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이야 수입이야? 오늘부터 딱 정해! 쉐보레 이야기

조회수 2020. 7. 28.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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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는 2019년 실적에서 벤츠에도 밀리는 저조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군산공장 폐쇄로 라인업이 줄어든 데다 불합리한 가격 정책으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죠. 실적 개선을 위해 2020년 초 오랜만에 국내생산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소형 SUV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지만, 좋은 평가와 기대에 비해 판매에 고전 중이어서 다시 위기를 맞고 있어요. 쉐보레의 반전의 카드는 없을까요?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쌍용차 쇼크를 본 쉐보레

올 들어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요. 지역 경제 타격을 우려한 평택시와 시의회, 지역 상공회의소까지 나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답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를 조속히 구하지 못할 경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한국 자동차 업계 허리에 해당하는 한국GM(쉐보레),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차 이른바 ‘스몰 3사’가 공통으로 마주한 위기라는 것이죠.

스몰 3사는 미국 GM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생산 전담 기지로 전락하며 차츰 경쟁력을 잃었고, 친환경, 자율 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 차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할 골든 타임도 놓쳤다는 지적이에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수출 길까지 막히며 스몰 3사가 모두 적자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염려가 큰데요, 단순히 완성차 3사의 위기를 넘어 한국 차 산업 생태계와 지역 경제가 모두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요.

국산차 맞아?
수입차 아냐..?

한편 스몰 3사는 ‘국적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한국GM 쉐보레의 경우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한 자동차를 한국으로 수입 판매하는 '단순 유통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요.

2016년 한국GM은 대형 세단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요. 당시 한국GM은 임팔라가 연간 1만 대 이상 팔리면 국내 생산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국내 생산 기준을 '연 3만 대 판매'로 돌연 번복해 비난을 받았어요.

이후에는 지난 2006년 대우차의 후신인 GM대우의 '윈스톰'으로 출시되었던 중형 SUV ‘캡티바’의 신형 모델을 사업성을 이유로 미국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했어요. 신형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 시설 확충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점과 차량 제원이 커지고 원가와 판매가가 비싸져 판매 물량 확보가 힘들다는 점 등을 복합적인 이유로 내세웠어요.

이렇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가 늘어날수록 내수 자동차 산업이 받게 될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해외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자동차를 들여와 파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동차 강판을 비롯한 여러 부품 업체들의 실공급 물량 역시 줄어드는 셈이랍니다.

실제 인천에 있는 한국GM 부평 2공장의 경우 주력 생산 모델이던 준대형 세단 ‘알페온’이 단종되면서 공장 가동률은 현저히 떨어졌고 이 같은 상황에도 수입 판매를 강행하려는 회사 측 움직임에 노조 반발이 거센 상황이에요. 또 자체 개발 기술력 약화와 상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어요.

국적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이미 한국GM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어요. OEM 수입차의 경우 통관도 수입차로 들어오기 때문에 당연히 수입차 통계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다 한국GM은 2019년 8월 KAIDA에 쉐보레 브랜드의 회원가입을 결정했답니다. 한국GM은 2011년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주력 제품군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면서도 볼트 EV, 이쿼녹스, 임팔라, 카마로 등 북미 생산분도 꾸준히 국내에 들여왔어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까지 합류하면서 한국 시장에 판매하는 쉐보레 제품군 중 수입차 비중은 60%를 넘어서게 되었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이미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앞서 살펴본 쌍용차는 경영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8년보다도 더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인데요. 쌍용차 신차 판매량은 반짝 흑자를 냈던 2016년 15만 5,844대로 정점을 찍고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요. 한때 연간 8만 대를 넘어서며 쌍용차 전체 신차 판매의 60%가량을 차지했던 수출 물량이 2019년 20.3%로 3분의 1 토막 난 것이 가장 큰 이유에요.

러시아, 이란 등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한 수출 전략이 현지 경제 여건 악화와 정치적 상황 등에 발목을 잡힌 영향이 큰 데다가, 이제는 경쟁사의 SUV 신차 출시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 등으로 위태로운 상황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구차 같은 디자인으로 두고두고 놀림감이 된 ‘로디우스’처럼 쌍용차의 잇단 실수도 SUV 명가로 거듭날 기회를 놓친 패인으로 분석돼요.

한국GM 쉐보레 입장에서는 이런 쌍용차의 몰락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아요.

2017년 출시한 쉐보레 신형 크루즈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격 정책으로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어요. 기본 가격 1,890만 원은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 스타일 1,560만 원보다 330만 원이나 비쌌죠.

한국GM은 기존 준중형차보다 가치 있는 차라며 아반떼와의 직접적인 가격 비교를 거부했지만, 회사가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 간 괴리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어요. 크루즈는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신차 효과는 전무했답니다.

문제는 비단 크루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어요. 한국GM은 최근 수년간 일관성 없는 가격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어요. 스파크의 경우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초기 가격 결정으로 구형 모닝에게 내내 끌려다니고 말았죠.

기아차는 스파크 출고 개시 다음 달부터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시하고 나섰는데, 가격에 민감한 경차 시장의 판도는 금세 구형 모닝으로 기울었답니다. 결국 스파크는 신차 출시 3개월여만에 현금 할인에 이어 초저리 장기 할부 등을 내놓기에 이르렀죠.

한국GM은 '임팔라 죽이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받았어요.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인상으로 잘 팔리던 임팔라의 판매량을 일부러 떨어뜨렸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수입 판매된 임팔라는 출시 첫해 불안정한 공급물량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6,900여 대를 판매했어요. 이듬해 상반기 임팔라는 기아 신형 K7 출시 등 외부 악재를 이겨내고, 공급 안정화를 바탕으로 판매량 8,128대를 기록했어요.

그러나 회사가 신형 ‘말리부’에 집중하며 임팔라 판매를 줄이기 시작했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인상을 결정하며, 스스로 판매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죠. 가격을 인상한 이후 임팔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9%나 급락했어요.

한국GM은 내수 시장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을 여러 번 천명했는데, 임팔라 판매가 조금만 더 이어졌다면 충분히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한국GM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버린 것이죠.

신형 말리부도 오만한 결정으로 소비자 외면을 당했어요. 말리부는 출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일부 모델의 경우 계약부터 인도까지 5개월이나 소요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러나 신차 출고가 시작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상황이 급변했어요. 회사 측에서 대기 고객들에게 가격이 오른 연식변경 모델로 계약 변경 내용을 통보하면서 차량 구매 취소 요청이 줄을 이은 것이죠.

최근 출시된 쉐보레 신차 중 일관된 가격정책을 유지한 차종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실수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된다면 그것은 실력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죠.

물론, 단기적으로 제품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목표나 공장 운영,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답니다.

2강 3약 구도,
반전의 방법은 없나?

한국GM의 쉐보레는 KAIDA 가입 후 일단 국내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상위 5위권을 유지하며 수입차 시장 내 브랜드 영향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상태에요.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과 미국 수입 차종을 동시에 판매하는 양면전략으로 브랜드 판매는 물론, 인지도 역시 상승하고 있는 까닭이에요. 여기에 전기차 볼트EV를 비롯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 신규 라인업이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한 덕분이에요.

쉐보레는 철수 위기 직후 국내 생산 차종에 더해 수입 차종을 대폭 늘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요. 국산차와 수입차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수입 차종 확대가 전반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에요.

쉐보레가 현재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 차종은 전기차 볼트EV, 준대형 세단 임팔라, 스포츠카 카마로 SS, 중형 SUV 이쿼녹스,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 총 6개랍니다.


국산과 수입 신차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쉐보레는 KAIDA에 가입된 국내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국내에 연구 개발 및 생산 기반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브랜드에요. 국산차와 수입차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만큼 국내 생산 차종과 함께 수입차를 적절히 섞어 판매하면서 신차 아닌 신차 효과를 누리도록 한 쉐보레의 투트랙 전략은 영리했고 제대로 통했다고 볼 수 있어요.

쉐보레가 국내 생산 차종은 국산차다운 옵션 구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수입 차종은 수입차다운 급다른 모델들을 들여온다면 몰락에 내몰린 쌍용차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쉐보레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져 브랜드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국산이야 수입이야? 오늘부터 딱 정해! 쉐보레 이야기

쉐보레 이야기

이미지 출처 : Chevorlet, Ssangyong Mo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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