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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부터 샤넬까지" 청담동 명품거리의 역사

조회수 2017. 10. 5. 0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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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변화의 물결③

손안에서 쉽게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시대. 국내 많은 패션 스트리트가 그렇듯 청담동 명품거리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을 기점으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1.5km에 달하는 가로(街路)를 말한다. 대로변의 큰 명품 매장 이외에도 골목 구석구석 카페, 헤어숍, 갤러리 등이 위치해 있어 문화적인 공유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옷을 입고 또 벗으며 변화의 흐름을 담아온 가로는 국내 럭셔리 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지킨다. 거리의 오래된 매장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때로는 새 단장을 하며 말이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역사는 이렇다. 1980년대 초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아파트와 주택지가 건설되며 부유한 지역 소비자들을 따라 패션디자이너들이 명동에서 강남으로 옮겨오게 됐다. 이후 1985년 현대백화점 본점인 압구정점이 개점하고, 1990년 기존 한양 쇼핑 영동점과 패션 전문점 파르코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으로 재개점 됨에 따라 압구정 일대는 더욱 활성화를 띄기 시작했다. 반면 고가의 브랜드들은 국내 쇼핑 중심지였던 압구정 로데오와 인접하면서도 비교적 한산한 청담동을 선호했다. 강남구 역시 기존 주택의 용도 전환 시 지원을 우선 허용하며 문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청담동을 특화 거리로 지정해 그 발전에 도움을 가했다.


당시 청담동의 중심 세력은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었지만 IMF의 한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청담동이 오늘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1996년 캘빈클라인의 단독 매장이 들어서고 1997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프라다 매장이 오픈하면서 부터다. 이전까지 업체를 통해 상품 또는 라이선스 브랜드를 수출해온 해외 브랜드는 이 무렵부터 한국 업체와의 관계를 끊고 자사 설립 및 직영점이나 대규모 독립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98년 구찌 플래그십 청담점, 200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 멀티매장 분더샵, 루이비통 등 굵직굵직한 매장이 차례로 문을 열며 본격적인 명품 시대에 들어서게 된다. 


2000년대, 고객들의 취향이 다분화되면서 새로운 것을 원하는 니즈도 강해졌다. 이에 소규모의 편집매장이나 가격대가 낮은 해외 신예 브랜드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명품 거리를 중심으로 골목골목 들어선 크고 작은 청담동 멀티숍들이 생겨났고, 아르마니·까르띠에·에르메네질도 제냐·페라가모·질샌더 등 빅 브랜드의 단독 매장 역시 꾸준히 개관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거리로 성장했다. 


하지만 높은 임차료로 인한 막대한 매장 운영비와 더불어 온라인 시장이 강화되며 실적이 악화된 브랜드는 거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대신 불황에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초고가 명품 만이 남게 된다. 공실이 생겨도 부동산 가격을 낮추지 않는 이유도 그 가치로 다하기 때문이다. 2015년 크리스챤 디올의 하우스 오브 디올과 버버리의 서울 플래그십이 몇 달 간격으로 오픈하며 명품다운 명품거리로 웅장함을 더했다. 각각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가 피터 마리노와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CCO) 크리스토퍼 베일리 감독 하에 디자인됐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럭셔리 공간은 글로벌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용하고 정갈한 거리의 이미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사치가 이루어지는 쇼핑의 거리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한 곳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점는 눈여겨볼만하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MCM, 겐조, 미우미우 매장이 새롭게 오픈했으며 까르띠에·오메가 같은 기존 자리잡고 있던 매장도 속속 리뉴얼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하이엔드 시장의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구찌 플래그십 청담점이 20주년을 맞는다. 또 샤넬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청담동에 개장한다는 뜨거운 이슈도 있다. 


이렇듯 청담동 명품거리는 최근 계속되는 경제 불황과 특정 소비층만을 유도한다는 네거티브한 반응과는 별개로 상업적 이윤을 넘어 문화적 가치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명성은 거리의 시간과 함께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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