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손가락 코스, 현실에서 가능할까?

조회수 2019. 10. 12. 1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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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영화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들처럼 멋진 드리프트를 한 번쯤 꿈꾸어 봤을 거예요. 드리프트를 하려면 고도의 훈련과 정교하게 튜닝된 차량이 필요해서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는 없지만, 드리프트의 원리와 체험 방법을 안다면 조금은 목마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드리프트란 무엇인가?

드리프트 주행은 코너에서 높은 탈출 속도(exit speed)를 유지하기 위해 운전자가 자동차의 컨트롤을 유지하면서 의도적으로 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서 과조 향 상태로 코너를 통과하는 기술이에요. 코너링하기 직전 뒤 타이어의 슬립 앵글(slip angle)이 앞 타이어의 슬립 앵글보다 크고, 앞바퀴의 방향이 회전 방향과 반대일 때, 즉 왼쪽으로 코너링하는 경우 앞바퀴는 오른쪽으로 향하거나 그 반대일 때, 이런 요소들을 운전자가 컨트롤하면서 드리프트 할 수 있답니다.

 

근대적 드리프트 기술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갖는데요. 전설적인 모터스포츠 드라이버인 다카하시 쿠니미츠가 1970년대에 일본 투어 자동차 챔피언십에서 레이싱 기술로서 최초로 드리프트 기술을 선보였어요. 그는 코너의 안쪽 정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진입한 다음, 속도를 유지하면서 코너를 따라 드리프트 해 나가는 것으로 유명했죠. 이 기술로 그는 챔피언십에서 여러 번 우승했고, 타이어가 연기를 뿜는 장관을 즐기며 많은 팬들이 그를 따르게 되었어요.

199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윌로 스프링스 레이스웨이에서 일본의 드리프트 잡지이자 협회인 옵션 매거진의 주최로 드리프트 행사가 열렸어요. 일본에서 공수해온 닛산 180SX로 시범을 보인 케이치 츠치야와 D1 그랑프리의 설립자인 이나다, 켄지 오카자키가 라이스 밀렌과 브라이언 노리스와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이를 계기로 드리프트는 미국, 호주, 유럽의 모터스포츠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죠.

 

오늘날 드리프트는 운전자들이 후륜구동이나 사륜구동 차를 타고 심사위원들로부터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해 점수를 얻는 방식의 스포츠 경기로 발전했습니다. 최고의 대회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D1 그랑프리가 오늘날 미국 시리즈와 함께 이 스포츠를 개척했고, 인기 있는 스포츠의 하나로서 프로 드리프트 대회가 세계적으로 열리고 있어요.

드리프트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현상을 알아야 해요. 먼저 언더스티어(Understeer)는 앞쪽 타이어가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 미끄러지면서 의도했던 조향 각도로 선회하지 못하고 계속 코너 중심점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이때 회전 반경이 점점 커지는데, 너무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는 바람에 코너 바깥쪽 타이어에 무게 중심이 쏠려 타이어의 코너링 능력이 상실되는 것이죠.

 

일반 도로에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해 차선 간섭이나 차선 이탈을 하게 되고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요.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첫 번째, 가속을 멈추면 즉시 사라지고, 두 번째, 제동을 하는 경우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원하는 각도로 선회할 수 있어요. 세 번째로 스티어링 휠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꺾을 경우 사라지기도 해요. 무엇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언더스티어는 코너에 진입할 때 과도한 속도 때문에 일어나기 때문에 속도만 충분히 줄이고 진입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답니다.

오버스티어(Oversteer) 역시 언더스티어와 마찬가지로 지나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언더스티어와는 반대로 뒤쪽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어 발생해요. 뒤쪽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언더스티어와 다르게 코너 안쪽을 향해 의도치 않은 각도로 파고들게 되죠.

 

보통 후륜구동 차량에서 일어나긴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고 노면이 젖어 있거나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환경에서도 종종 겪을 수 있는 현상이에요.

 

오버스티어의 대처법은 언더스티어보다 까다로워서 관련 지식과 더불어 순간적인 판단력을 필요로 해요. 일단 오버스티어는 언더스티어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제동을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 스핀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되도록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고 하는 것이 오버스티어와 같은 맥락이랍니다.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면 진행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각도를 보정해주는 조작이 필요해요. 또한 제동보다는 오히려 가속을 해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오버스티어를 해결할 수 있어요. 다만 기본 지식과 더불어 장기간의 훈련을 통한 숙달이 필요하답니다.


실제 세계에서 드리프트 할 수 있나?

원리를 알고 보니 자신의 차로는 드리프트 도전이 쉽지 않겠죠? 차가 고성능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운전 실력도 부족하니까요. 단숨에 운전 실력을 키울 수 없다면 드리프트를 즐길 수 없을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답니다. 바로 운전 잘하는 사람 옆에 타면 돼요.

 

2014년 인천 국제도시 영종도에 문을 연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드리프트와 같은 다이내믹한 트랙 주행의 진가를 느껴볼 수 있는 ‘M Tax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BMW M5에 동승해 트랙을 10분간 경험할 수 있는데, 급제동과 급가속, 드리프트를 폭풍 몰아치듯 겪다 보면 10분이 10초처럼 짧게 느껴진답니다. 만약 직접 드리프트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M Drift’ 코스를 수강하면 돼요.

드리프트 체험을 더욱 실감 나게 느끼려면, 드리프트에 사용되는 기술은 몇 가지를 알고 있으면 좋겠죠?

 

#1. 사이드 브레이크 드리프트 (Brake Drift)

사이드 브레이크 드리프트는 시속 30km~40km의 비교적 낮은 속도로 진행돼요. 드리프트를 하려는 지점에서 의도적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면 뒷바퀴로 실리는 힘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되는데, 앞바퀴는 힘을 받고 앞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뒷바퀴에는 힘이 전해지지 않아요. 이 원리를 이용해 차량이 속력을 유지하며 코너로 진입하면 다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미끄러지듯 코너를 빠져나가는 것이죠.

 

#2. 페인트 드리프트 (Feint Drift)

페인트 드리프트는 시속 60km~80km 속도에서 넓은 코너를 돌 때 사용되는 기술이에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차량을 좌우로 움직이며 차체를 미끄러뜨려서 드리프트를 만들어 내죠.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가려던 차체가 갑자기 바뀐 방향 때문에 미끄러지는데, 이때 이 미끄러지는 힘을 이용한 기술이에요.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힘을 발생시켜 연속적으로 드리프트를 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은 차량의 타이어 손상이 매우 크답니다.

#3. 클러치 킥 드리프트 (Clutch Kick Drift)

클러치 킥 드리프트는 코너에 진입할 때 수동 기어 변속에 사용하는 클러치 페달을 순간적으로 눌렀다 떼면서 일시적으로 뒷바퀴에 엄청난 힘을 가해 차가 튀어나가게 하는 기술이에요. 사이드 브레이크 드리프트와 비슷하지만 사용되는 원리가 다른데, 특히 이 기술은 U자형 곡선에서 주로 사용되죠. U자형 코너를 돌 때 클러치를 순식간에 눌렀다 떼면 뒷바퀴의 가해진 힘으로 미끄러져 차량의 방향이 바뀌면서 빠른 코너링을 할 수 있어요.

 

#4. 관성 드리프트

100m 달리기를 할 때 결승점에서 바로 멈추지 못하고 지나치게 만드는 힘이 관성인데요. 이 힘을 이용한 드리프트가 관성 드리프트예요. 시속 100km 이상의 빠른 속도에서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잠깐 돌린 뒤 다시 원래 방향대로 돌리면서 뒷바퀴에 작용하는 관성의 힘을 이용한답니다.

그렇다면 이런 드리프트 기술을 이용한다면 일반 운전자가 가지고 있는 차량으로도 드리프트를 할 수 있을까요? 설상 드리프트를 시도하더라도 요즘 차에 장착된 타이어는 접지력이 매우 우수해서 애초에 일반 운전자가 도로에서 접지 한계 영역 근처에 닿을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요. 그리고 요즘은 후륜구동 자동차도 오버스티어보다는 언더스티어가 나도록 세팅되어 나오고, ESP 시스템 같은 자세 제어장치가 달려있기 때문에 오버스티어 자체를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드리프트 주법을 자동차의 주행 모드 가운데 하나로 넣어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AMG E63

일찍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2)의 고성능 버전 E63은 마니아들로부터 화끈한 드리프트 기술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차로 알려졌었죠. 이를 두고 2017년 북미 모터쇼에 데뷔한 신형 모델에 아예 드리프트 모드 자체를 추가했어요. 메르세데스-AMG E63은 기존 5.5L V8보다는 작아진 AMG GT의 4.0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은 563마력, 최대토크 76.5kg.m부터 E63 S는 612마력, 최대토크 86.7kg.m을 발휘해요. 드리프트를 즐기기에 적당한 힘이자 메르세데스-AMG 다운 세단 튜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 맥라렌 720S(P14)

맥라렌 720S(P14)는 650S의 뒤를 잇는 모델인데, ‘가변형 드리프트 모드(Variable Drift Control)’가 새롭게 추가됐어요. 맥라렌은 신형 슈퍼카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모드를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가변형 드리프트 모드는 일반적인 드리프트 모드와는 조금 달라서 기존 650S의 프로액티브 섀시 컨트롤보다 12개 많은 센서를 이용해 정밀하게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고 해요.

# 5세대 토요타 수프라

토요타의 스포츠 쿠페 수프라의 5세대는 FR 구동계를 가진 스포츠 쿠페답게 운동 성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드리프트 모드의 활동 범위가 넓은 편이에요.

 

# 포드 포커스 RS

포드는 2015년 4월 포커스 RS에 새로운 드리프트 모드를 추가시켰는데, 사륜구동 방식을 쓰는 포커스 RS는 엔진에서 발생시킨 토크의 70%를 뒷바퀴로 보낼 수 있어요. 이 기능은 대책 없이 뒤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가 아니라 ESC와 AWD의 프로그래밍 안에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도록 기능상 구현한 것이에요.


카트라이더 손가락 코스 운행 가능?

영화나 대중매체에서 드리프트를 본 후에 운전대를 잡으면 마치 자신도 그렇게 운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드리프트를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핀란드 같은 특수한 경우도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일반 운전자들은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만 교육받았을 뿐이에요.

 

일반 운전자는 절대로 프로 레이서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반 운전자는 고속에서 레코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진입하는 기술, 흐트러진 차의 자세를 재빨리 잡아주는 카운터 스티어링 조작, 그리고 가속과 감속 컨트롤 모두 미숙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운전자가 안전 확보도 되지 않은 공도에서 코너링하면서 드리프트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겠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차를 이용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리프트를 즐기며 폭주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각종 인명과 재산 피해가 생겨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레이싱 드라이버 라이선스는 서킷이나 각종 레이싱 스쿨에서 따로 취득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저 빠르고 안전하면 될 만한 자동차를 아찔하게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 기술은 자동차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꿈꾸게 마련이니 말이에요. 지금까지 운전자들의 로망 드리프트에 대해 알아봤어요. 막 피가 뜨거워지고 엔진 소리를 들으며 달리고 싶어 지시나요? 어디까지나 위급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처하시라는 의미로 알려드렸어요. 카트라이더의 손가락 코스가 무지개 모양으로 펼쳐져 있더라도 폭풍 드리프트 하겠다고 달려 나가면 안 된답니다~ 드리프트는 게임에서만 하기로 약속하고, 오늘도 안전 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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