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랩

고양이는 워낙 독립적이고 고독을 즐기는 데다 기분파이다 보니 인간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고양이는 정말 인간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츤데레라 본심을 숨기고 있는 걸까요? 

2017년 3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의 크리스틴 비탈레 슈레브 박사팀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은 <먹을 것, 장난감, 냄새, 인간과의 교류 중에서 고양이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가 참 의외였습니다. 먹을 것, 장난감을 제치고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반가운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애묘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실험이었는데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합니다. 

■ 실험 방법

실험은 집고양이 25마리(수컷 13마리, 암컷 12마리), 보호묘 25마리(수컷 12마리, 암컷 13마리) 총 50마리를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단계 1

먼저 ‘먹을 것’, ‘장난감’, ‘냄새’, ‘인간과의 교류’라는 카테고리에 각각 포함된 세 가지의 자극물을 주고 무엇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아봅니다.

1. 먹을 것 | 닭고기, 참치, 고양이용 간식

2. 장난감 | 깃털 장난감(움직이지 않음), 쥐 장난감(움직이지 않음), 움직이는 깃털 장난감

3. 냄새 | 황무지쥐 냄새, 마타타비, 다른 고양이 냄새 

4. 인간과 교류 | 아기 말투로 말 걸기, 쓰다듬기, 장난감으로 함께 놀기 

단계 2

첫 번째 단계에서 카테고리별로 고양이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네 가지 자극물을 동시에 고양이에게 줍니다. 이때 최종적으로 어떤 자극물과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확인합니다.

■ 결과는?

실험에 참여(?)한 고양이 50마리 중 제대로 실험이 진행된 고양이는 38마리였는데요. 그중에서 19마리가 주어진 시간 대부분을 인간과 지냈다고 합니다. 

① 인간과 교류 | 장난감으로 함께 놀기(19마리)

② 먹을 것 | 참치(14마리)

③ 장난감 | 움직이는 깃털 장난감(4마리)

④ 냄새 | 마타타비(1마리)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가 다른 것들은 놔두고 인간에게 다가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한데요. 고양이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과 교류하고 싶어 하는 고양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실험인 것 같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집고양이와 보호묘라는 차이가 실험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환경의 차이가 있어도 인간과 교류하고 싶은 고양이의 마음은 모두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고양이가 인간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실험 결과는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가졌던 선입견을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인데요. 비록 실험 대상이 적기는 했지만 참가 고양이를 더 늘려 실험하다 보면 더 정확하게 고양이가 인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한 이 실험 결과가 아니더라도 집사님들은 이미 고양이가 얼마나 인간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을 좋아하지 않으면 집사의 무릎 위를 점령하거나 어디를 가든 집사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골골송을 부르면서 애교를 부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인간과의 교류를 가장 좋아한다는 고양이의 마음을 안 이상, 더 사랑해 줄 수밖에 없겠습니다. 

글 | 서하나

참고자료 | Kristyn R.Vitale Shreve他（2017）, Social interaction, food, scent or toys? A formal assessment of domestic pet and shelter cat (Felis silvestris catus) preferences., Behavioural Processes. Vol. 141, Part 3, pp. 322-328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76635716303424#bib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