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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제학자 중에는 여성이 드물까?

조회수 2019. 7. 18. 1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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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여성

경제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냉철하고 차가운 인상의

중년 남성이 쉽게 연상될 것입니다.


TV 등의 언론 매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경제학자들이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라고 할 때

여성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실제로 국내 여성 경제학 박사 1호

김애실 전 한국외대 교수(前 17대 국회의원)는

한 경제학회에 참석했을 때

사람들이 본인을 남편을 따라 온 부인으로

착각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밝히기도 했죠.


출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애실 전 교수)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김애실 전 교수의 저서)
경제학은 남성의 학문?

미국경제학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경제학 박사 학위 수여자

최근 많이 늘어

전체의 35% 정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학계에서

여성들의 입지는 미약한 편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여성 경제학 교수 숫자는 유럽이 약 20%,

미국은 약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만 해도 43명의 경제학자 중에

단 3명만 여성 교수입니다.


이는 다른 문과 학문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초라한 수치로

심지어 남성적인 학문으로 인식되는

수학, 과학, 공학 분야보다도

더 적은 숫자입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노벨 경제학상 여성 수상자가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 중에서

여성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딱 1명뿐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엘리너 오스트롬은

인디애나대학 정치학과 소속이었고,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 분야 역시

'공유재의 국가 개입'이었기 때문에

실은 경제학자보다는

정치학자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순수 경제학 분야에서

여성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기록은 아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노벨 경제학상은

백인, 남성, 미국인에게 주는 상이라는

딱지까지 붙었습니다.

출처: Shareable
(엘리너 오스트롬)
한국의 여성 경제학자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전체에서

여성 경제학자는 10명 남짓이었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신문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 대표 대학의 경제학과 전임교수 중

여성 정교수는 단 2명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서울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는

여성 정교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국내 대학 중 '경제' 명칭이 들어간 학과의

전체 교원 중에서 여성은 약 10%,

정교수는 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한겨레신문, [아직도 유리벽에 막힌 '애덤 스미스의 딸들'] 2017

여성은 경제학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여성 경제학 교수와

여성 경제학자가 드물까요?


대다수 여학생들이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선택하거나 선호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2018년

"여성경제학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Where are all the female economists?)

라는 기사에서,


수학적 증명을 많이하는 학문적 특성

여학생들이 경제학과를

기피하게 할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즈

수학과 여학생 수가 경제학과 여학생 수보다

더 많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즉,

여성이 경제학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확히 증명이 되지 않은 것이죠.


경제학계의 보이지 않는 여성 차별

캔서스 대학의 도나 진서(Donna Ginther) 교수

경제학자 중에 여성이 적은 것은,


여학생들이 수학을 무서워해서라기보다는

경제학계에 차별의 유리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캔서스 대학

7년 안에 종신교수가 되는

경제학자들을 분석해보니

남성은 56%인데 여성은 29%라는 것이죠.


경제학을 공부하는 여성들이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여성보다

행복감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나 진서 교수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미 경제학계가 여성들에게

잠재된 편향(insidious bias)을 가지고 있기에

여성 경제학자 수가 적다고 주장합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직업 만족도에서더 차이를 보이는 여성과 남성 경제학자)
경제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경제학자

그러나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큰 업적을 남긴 여성 경제학자가 존재합니다.


경제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경제학자로 꼽히는

조안 로빈슨(Joan Robinson)이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대학 때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었고

중국의 마오쩌둥을 칭찬하기도 했으며

1960년대엔 북한을 직접 방문한 뒤

북한 경제를 높게 평가해 남한이

북한에 흡수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상적 오류와 과오가 있었지만

좌파라는 이유만으로 욕하기에는

그녀의 이론은 현대 경제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별을 설명하기 위해

수요독점(monopsony)이라는 용어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등하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수요자는 하나지만 공급자는 여럿이라

수요자가 공급자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가격 및 임금을 싸게 매긴다는 겁니다. 

출처: The History of Economic Thought Website
(조안 로빈슨)

그녀는 경제학계에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960년대에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자들과

폴 사무엘슨을 비롯한 미국 교수들

사이에 촉발된 유명한

1960년대 캠브리지 자본 논쟁이 있습니다.


신고전학파의 자본이론과 분배이론을 공격한

해당 논쟁은 후에 경제학이

현실 경제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로빈슨은 또한

투자가 기업가의 '동물적 육감

(animal sprits)'에 의해 이뤄진다는

케인즈의 투자 이론을 확장시켜

포스트케인지언으로 불리게 됩니다.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

: 1929년 대공황 당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비판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경제 사상을 추종하는 학자들.


이렇게 애덤 스미스가 창시한

고전적 이론에 멈춰있던 경제학을

논란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 그녀는,


큰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좌파적 사상 때문에

노벨 경제학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출처: OurOntario
(조안 로빈슨)

오늘 살펴본 것처럼

경제학계에서 여성의 입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국내에서도 또 해외에서도

여전히 좁아보입니다.


여성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이 활동한 지

100년이 흐른 만큼

이제는 조안 로빈슨보다 더 훌륭한

여성 경제학자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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