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김희선, 우아진에 그려낸 이유있는 자신감

조회수 2017. 8. 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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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패션 이야기

김희선, 데뷔 25년에 만난 맞춤 캐릭터...예쁘고 당찬 우.아.진.

90년대를 호령한 원조 로코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 톱스타 배우 김희선. 데뷔 25년 차의 그는 JTBC 금토극 '품위 있는 여자'의 우아진 역에 대해 "결혼 후 실제 나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말한다. 그 때문일까 지난달 29일 방송된 14회는 9.6%(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류층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써 내려가는 '품위 있는 여자'는 시작과 동시에 박복자(김선아) 살인사건으로 긴장감을 더했고, 욕망과 권력을 따라 흐르는 치열한 남과 여 사이 애증 전선은 우아한 막장이라는 평을 얻으며 인기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품위 있는 그녀 김희선. 김희선이 맡은 캐릭터 우아진은 전직 스튜어디스이자 준재벌 가문의 며느리로 고급스러운 자태와 지혜를 갖춘 여자다. 구김 없는 모습과 성형 없이 완벽한 미모로 상류층 사회에 적응할 즈음 손수 뽑은 시아버지 간병인이자 후에 집안을 집어삼켜먹는 박복자와 기꺼이 친절을 베풀지만 남편의 외도녀로 돌변한 윤성희(이태임)로 하여금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출처: JTBC '품위 있는 여자'

김희선은 2009년 출산 후 6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SBS '신의'(2012, 연출 김종학 신용휘)를 비롯 KBS2 '참 좋은 시절'(2014, 연출 김진원), MBC '앵그리맘'(2015, 연출 최병길)까지 사극 또는 친근하면서 현실감 있는 이미지로 연기적 스펙트럼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왔다. 그리고 이번 우아진 역으로 그동안 아껴왔던 제 옷을 꺼내 입은 듯 그 우월함을 하염없이 뽐낸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딱 어울리는 화려한 스타일링 그리고 럭셔리한 애티튜드야말로 대중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김희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점에서 이번 역할은 확실히 그녀 인생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김희선 전속 스타일리스트 구원서 실장은 "우아진 캐릭터가 워낙 현실 김희선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만 의존하면 자칫 심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스타일적으로 더욱 과하게 연출한 부분이 없지 않다"라고 전반적인 캐릭터 스타일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 촬영 전 우아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할 때 '실제 상류층 사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화려한 옷을 입는다. 웬만한 건 평범하게 보일 거다'라고 정리했다. 우아진은 냉철하고 아집 있는 기존 브라운관을 통해 많이 비춰졌던 상류층 여자와는 다르다. 때로는 장난도 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여자기에 그 부분을 한껏 표현하려 했다"며 덧붙였다.

럭셔리한 재벌가 며느리라는 설정이라지만 우아진은 훨씬 과한 화려함이 있다. 가족 모임에도 멋을 한껏 끌어올린 공작새 마냥 블랙 슈트에 화려한 퍼 트리밍으로 치장을 하고, 엄마들의 브런치 모임에서도 번쩍이는 골드 드레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방송 후 큰 화제가 된 바 있는 삼자대면 퍼 코트 룩은 구원서 실장과 김희선이 '현대판 갑옷'이라고 서로 장난 섞인 말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남편의 외도녀를 만나러 가는 비장함을 잘 보여준 패션이었다.

골프장에서도 눈꽃처럼 빛났고, 마음 수련관에서도 아찔한 킬 힐은 언제나 그와 함께 한다. 그런 우아진을 사치스러운 강남맘이라 단언하지 못하는 것은 기분 좋게 뿜어져 나오는 그만의 밝은 에너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아진은 이혼 판결을 위한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남편과 결혼의 무게가 달랐다. 결혼 전 추운 겨울 남편의 외제차에 탔을 때의 안락함에 유혹됐다"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며 조강지처라는 타이틀, 대성펄프 사모님이라는 위치, 아빠가 있는 안정된 가정, 재력까지 모두 포기했다. 주도적인 여자로의 삶에서 더욱 당당하기 위한 품위를 갖추기 위해서다.

브런치 모임 멤버인 차기옥(유서진) 역시 남편의 외도라는 같은 상황에 처했다. 물론 디테일적인 부분은 달라 시련의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나 우아진과 차기옥이 비극을 맞는 자세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한 차례 태풍 후 만난 차기옥은 전과는 다르게 다소 초라해진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우아진은 꼿꼿이 아름다움을 지킨다. 구원서 실장은 우아진의 하락세에도 그가 가진 특별함을 흩트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


"스타일 속 화려한 디테일은 온화한 성격의 우아진을 더욱 입체감 있게 만들어 준 요소 중 하나에요. 그렇기에 그 부분은 불륜 사건이 터진 후 감정선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죠. 대신 전체적인 무드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했기에 차이를 둔 것이 바로 색감이었습니다. 우아진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처절한 여자가 아니기에, 극 후반부 흐름에 맞추어 밸런스 있게 연출했어요."

우아진은 극 후반부로 갈수록 평소 시그너처 룩처럼 입어온 골드 룩보다는 깨끗한 컬러에 심플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대신 셔츠나 블라우스 같은 기본 아이템에도 러플 디테일이나 반짝이는 스터드로 러블리하고 반짝이는 그의 매력은 유지한다. 또 어두운 색상의 아이템에도 가죽처럼 강렬한 소재로 패션 감각을 어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의상 디자인 학과를 전공한 우아진은 남다른 스킬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극에서 참으로 유용하게 쓰이는데, 박복자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사용한 풍숙정의 비법 깍두기 대신, 우아진은 본인의 끼를 살려 직접 만든 패션 소품을 활용한다. 집 나간 박복자의 마음을 돌릴 때, 갤러리 대표(전수경)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손수 만든 브레이슬릿과 네크리스는 물질이 만연한 상류층 사이 우아진의 따뜻한 심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럭셔리한 우아진의 비밀이라 함은 부티크를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천만 원짜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단돈 50만원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카피가 아닌 레퍼런스라고 말한다. 한 회에 4-5벌씩 갈아입는 의상을 드라마 설정에 맞춰 제작할 순 없었을 테지만 우아진 캐릭터가 충분히 리폼 또는 제작했을 법한 옷을 착용해 디테일을 살려냈다.

"결혼 전 스튜어디스였던 우아진이 어려운 옷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브로치가 여러 개 달린 빨간 코트라든지 실제 디자이너 컬렉션 제품이지만 우아진의 아이디어가 담긴 듯 보이는 착장으로 설정했죠. 감독님도 배우도 현실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많은 고민을 더했던 부분입니다.


"29일 방송에서는 갤러리 아트 컨설턴트를 제안받아 일하던 중 VIP 고객의 구두를 리폼하게 된 우아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구원서 실장은 화이트 셔츠에 그린 팬츠로 전문적인 커리어 여성으로의 모습을 부각한 패션 속 진주 액세서리를 여러 착 레이어링 한 것 역시 극의 개연성을 위해 연출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주 장식을 더한 구두에 반한 VIP 고객이 우아진의 백을 보고 본인의 것도 주문하는 모습이 이어졌는데, 이는 종영까지 단 6회 만을 남겨둔 드라마에서 우아진의 앞날이 어떻게 풀릴지에 대한 힌트와 더불어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하게 해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바다.


글=최정윤(셀럽스픽) 

dondante14@celpi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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