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아가야'

조회수 2018. 9. 10. 0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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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는 딱 죽기 일보직전에 구조되었다.  

아가야는 태어난 지 네 달이 채 되지 않은 한 고양이의 이름이다. 

오늘 당장 죽어나가도 이상할 것도 없는 길고양이다.

아가야와 아가야의 어미, 그리고 한날한시 같은 뱃속에서 난 형제들은 사람이 주는 물과 사료를 먹으며 그런대로 살아갔다. 

다른 길고양이에 비해 운이 좋았다.  

적어도 그 집주인이 ‘길고양이 급식 금지령’을 내려지기 전까지는 운 좋은 고양이 가족이었다.

아가야 가족이 굶주림과 탈수로 픽픽 쓰러질 때 

아가야는 다섯 마리 중 유일하게 누군가에게 거둬졌다.

 

아가야는 뜰채에 낚여 사람의 집으로 들어왔다.  

겁먹은 아가야는 신발장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나왔을 때 아가야 두 번째로 붙잡혀져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세 번째로 아가야가 사로잡혀서 정신을 번뜩 차렸을 때는 낯선 고양이 냄새와 소독약 냄새 풀풀 풍기는 병원이었다.   

몇 차례 강제 포획당하자 아가야의 사람에 대한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무조건 사람의 손은 피하고 봤고 그럴수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아가야가 다른 이 집 고양이와 어울리고 있을 때였다.

아가야의 주인은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아가야는 죽기 살기로 발버둥 쳤다.   

아가야 눈빛에 서린 건 죽음을 눈앞에 둔 살아있는 것이 갖는 공포감이었다.   


아가야의 주인은 고양이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자였으니,

그는 고양이들의 신뢰감 표현법을 연구해 만든 쓰담이를 재빨리 꺼내 들어 미간을 빗겨봤다. 

제법 얌전해지자 이번엔 이마를 빗겼다.  

한번, 두 번, 세 번…, 빗질이 거듭될수록 


아가야의 눈빛에 안도감이 어른거렸다.  

아가야의 눈빛에 나른함이 너울거렸다. 


 “엄마였을까…”


 아가야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아가야는 그대로 사람 몸에 제 몸을 맡겼다.   

글 | 장영남 

사연 | 스튜디오올리브 김경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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