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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을 찾은 티모시 샬라메가 팬들에게 날린 명언

조회수 2019. 10. 16. 08: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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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더 킹: 헨리 5세> 속 아쟁쿠르 전투 신

“Look at that.”(이것 좀 봐요) <더 킹: 헨리 5세>를 들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데이빗 미쇼 감독, 조엘 에저튼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의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조엘 에저튼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뒤져 한 사진을 보여줬다. <더 킹: 헨리 5세> 아쟁쿠르 전투 신 촬영 당시의 모습. 온몸에 진흙을 묻힌 채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조엘 에저튼의 모습에서 촬영장의 유쾌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출처: 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이 유쾌함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더 킹: 헨리 5세>는 성 밖에서 자유롭게 살던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이 원치 않았던 왕관을 쓴 후,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며 진정한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애니멀 킹덤> <더 로버> <워 머신>을 연출한 데이빗 미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헨리 5세의 멘토, 팔스타프를 연기한 조엘 에저튼이 각본가로 함께 참여한 작품.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더 킹, 헨리 5세 역으로 캐스팅되어 전 세계의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곱슬머리를 쓸어넘기며 신중한 답을 내놓으려 고심하던 티모시 샬라메, 대답에 가벼운 농담을 더하며 여유를 잃지 않던 조엘 에저튼과 데이빗 미쇼 감독. 이들과 부산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매력을 미리 느껴보시길. <더 킹: 헨리 5세>는 10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출처: 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 로렌스 올리비에, 케네스 브래너 등 많은 감독이 헨리 5세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더 킹: 헨리 5세>는 이전 작품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 영화일까요.


데이빗 미쇼 감독 훨씬 더 낫다는 것?(웃음)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를 직접적으로 각색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 작품과 달라요. 저와 조엘 에저튼은 각본 초반 작업 때부터 ‘셰익스피어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어린 나이에 영웅이 된 왕, 프랑스와 전투에서의 승리, 이런 것들에 집중하기보단 어리고 이상주의적이었던 한 소년이 숭고한 의도를 가지고 왕이 되었지만, 주변 인물들로 인해 폭군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 조엘 에저튼 배우가 가장 먼저 <더 킹: 헨리 5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데이빗 미쇼 감독에게 함께하자 제안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많은 감독 중 왜 데이빗 미쇼 감독과 함께하고 싶었나요?


조엘 에저튼 먼저 물어본 다섯 명의 감독님들이 너무 바쁘다고 하시더군요.(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스튜디오에 헨리 5세를 다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가장 먼저 데이빗 미쇼 감독을 떠올렸던 이유는 그가 대단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에 작업을 여러 번 함께 해왔었기에 그의 실력을 알고 있었죠. 두 번째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은 복잡하고 어려워요. 이 과정을 친구와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를 추천했죠. 세 번째 이유는 데이빗 미쇼 감독이 작품 속에서 늘 남성성, 독성이 있는 남성성을 잘 살려왔기 때문입니다. 데이빗 미쇼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수많은 남성 사이에서, 어떤 남성으로 자라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다뤄왔죠. 이 세 가지 이유로 데이빗 미쇼 감독을 선택했습니다.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 티모시 샬라메가 <더 킹: 헨리 5세>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티모시 샬라메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굉장히 도전적인, 쉽게 할 수 없겠다 싶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더 출연하고 싶었어요. 전 세계, 특히 영국에서 뛰어난 위상을 지닌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사실도 무척 매력적이었죠. 제가 사랑에 빠졌던 영화들을 제작한 데이빗 미쇼 감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였고, 조엘 에저튼을 비롯해 벤 멘델슨과 같은 대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 데이빗 미쇼 감독과 헨리 5세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나가셨나요?


티모시 샬라메 감독님은 헨리 5세란 인물의 큰 그림을 그려주셨고,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진실을 이야기해주셨어요. 벗어날 수 없는 강압적인 권력에 둘러싸여 있는 캐릭터가 느끼는 압박감, 그런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출처: 넷플릭스
(왼쪽부터) 데이빗 미쇼 감독, 조엘 에저튼

- 데이빗 미쇼 감독과 조엘 에저튼은 조엘의 형, 내쉬 에저튼과 함께 오래전부터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데이빗 미쇼 감독 시작은 호주 시드니에요. 같은 건물에서 일하다 만났죠. 당시 저는 <IF>(Inside Film)라는 영화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에저튼 형제는 제작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계단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고, 마음이 맞아 영화 작업을 함께하기 시작했죠.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젊은 시절에 만난 좋은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조엘과 많은 경험, 많은 실수를 나눴죠.


조엘 에저튼 단편 영화 촬영을 하던 초창기엔 제대로 허가를 받지도 않은 채 카메라만 들고 이것저것 찍기도 했어요. 2007년 제작된 단편 <크로스보>(데이빗 미쇼 감독 연출, 조엘 에저튼 주연. 제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제24회 선댄스영화제 초청작)를 시작으로 점차 규모 있고 조직적인 촬영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었죠. 이번 영화에선 아쟁쿠르 전투 신과 같은 대형 스케일의 장면을 촬영하면서 ‘아, 우리가 정말 많이 자랐구나, 먼 길을 함께 왔구나, 함께 진화해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뿌듯했어요. 데이빗과 이런 역사를 함께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죠.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 티모시 샬라메 배우는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 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생각해요. 눈빛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어버리죠. 보통 이런 연기를 할 땐 어떻게 집중하나요? 캐릭터에 이입하는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티모시 샬라메 (비결, secret 이란 단어에 웃음을 터뜨리며) 글쎄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라과디아 연기 고등학교를 다닐 시절 많은 대배우들을 만났고, 그들이 연기에 대해 많은 조언을 건네주곤 했는데요. 어느 날 에디 팔코 배우가 오셔서 저도 같은 걸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모르겠는데, 그냥 해요”(I don't know, but I just do it)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엄청난 감명을 받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출처: 넷플릭스
(왼쪽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튼

-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헨리 5세, 조엘 에저튼이 연기한 팔스타프는 극 중 절친입니다. 촬영장에서도 함께한 날이 많았을 것 같은데, 서로에게 영향을 받거나, 연기 스타일에 있어 영감을 얻은 적이 있었나요?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튼으로부터 두 가지를 크게 배웠어요. 먼저 촬영 자체에 몸을 내던지는 법을 배웠죠.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요. 조엘 에저튼은 여러 컷마다 다양한 걸 시도했어요. 연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독님, 상대 배우를 비롯한 모든 파트너들과 교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두 번째로, 한 세기, 아니(일동 웃음) 몇 십 년간 함께 해온 조엘 에저튼과 데이빗 감독님을 보며 우정에서 오는 무언의 언어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는지 배웠어요. 실제 대화를 넘어선, 두 분 사이 무언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더 강력한 힘이 발휘되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최근 촬영을 마친 <리틀 우먼> 촬영장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보통 촬영 첫날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무척 긴장을 하는 편인데, <리틀 우먼> 촬영장에선 그렇지 않았어요. 그레타 거윅 감독과 <레이디 버드> 때 이미 함께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조엘 에저튼 배우뿐만 아니라 세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뿐만 아니라 꺼졌을 때, 평소에 어떤 모습인지, 어느 지점에서 감명을 받고, 혹은 화를 내는지.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지켜보며 누군가로부터 많은 점을 배우곤 하죠. 티모시 샬라메는 굉장히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어요. 특히 <뷰티풀 보이>에서의 연기는 엄청났죠. ‘중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기해왔던 수많은 배우들에 빗대어 봤을 때에도 손색없는 굉장히 훌륭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영리한 배우를 찾아냈어요.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을 꼽아주신다면? 특히 아쟁크루 전투 신에 대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데이빗 미쇼 감독 모든 장면이 어려웠어요. 역시 아쟁크루 전투 장면이 힘들었죠. 촬영 몇 달 전부터 고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죠. 제가 믿을 거라곤 스태프들 밖에 없었어요. 무척 신중하게 촬영 계획을 짰거든요. 촬영은 나쁘지 않았어요. 10번이나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는 점만 빼면요(일동 웃음). 촬영 현장은 너무 덥고 힘들었어요. 말들을 비롯해 움직이는 장면도 많았죠. 시간도 부족했고요. 무엇보다 위험했어요. 부상의 위험을 놓을 수 없었죠. 어떤 계획을 세운다 해도 부상의 위험이 있는 혼란의 현장이었어요. (어깨를 움츠리며) 으.


조엘 에저튼 아쟁쿠르 전투 신은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어요. 데이빗 미쇼 감독이 모든 걸 지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죠. 배우로서 역시 힘든 현장이었습니다. 너무 더웠고, 진흙탕에서 움직이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늘 조심했죠.


티모시 샬라메 저는 이런 장면을 촬영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전투 신을 예상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체력의 한계를 느꼈죠. 2주 정도 아쟁쿠르 전투 신을 촬영했고, 제 촬영분은 열흘 정도였는데요. 마지막엔 정말 몸이 아파서 스스로가 불쌍하다(일동 웃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몸이 너무 아팠어요.(웃음)

출처: <더 킹: 헨리 5세> 예고편

- 옷도 꽤 무거워 보이던데요.


조엘 에저튼 네 맞아요. 두 가지 버전의 갑옷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무거운 의상이었고, 하나는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진, 약간 가벼운 옷이었죠. 갑옷 안에 무려 네 겹의 옷을 입어야 했어요. 헬멧을 쓰는 것도…(한숨) 무척 힘든 일이었어요.

출처: 넷플릭스
부산국제영화제의 티모시 샬라메

- 입국 당시 티모시 샬라메 가방에 붙어있던 무궁화가 한국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어요. 팬이 준 선물을 일상생활에서 착용한다거나, 자신의 모습을 새긴 팬의 타투에 키스를 하는 등 당신의 팬 서비스는 늘 화제에 오르곤 하죠. 이런 세심한 팬 서비스를 따로 준비하시는 건지 궁금해요. 팬들과의 소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티모시 샬라메 (10초 동안 곰곰이 생각한 뒤) 딱히 준비하는 건 아니에요. 정말 진심으로 너무 감사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그리고 이건 함께 일했던 배우님에게 들은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저는 팬들의 그런 사랑을 제가 개인적으로 받는 사랑이 아니라, 제가 일했던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특히 어린 팬들이 아직도 극장, 그리고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것에 대해 많은 감동을 받고 있죠. 저 역시 영화광으로, 늘 극장과 함께 하며 자랐으니까요. 거만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진공 속에 존재하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연기는 더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 많은 팬들이 그런 마음에 감동받고 있어요.


티모시 샬라메 너무 감사드리고, 여기 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이번이 첫 번째 방문이지만, 앞으로 더 자주(many, many, many, many, many 라고 말했다) 한국에 방문하도록 할게요.

출처: 넷플릭스
(왼쪽부터) 데이빗 미쇼 감독,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튼

- 연기를 하며, 연출을 하며 어떤 순간에 가장 에너지를 얻으시는지, 가장 짜릿한지 궁금합니다.


티모시 샬라메 제가 먼저 대답할래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절 설레게 만들어요. 영화엔 세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하죠. 첫 번째는 페이지, 스크립트로서의 영화가 있고, 두 번째는 배우로서 제가 촬영한, 촬영 본의 영화가 있고 마지막으론 편집을 거친 최종본이 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이 아름다워요. 여기서 많은 영감을 얻죠.


조엘 에저튼 저는 제 삶의 대부분을 배우 혹은 작가, 때로는 감독으로서 보내는 호사를 누렸어요. 이 세 직업 모두 제게 엄청난 행복을 가져오죠. 개인적으론 영화감독이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조엘 에저튼은 <보이 이레이즈드> <더 기프트> 등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제작의 모든 걸 다 아우르는 가장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감독이 부모라면, 배우는 자식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언젠가 함께 촬영했던 배우가 자기가 출연한 작품을 보며 “내가 저걸 언제 연기했지 하고 기억이 나지 않거나, 혹은 내가 나 자신으로 느껴지지 않는 낯선 모습이 나타났을 때 대단한 희열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이에 매우 공감합니다.


데이빗 미쇼 감독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감독이 제 직업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를 행운이라 느끼고 있어요. 감독은 다른 분야의 많은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죠. 작가, 연기자, 음악가, 미술감독, 의상감독… 그 모두와요. 저 역시 이들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 기뻐요. 이 직업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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