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여성 배우 리즈 시절 담은 고전 명작 5

조회수 2019. 10. 21.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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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스토리도 캐릭터도 비슷비슷. 최근 개봉한 작품들이 유독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의 추천작은 새로움에서 신선함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시작으로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등 온갖 장르에 이르기까지, 현 영화 문법의 기초를 다진 고전 명작들을 소개한다. 수많은 명작 가운데에서도, 레전드로 남은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유독 빛났던 작품 다섯 편을 선정했다. 배우들의 매력에도 심취해보시길.


현기증
Vertigo, 1958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출처: <현기증>

고소공포증 때문에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 일을 시작한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는 친구 개빈(톰 헬모어)으로부터 그의 부인 매들린(킴 노박)을 미행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녀를 미행하다 사랑에 빠져버린 스카티. 매들린 역시 그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높은 종탑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그녀의 자살을 막지 못했단 죄책감에 시달리던 스카티. 어느 날 그의 앞에 매들린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여성 주디가 등장하고, 스카티는 주디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출처: <현기증>
출처: <현기증>

히치콕 감독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현기증>은 강박과 집착을 다룬 심리극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음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낸 히치콕의 능력에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전 세계 거장들이 많은 영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종탑 계단에서 스카티의 현기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줌 아웃 트랙인(Zoom-Out, Track-In) 기법은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대단한 설명들을 빼고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 극의 중심에 선 인물, 매들린을 연기한 킴 노박의 연기가 훌륭한 건 물론, 히치콕의 미장센은 완벽에 가깝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후반부 스토리의 힘 역시 막강하니, 짙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1959

감독 빌리 와일더
출연 마릴린 먼로, 토니 커티스, 잭 레먼
출처: <뜨거운 것이 좋아>

1929년 시카고, 금주법의 시대. 술집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은 베이스, 색소폰 연주자 조(토니 커티스)와 제리(잭 레먼)는 얼떨결에 갱단 총격전의 목격자가 되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필사의 도주를 펼치던 이들은 죠세핀, 데픈이란 가명을 쓰고 여장을 한 채 여성 악단에 숨어 지내기로 결정한다. 이곳에서 죠세핀, 아니 조의 마음을 뒤흔든 여자가 있었으니 술 없이 못 사는 그들의 동료, 슈가(마릴린 먼로)다. 조와 제리는 슈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갱단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출처: <뜨거운 것이 좋아>
출처: <뜨거운 것이 좋아>

지하철 통풍구 위에 선 마릴린 먼로가 하얀 드레스 자락을 부여잡는 장면은 그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았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7년 만의 외출> 속 마릴린 먼로의 하얀 드레스 장면을 탄생시킨 빌리 와일더 감독의 연출작이다. 여장남자 코미디의 시초에 선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제1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할리우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기상 트로피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갱단의 참혹한 살해 현장을 비추며 시작했다가, 코미디, 뮤지컬, 로맨스로 자유롭게 변주되는, 폭넓은 장르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1961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출연 오드리 헵번, 조지 페파드
출처: <티파니에서 아침을>

검은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두른 채 뉴욕의 보석상점 티파니 앞에서 크루아상을 베어먹는 홀리 고라이틀리(오드리 헵번). 상류 사회를 동경하는 그녀는 뉴욕의 부유한 남성들과 데이트하고, 우울할 땐 티파니에 가며, 매일 밤 파티를 여는 미스터리한 여인이다. 그녀의 윗집으로 이사 온 가난한 작가 폴 바잭(조지 페파드)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그녀와 함께하며 홀리의 매력에 단번에 빠져든다. 누구에게도 속박되고 싶지 않은 홀리는 폴에게 기우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한다.

출처: <티파니에서 아침을>
출처: <티파니에서 아침을>

시대의 아이콘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 중 한 편. 의상, 미술, 촬영, 음악 등 58년 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를 이루는 모든 것이 세련된 작품이다. 솔직하고 당당한, 예측불허의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즐기던 캐릭터 홀리 고라이틀리는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평을 받았고, 1960년대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거듭났다. 머리에 두른 수건마저 패션으로 소화한 오드리 헵번이 부르던 ‘Moon River’는 이 영화가 남긴 명곡.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제3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


쥴 앤 짐
Jules And Jim, 1961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
출연 잔느 모로, 오스카 베르너, 앙리 세르
출처: <쥴 앤 짐>

1912년 파리. 금발의 귀여운 독일인 쥴(오스카 베르너)과 까만 머리에 콧수염이 매력적인 프랑스인 짐(앙리 세르)은 우연히 카트린(잔느 모로)을 만나고,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카트린과 결혼에 성공한 쥴. 하지만 쥴과의 사이에서 권태를 느끼던 카트린은 오랜만에 그들을 찾아온 짐과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급기야 세 사람은 기묘한 동거에 들어간다. 영원히 쿨할 것 같던 이들 사이 집착과 질투가 싹트고, 세 사람의 앞날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출처: <쥴 앤 짐>
출처: <쥴 앤 짐>

자유롭고 쿨한 관계가 소유와 집착으로 뒤덮여 파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쥴 앤 짐>은 누벨바그의 대표작 중 한 편이다. 캐릭터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던 독특한 촬영, 편집 기법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 세 사람이 철교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던 장면을 촬영한 핸드헬드 기법이나, 자전거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한 장면, 360도로 카메라를 회전시키며 장면을 전환하는 스위시 팬 기법 등이 당시로선 실험에 가까운 장면이었다는 점을 알고 보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된다. 매사 즉흥적이고 솔직한 카트린은 시대를 대표하는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잔느 모로는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배우로 남았다.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Goes Wild, 1965

감독 장 뤽 고다르
출연 쟝 뽈 벨몽도, 안나 카리나
출처: <미치광이 피에로>

부유한 이탈리아인 아내, 어린 딸과 함께 사는 페르디낭(쟝 뽈 벨몽도). 가식적인 삶에 공허함을 느끼던 그의 앞에 옛 연인 마리안(안나 카리나)이 나타난다. 마리안의 집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린 두 사람은 프랑스 남부, 니스로 도주할 계획을 세우고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일탈과 범죄를 일삼던 끝에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두 사람. 그러나 머리로 모든 걸 이해하려는 페르디낭과 모든 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리안의 관계가 덜걱거리며 이들의 새로운 삶 역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출처: <미치광이 피에로>
출처: <미치광이 피에로>

<미치광이 피에로>는 공부하기 좋은 영화다. 곱씹어 볼수록 좋은 영화란 뜻이다.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순간 탈주를 꿈꿨던 페르디낭과 마리안처럼, <미치광이 피에로> 역시 대중영화와 먼 형식을 지녔다. 중간중간 인용되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다양한 문학 작품, 영화들이 폭넓은 감상을 전하는 장 뤽 고다르의 텍스트 콜라주 예술품. 이에 멈추지 않고 베트남 전쟁, 케네디 암살사건 등 당대를 아우른 정치 문제까지 한 데 녹여낸 작품이다. 이 모든 걸 미뤄두고 화면만 봐도 아름다운 영화. 감각적인 조명 사용, 화면을 가득 메운 원색 컬러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만족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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