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무시하던 페라리, '전기'를 선택한 이유?

조회수 2019. 7. 12. 1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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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페라리가 ‘전기’차를 생산합니다. 페라리의 첫번째 전기차 ‘SF90 스트라달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로 지금까지 생산된 슈퍼카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어요. 엔가젯은 SF90 스트라달레를 가스 구동 전통과 전기화된 미래 사이의 차이를 메우기 위한 명백한 시도라고 보도하기도 했답니다. 절대 전기차를 만들지 않겠다던 페라리가 설립 90주년을 맞아 입장을 바꾼 이유가 자못 궁금해지는데요. 가장 강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SF90 스트라달레를 통해 최근 페라리의 행보를 살펴봤습니다.


90주년 맞은 스쿠데리아 페라리

페라리는 6월 5일부터 이탈리아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에서 페라리의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와 페라리의 기술 진보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하이퍼카 전시회를 열고 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페라리는 2017년에 70주년을 맞았지만, 사실 스쿠데리아 페라리 레이싱은 도로 자동차 부문보다 앞서 있죠.


90주년 전시의 주제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페라리의 레이싱 팀으로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이야기는 거의 한 세기 전 엔조 페라리가 알파 로메오를 위해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고 경주하던 때부터 시작됩니다. 


1929년 11월 16일 페라리의 창립자 엔조 페라리는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창단하는데요. 창단 초기, ‘소시에타 아노니마 스쿠데리아 페라리(Societa Anonima Scuderia Ferrari)’라는 이름으로 경주에 참가한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첫 출전 경기인 1930년 밀레 밀리아(Mille Miglia),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 등 역사적인 레이스와 데이토나, 스파, 르망 등 24시간 내구 레이스, 세브링 12시간 내구 레이스, 그리고 F1 경기에 출전하는 당대 최고의 드라이버들에게 차량을 지원하며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리게 되었어요.


페라리는 이렇게 태생부터 포뮬러원(F1) 레이싱 팀(스쿠데리아 페라리)에서 출발해서 F1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브랜드로 남아있죠.


내연기관 최강자, ‘전기’를 선택한 이유

2011년 8월 루카 디 몬테지멜로(Luca di Montezemelo) 당시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전기차를 믿지 않기 때문에 페라리 전기차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었죠. 그러나 그는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2014년 한정판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으로 출시했어요. 그리고 2019년까지 모든 차량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전임 CEO의 선언은 새로운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 CEO가 오면서 번복됐어요. 201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한 그는 기자들에게 전기 슈퍼카가 있다면 페라리가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죠. 


마르치오네는 떠오르고 있는 전기차 산업을 두고 일론 머스크가 일궈온 테슬라를 칭찬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동시에 머스크가 가져온 시장 혁신에 대해서는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평가 절하했죠. 그는 전기 동력을 일부 사용한 하이브리드 페라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아 먼저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이후 전기차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렇다면 90년의 역사를 가진 페라리가 ‘전기’ 모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 막 전기 페라리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성능면에서 내연기관 최고봉에 오른 페라리가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고민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명 슈퍼카 제조사가 기존에 고려하지 않던 전기 파워트레인을 미래 로드맵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쉬프트'인 셈이죠.


페라리의 그룹 총괄 산하 4명의 CEO 중 중국·홍콩·대만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넥텔 CEO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두고 전기차와 수소차, 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유형의 차량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그는 페라리가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죠. 페라리는 자동차 트렌드가 바뀐다고 순응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들만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라고 강조한 거예요. 페라리가 테슬라 모델S나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등의 인기에도 역시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해요.


다만 전기 모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카는 꾸준히 선보일 것으로 보여요. 페라리는 그들이 추구하는 퍼포먼스를 갖춘 차를 개발하면서 성능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전기 모터 탑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랍니다.


제로백 2.5초, 역사상 가장 강력한 SF90 스트라달레

이제 페라리 최초의 전기차 SF90 스트라달레를 살펴볼까요?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여기에 최고출력 780마력의 V8 터보 엔진과 220마력을 내는 3개의 전기 모터가 합해져 최대 토크 81.5kg.m에 최대 출력이 무려 1000마력에 이른답니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신형 모델은 기본 769마력 및 81.5kg.m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3개의 전기 모터 중 2개는 전륜 액슬에, 나머지 1개 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하는데요. 페라리는 여기에 가장 강력한 파워를 안전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4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했다고 해요.

SF90 스트라달레는 정지 상태에서 2.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전기 충전으로 평균 시속 135km의 속도로 전기만 사용해 약 25km를 주행할 수 있어요.


최고속도는 시속 340km로 이전 모델인 페라리 라페라이의 최고속도 시속 350km보다는 떨어지지만, 차체(1570kg)를 가볍게 하고 신형 파워트레인과 더 빨라진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갖춰 페라리의 자체 테스트 트랙에서 라페라리보다 1초 정도 빨랐다고 해요.

후진 기어가 프론트 모터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필요하지 않아 가능한 것이랍니다.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RAC-e(전자식 코너링 제어 장치)로도 불리는 완전 전자식 프론트 액슬을 도입해 동적 제어의 스펙트럼을 더욱 확대했는데 2개의 전기 모터는 추진력 제공에서 뿐만 아니라 두 휠에 전달되는 토크 또한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함으로써 토크 벡터링의 범주를 확장했어요.


게다가 차량 후방에 ‘셧-오프 거니’라는 혁신적인 특허 기술도 적용했어요. 이 시스템은 차체 상부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 측면 역학 하중을 낮춰 고속에서의 드래그를 감소 시키고 제동 및 방향 전환, 코너링에서의 다운 포스를 높이는 역할을 한답니다.

인테리어는 디지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스티어링 휠 역시 손을 떼지 않고 모든 조작이 가능한 전통적 방식의 터치 패드를 고수하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됐죠. 또 16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장착됐으며, 배터리 잔량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주행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요.


SF90 스트라달레 키리스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스마트키도 도입했는데요. 이 스마트키는 앞으로 제작될 신차 라인업에도 적용할 예정이예요. 모델명에 맞게 각각 이름이 붙여진답니다. 이 외에도 직사각 형태의 기존 ‘도약하는 말’ 배지 외에 메탈 버전의 스쿠데리아 페라리 로고도 선택 가능해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누구나 한 번쯤 꼭 타보고 싶은 '모두의 드림카'죠. 페라리는 그만큼 희소성이 높은 소수의 오너와 다수의 팬을 거느린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두바이에는 페라리 팬들을 위한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가 있고, 현재 페라리의 많은 오너들은 '언젠가 페라리를 꼭 타보겠다'는 꿈을 이룬 사람들이기도 하죠.


연간 7,000대의 족쇄를 풀어버린 페라리는 2016년 8,014대, 지난해 8,398대로 생산 대수를 서서히 늘려왔어요. 철저히 수제작에 의존하는 제작방식을 고려하면 빠른 증가세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예사롭지 않아요. 페라리는 출고 수 년 전부터 대기자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에 판매 대수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2018년 한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보다 25% 늘었답니다. 


90년 역사와 기술을 기반으로 도로 위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명성을 얻은 페라리가 미래 전기 슈퍼카 시장에서도 최고봉의 명예를 얻고 성장세를 이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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