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들다 돈이 떨어졌다니까 군말없이 더 준 회사가 있다?

조회수 2019. 11.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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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익숙한 시그니처

한때는 바다 건너의 회사였는데, 이젠 한국에서도 OTT(Over The Top Service)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 2013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이상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2019년 하반기는 수많은 기대작을 공개할 예정이라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니, 이 기회에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만나보지 못했을 영화, TV 시리즈를 소개해본다.


<로마>, 2018

출처: <로마>

자타 공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최고의 아웃풋. 할리우드 어느 제작자라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의 이름에는 군침이 흘렀겠지만, 차기작 기획을 듣고 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것이다. 배경은 멕시코시티, 주인공은 원주민 가정부, 생소한 멕시코어와 소수민족 언어, 심지어 흑백에다가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잡는단다. 어떤 부분을 들어도 상업성이라곤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에게 <로마>는 절호의 찬스였다.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창작 자유 보장’. 그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통해 한껏 자랑할 수 있으니까. 알폰소 쿠아론은 자전적이기에 특히 더 공들일 <로마>의 현장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제작자가 없길 바랐을 테다. 쿠아론과 넷플릭스의 합의점은 딱 맞았고,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이 기억하는 유년기를 고스란히 재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넷플릭스 또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아이리시맨>, 2019

출처: <아이리시맨>

아무리 거장과 명배우의 재회라도, 제작비가 떨어지면 방도가 없다. 마틴 스콜세지가 <사일런스> 이후 준비한 작품은 <아이리시맨>.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카이텔 등 그와 함께 시대를 풍미한 배우들도 합류했다. 그런데도 영화 제작은 쉽지 않았다. <아이리시맨>은 1970년대 미국을 그린 시대극인데다 극중 다루는 시간대도 긴 편. 인물들의 과거를 그리고자 청년 배우를 동원한 2인 1역 대신 CG 디에이징을 선택한 <아이리시맨>은 제작비가 점점 높아져갔다.

결국 원래 배급사였던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발을 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추세였다. 일반적으로 배급사가 배급을 철회하면 투자에도 변동이 생겨 제작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곳이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예상된 제작비는 물론이고, 후반 작업 도중 부족한 예산까지 채워주며 ‘창작 자유 보장’이란 모토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1억 2천만 달러로 예상된 <아이리시맨>은 5천만 달러를 더 투자받고 1억 7천만 달러에 완성됐다. 넷플릭스의 든든한 자본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아이리시맨>은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버드 박스>, 2018

출처: <버드 박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최고의 아웃풋 2. <로마>가 예술성으로 넷플릭스의 이름을 빛냈다면, <버드 박스>는 상업적 성공으로 넷플릭스의 콧대를 치켜세웠다. <버드 박스>는 지난 1년간 8천만 계정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만 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높은 건데,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명이 돌려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시스템을 고려하면 1억 명 이상이 봤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버드 박스>는 어느 제작사나 감독이 나서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구매한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선 작품으로 이 흥행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본인들이 돈만 주고 작품의 제목에 기대는 곳이 아니라 기획 센스도 있음을 증명한 것이니까. 다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눈 가리고 운전하거나 돌아다니는 ‘버드 박스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넷플릭스는 웃지 못할 유명세를 감내해야 했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2018

출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대여 서비스 업체였던 넷플릭스가 북미 외 지역에도 영향력을 미치게 된 건 OTT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다. 소비자가 편하게 방에서 리모콘으로 보고 싶은 상품을 주문하는 것.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강점인 쌍방향성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결합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드라마 <블랙 미러> 특유의 불쾌하면서 창의적인 스토리와 OTT 서비스 이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두 장점이 만난 영화는 극장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영화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출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이 장면처럼 은근히 막나가는 선택지가 있기도.

<옥자>, 2017

출처: <옥자>

<옥자>를 위해 넷플릭스를 택한 봉준호 감독은 옳았다. 만일 그가 한국 영화사를 고집했다면, 혹은 해외자본이라도 메이저 영화사를 고집했다면 <옥자>는 빛을 못 봤을 수도 있다. 산골 소녀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 돼지를 구하러 간다고? 다국적 출연진, 다국가 로케이션, 거기에 CGI 돼지라니. 대충 생각해도 촬영부터 어려울 것 같고, 예산도 솔찬히 들 것 같은데? 이런 난점에도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옥자> 제작비의 전액을 투자하는 대신 전 세계 배급권을 보장받았다.

<옥자>는 여러모로 상징적인 영화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지만, 넷플릭스 제작이란 이유로 야유를 받았다. 한국 개봉 때는 넷플릭스와 기존 극장 간의 갈등을 빚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나 중요한 건 그래도 <옥자>의 작품성은 여전했단 사실이다. 극장과 영화, 스트리밍 업체와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고찰하는 질문을 던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보잭 홀스맨>, 2014~

<러브, 데스 + 로봇>, 2019~

출처: <보잭 홀스맨>
출처: <러브, 데스 + 로봇>

드라마와 영화가 양으로 몰아치고 있어서 그렇지,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잭 홀스맨>. 주인공이 홀스맨, 즉 말인간이다. 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기묘한 세계를 배경으로 현실에 대한 알싸한 블랙코미디를 선사하는 애니메이션. 어딜 가든 넷플릭스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로 소개되고, 2014년부터 현재 시즌 6까지 제작되는 등 인기도 여전하다.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뽑자면, <러브, 데스 + 로봇>. 팀 밀러와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을 맡은 작품이긴 하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엮은 시리즈라서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혹은 나왔더라도 아주 컬트적인 방법으로 소개됐거나. 제목처럼 사랑, 죽음, 로봇을 소재로 한 18편의 단편들로 시즌 1을 채웠다. 그중 세 번째 에피소드 <목격자>로 에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시청자들의 호평에 시즌 2까지 제작 확정됐다.


<다크>, 2017~

출처: <다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내세울 만한 작품은 뭐가 있을까. <기묘한 이야기>? 너무 유명하니까 넘어가자. <다크>는 어떨까? 아이들이 실종된 2019년을 배경으로 총 세 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풀어내는 SF 미스터리 <다크>. 이 드라마는 독일 드라마다. 미드, 영드, 일드 등등을 챙겨보는 드라마 광팬도 독일 드라마는 접하기 힘들 것이다. <다크>는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하면서 다행히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호평을 받아 원래 기획했던 시즌 3까지 아주 무난하게 제작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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