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여전사, 한국의 레이디 가가였던 이 배우

조회수 2019. 10. 25.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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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출처: <두번할까요>

<명량>, <군함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정현이 생애 첫 코믹 로맨스에 도전했다. ‘이혼식’ 이후 제대로 꼬여버린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그린 영화 <두번할까요>. 이정현은 남편이었던 현우(권상우)와 원치 않았던 이혼을 하게 된 ‘또라이 엑스 와이프’ 선영 역을 맡았다. 1990년대 ‘테크노 여전사’로 시대를 앞서간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이정현. 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출처: <꽃잎>

1996년 <꽃잎>으로 데뷔

많은 이들이 ‘가수 이정현’을 떠올리며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정현은 가수가 아닌 배우로 데뷔했다. 1996년, 연기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의 외모와 당돌함을 높이 산 장선우 감독에 의해 3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꽃잎> 주연에 발탁, 연예계에 입문했다. 극 중에서 미친 소녀를 연기한 이정현은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호평받았다. 다만, 촬영 당시 15살이었음에도 감행한 전라 노출 신 등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정현은 <꽃잎>으로 1996년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대종상의 경우,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출처: (왼쪽부터) <일곱개의 숟가락>, <야망의 전설>

배우로 활동을 이어가다

<꽃잎>으로 단숨에 기대주로 떠오른 이정현. 그는 같은 해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가슴을 열어라>, <일곱개의 숟가락>을 통해 본격적으로 브라운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드라마 <야망의 전설>, <어느날 갑자기>, <아름다운 날들> 등 2000년대 초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테크노 여전사, 한국의 레이디 가가

1999년, 바야흐로 가수 이정현의 시대가 열렸다. 테크노에 국악과 랩을 접목시킨 신선한 멜로디와 외눈박이 부채, 날개 등 이색적인 소품을 활용한 파격적인 안무까지. 가수가 된 이정현은 1집 <Let's Go To My Star> 타이틀 ‘와’와 후속곡 ‘바꿔’로 대유행을 일으키며 ‘테크노 여전사’로 인기를 얻는데 성공한다. 떡잎부터 남달랐다고, 이정현은 가수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도 <꽃잎> OST를 직접 부르는 등 음악적 재능을 보였었다.


1집으로 히트 친 이후 1년 뒤 ‘너’, ‘줄래’, ‘평화(Peace)’가 수록된 <이정현 2집>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으며, ‘미쳐’, ‘반’이 수록된 3집 <Magic To Go To My Star> 은 현재까지도 이정현을 대표하는 명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 생활을 이어왔으나, 2010년 정규 7집과 2013년 싱글 <V> 이후 국내 활동이 중단되었다. 한편, 2015년엔 <무한도전 토토가>를 통해 '와' 무대를 재현, 가수로서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출처: (왼쪽부터) 1집 <바꿔>, 2집 <줄래> 활동 당시 모습
출처: 2015 MBC <무한도전 토토가>
출처: <명량>

영화배우 이정현

한동안 가수 활동으로 인해 2000년대 초 스크린을 떠났었던 이정현은 2010년 박찬욱&박찬경 형제의 단편영화 <파란만장>을 통해 영화계로 복귀했다. 2012년엔 독립 장편영화 <범죄소년>에서 16살 아들을 둔 미혼모 장효승 역으로 출연해 호연을 펼쳤으며,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배우 이정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건 왜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벙어리가 된 <명량>의 정씨 여인 역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정현의 ‘인생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1년 뒤, 그 추측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정수남 역으로 깨지고 만다. 이후에도 <스플릿> 도박 브로커 주희진, <군함도> 위안부 오말년 역으로 꾸준히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이정현만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출처: (왼쪽부터) <범죄소년>, <군함도>

출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오랜 시간 이정현의 대표작이었던 <꽃잎>을 밀어내게 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정현이 펼치는 연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신선한 스토리와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색감들, 이와 맞물리는 그로테스크함까지 여러 방면에서 호평을 얻으며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입을 모아 칭찬했던 것은 영화를 이끌어간 이정현의 연기.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열심히 살수록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수남 역을 맡아 광기와 사랑스러움, 애잔함을 오고 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예감했던 대로, 이정현은 2015년 청룡영화상에서 <암살>의 전지현, <차이나타운> 김혜수, <무뢰한>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주목을 받은 사실은 이정현의 출연이 노 개런티였다는 것. <파란만장>, <범죄소년>과 같은 저예산 독립영화에 계속해서 노 개런티로 출연했기에 소속사에서 반대를 해 출연이 무산될 뻔했으나, 시나리오를 읽은 박찬욱 감독이 이정현에게 직접 연락해 강력 추천했다고. 노 개런티로 출연을 확정 지은 이정현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립영화다 보니 빠듯했던 제작비에 이정현이 직접 자신의 사비로 스태프들의 아침밥까지 지원해줬다는 사실! 안국진 감독은 “(촬영 일정이 빠듯한데) 스태프 밥값 때문에 오전 촬영을 늦게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이정현이 스태프들의 밥을 챙겨줬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출처: (왼쪽부터)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 2015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출처: <파란만장>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

이정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 보면 독특한 이력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박찬욱&박찬경 형제가 아이폰 4로 작업한 단편 <파란만장>(2010)이다. 베를린 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에 빛나는 이 영화에서 이정현은 의문의 소복 차림 여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본래 배역을 맡았던 문소리가 임신으로 하차하게 되었고, 박찬욱이 급히 이정현에게 전화를 걸어 섭외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승낙해 출연하게 됐다고(이 역시 노 개런티였다). 이정현은 <하피>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면서 영화배우로 다시 활동을 시작, 박찬욱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박찬욱&박찬경 형제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2013년 이정현이 발매한 싱글 앨범 ‘V'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으며, 박찬욱은 이정현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군함도>의 출연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신부가 되다

지난 3월 4일, 이정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문의 손편지와 함께 깜짝 결혼 사실을 발표했다. 이정현은 “영원히 일만을 사랑할 것 같았던 저인데, 부족한 저에게 한없는 용기와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평생 함께 하고픈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라며 결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남편은 3살 연하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라고. <두번할까요> 촬영 도중 아는 언니를 통해 지금의 남편과 소개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정현은 최근 한 예능 프로에 나와 남편에 대한 첫인상으로 “듬직하고, 성실하고 착했다.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였다.”라며 “연애를 1년 정도 하면서 안 싸운 사람이 이 사람밖에 없어서 결혼을 결심했다”라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비하인드를 전했다. 두 사람은 4월 7일 부부의 연을 맺었으며, 현재 이정현은 누구보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출처: <반도> 컨셉 비주얼 이미지

차기작은?

이정현은 현재 두 편의 차기작이 예정되어 있다.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제)다. 첫 장편 실사 영화였던 <부산행>의 속편으로,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안전지대였던 부산마저 위험해지자 재난으로부터 폐허가 되어버린 반도에서 탈출하기 위한 사투를 그렸다. 강동원과 함께 주연을 맡았으며,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이 출연해 <부산행>의 뒤를 잇는다. 2020년 개봉 예정. 


<시실리 2km>, <차우> 등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의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가제)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남편 만길. 문제는 너무 완벽해서 인간 같지 않은 만길의 정체가 수상한 나머지 아내 소희가 남편의 뒤를 밟고, 자신의 정체가 발각됐다는 것을 안 만길이 소희를 제거하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스터리 SF 스릴러로, 장항준 감독이 각본을 집필했다.

출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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