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자동차를 그리는 사람들

조회수 2017. 3. 15. 2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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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누가 그리고 있나요?

자동차를 그리는 사람들

‘초두효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처음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되는 정보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론으로, 사람들은 짧지만 강력한 첫인상으로 상대를 판가름하기 쉽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첫인상으로 판가름되는 대상은 비단 사람뿐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자동차도 마찬가지이죠. 처음 보게 된 자동차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력한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요.

때문에 자동차 디자이너는 디자인이 공개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직업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동차를 그리는 사람들, 자동차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클래식 자동차 디자이너

초창기 디자인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에 공을 들였던 자동차 산업은 1930년대 자동차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자인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활동했던 할리 얼(Harley J, Earl), 단테 지아코사(Dante Giacosa),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 같은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클래식 자동차를 탄생시킨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입니다.

할리 얼은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GM의 디자이너로, 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GM의 디자인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입니다. ​


과거 꿀팁을 통해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되짚어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테일핀’ 이라는 용어를 썼던 적이 있죠. 바로 그 테일핀 자동차를 처음 세상에 선보인 사람이 바로 이 할리 얼인데요. 그의 대표작으로는 세계 최초의 컨셉카 뷰익(Buick) Y Job, 쉐보레 콜벳, 캐딜락 엘도라도 등이 있습니다.

단테 지아코사는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 피아트의 디자이너였는데요. 당시 자동차들이 크고 화려함을 지향했던 것과 다르게, 작지만 패셔너블한 자동차를 디자인하여 피아트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다진 인물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피아트 누오바 500, 세이첸토 600 등이 있죠.​

클래식 자동차하면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 영국의 미니(MINI). 미니를 디자인한 사람은 엔지니어 겸 디자이너였던 알렉 이시고니스로, 그는 제 2차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한 50년대 후반, 작지만 연비가 좋고 동시에 실용성까지 갖춘 자동차 미니를 만들었습니다.


차체는 작지만 넓은 실내를 갖춘 미니는 당대 엄청난 인기를 이끌었는데요. 덕분에 이시고니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아 귀족이 되었다고 하네요.


자동차의 현대화를 이끈 2인

바로 위에서 언급한 디자이너들의 클래식 자동차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모더니즘을 입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이라는 새 옷을 입는 과도기의 중심에는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라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있었죠.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20세기를 통틀어 대표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라 말해도 무색할 만큼 그 역량이 위대한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디자인한 자동차의 브랜드만 나열해도, 현재 세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는 거의 다 나올 정도이죠.


폭스바겐 골프와 시로코, 마세라티 보라와 부메랑, 아우디 80, BMW M1, 렉서스 GS300, 그리고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드로리안과 우리나라 자동차 현대 포니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브랜드가 없다고 해도 믿을 수 있겠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지아로가 의미 있는 이유는,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를 디자인한 사람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주지아로는 국내에서 주최하는 2015년 제 9회 포니정 혁신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로 다시 한 번 회자되었습니다.

마르첼로 간디니 역시 이탈리아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거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가 주로 활동했던 60~8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시대보다 훨씬 앞서 선보였던, 선구자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간디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후임으로 자동차 디자인 공방 베르토네의 수석 디자이너로 입사하며 그의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세간에 공개됨과 동시에 간디니를 일약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당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하지만 균형 잡힌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도 간디니는 람보르기니의 에스파다, 쿤타치, 디아블로 등을 디자인하며 람보르기니의 기념비적인 디자이너로 이름을 새겼고, 이후 91년 부가티 EB110 디자인에 참여하며 슈퍼카 디자이너로서의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이번엔 조금 더 가까운 현대의 자동차 디자이너를 알아볼까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 불리는 3인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Christopher Edward Bangle),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이안 칼럼(Ian Callum)입니다.

혁명가라 불리는 전 BMW의 총괄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1992년부터 BMW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크리스 뱅글은 보수적이었던 BMW를 역동적이고 젊은 감각의 디자인으로 탈바꿈시킨 전설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 7시리즈(2002년 출시)는 크리스 뱅글에게 혁명가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집약되어 있는 모델인데요. 직선으로 다듬어진 고급 세단을 곡선으로 감싸는 새로운 시도, 정숙한 세단의 트렁크를 한껏 치솟게 만든 뱅글부트(Bangle Butt) 디자인, 그의 역사적인 업적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7시리즈 출시 초반, 일부 언론매체와 BMW마니아들은 그의 디자인에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살해 협박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영혼이 담긴 디자인은 빠른 시간 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뒤이어 발표된 타 브랜드의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자동차그룹 최고 디자인 책임자, 뉴스기사에서 많이 보던 이름이죠? 피터 슈라이어는 1994년 아우디, 2002년 폭스바겐을 거치며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친 인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98년 출시된 아우디 TT가 바로 그의 대표작인데, 프리먼 토머스가 디자인한 컨셉카를 양산 자동차로 만들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죠. 이후에도 A4, A6, A8 등을 디자인하던 그는 폭스바겐을 거쳐, 기아자동차 디자인팀에 합류하는 새로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의 활약 덕분일까요? 당시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아 자동차는 K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으로 이끌었고, 기아자동차만의 호랑이코 그릴이라는 시그니처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피터 슈라이어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총괄 사장의 자리까지 올랐는데요. 현대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자동차 시장에 안착하는 것에 인생을 걸었다고 하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고 불리우는 재규어, 그 재규어를 그리는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 그는 1999년 재규어에 합류한 이래, XJ, XF, F-TYPE, XE 등을 탄생시킨 재규어 디자인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올해 초 XJ의 국내 발표회를 다녀간 그는, ‘자동차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는데요. 그가 이끄는 재규어가 앞으로 또 어떤 아름다움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세계 속에서 빛나는 한국인 디자이너

그런데 여러분, 물론 자동차라는 것이 본래 서양권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브랜드의 역사 또한 훨씬 깊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는 외국인이 주를 이루는 게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 두터운 시장의 벽을 뚫고 당당히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BMW에서 4시리즈 쿠페를 양산시킨 강원규, 맥라렌의 슈퍼카를 디자인한 여홍구 現 삼성전자 디자이너, 도요타의 손 꼽히는 한국인 디자이너 권판수, 그리고 벤틀리의 선행디자인 총괄을 맡았던 現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이상엽 상무 등, 수많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자동차 탄생에 기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출시될 미래의 자동차에서 한국인의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자동차의 가치를 이루는 요소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 성능, 스펙 등으로 일컫는 기술력 측면에서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다 빠르고, 보다 안전하고, 훨씬 더 스마트하게! 성능 좋은 차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은 조금 다른 측면입니다. ‘발전’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당대의 문화와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죠. 소비자에게 디자인은 호불호가 분명한 주관적인 영역이거든요. 패션이나 연예인처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보니, 결국 자동차 디자이너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훔쳐내는 어려운 미션을 가진 직업인 것 같네요.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더 유려한 실루엣의 자동차들을 기대해보며, 오늘의 포스트를 마칩니다!



* 이미지 출처: testpilotwear​, flickr​, ​forcegt​, netcar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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