계 생명체와 인간이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테드 창의 SF 단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언어학자가 주인공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SF 장르에 녹여내 국내에선 '문과들을 위한 SF'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서스펜스적인 긴장감보다는 외계 생명체와 소통 과정을 차근히, 그러나 밀도 있게 보여줌으로써 몰입감을 불어넣는다. 주인공이 외계 생명체와 언어로 소통하는 작전 수행 과정 중 문득 끼어드는 딸과의 플래시백 장면은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함과 동시에 왜 이 장면을 삽입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겉으로 알게 모르게 던지는 힌트나 증거를 찾기보다는 주제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형태 없는 의미들을 곱씹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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