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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의 '쿠키오븐'은 누가 운영하나

조회수 2021. 4. 19.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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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보상형 광고 플랫폼 만드는 캐시슬라이드

나는 쿠키 굽는 사람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네이버웹툰에서 만화나 소설을 보려고 매번 돈을 내고 포인트(=쿠키)를 충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도 있는데, 궁금함을 견디지 못해 기어코 지갑을 연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가랑비에 옷젖듯 통장 잔고가 줄어 있다. 그럴 때 기웃거리게 되는 곳이 ‘쿠키오븐’이다. 쿠키오븐은 일종의 ‘포인트 충전소’다. 광고를 보거나, 광고주가 원하는 행동을 하면 쿠키를 적립해준다. 돈을 내는 대신 광고를 보고 웹툰을 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광고 중에는 “쿠팡에서 2만원 어치 이상 사면 20쿠키 적립” 같은 것들이 있는데, 나는 그래서 어차피 볼 장이라면 쿠키오븐으로 쿠팡에 접속해 물건을 산 경험도 있다. 스스로 알뜰하다고 칭찬하면서, 물론 꼭 필요한 물건이었냐고 물으면 대답은 하지 못하겠지만.

이 쿠키오븐을 나는 그동안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쿠키오븐을 만드는 곳이 사실은 네이버가 아니라 어느 스타트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그 회사는 내게도 낯익은 곳이었다. 휴대폰 대기 화면을 차지하고는, 광고를 볼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던 그 캐시슬라이드가 쿠키오븐을 만들었다. 더 정확히는, 캐시슬라이드 운영사인 ‘엔비티(NBT)’ 말이다.

사진= 이곳이 쿠키공장, 아니 쿠키오븐이다. 이런식의 충전소형 광고를 오퍼월 광고라고 부른다.

그 회사 이야기
part1. 캐시슬라이드 하던 그 회사는 왜 B2B를 주목했나

캐시슬라이드가 매우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 중 상당수가 휴대폰 첫 화면을 캐시슬라이드에 할애했다. 이용자들은 광고를 한 번 볼 때마다 적게는 몇원, 많게는 몇십원의 적립금을 받았고, 그렇게 쌓인 포인트를 현금화 하거나 혹은 커피나 도넛 쿠폰과 바꿔먹기도 했다.

여전히 캐시슬라이드는 NBT의 주요 수익모델이다. 하지만 남의 플랫폼에 얹혀 가는 사업 방식은 OS 사업자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NBT 입장에서는 캐시슬라이드가 잘 나가던 시절부터 사업 다각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자신들이 잘하던 ‘미션을 통한 보상’을 기업 시장(B2B)으로 들고 나가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 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지금 쿠키오븐 서비스의 바탕이 된 ‘애디슨 오퍼월’이다.

애디슨 오퍼월은 한마디로 “앱 내 무료 충전소 제공 서비스”다.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 싶은 광고주와, 무료로 포인트를 얻고 싶은 이용자를 중개한다. NBT는 캐시슬라이드 시절부터 광고주와 이용자를 엮어주는 일을 잘 해왔는데, 이를 더 고도화시켜 B2B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성과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애디슨 오퍼월은 지난 2018년 말 네이버웹툰의 쿠키오븐을 통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는데 이듬해부터 바로 매출을 냈다. 2019년 148억원, 2020년 매출이 215억인데, 대략 NBT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2월 기준 월간 오퍼월 방문자수는 700만명이다. 낳자마자 효자란 것은 이런 상품을 뜻한다.

하지만 이 애디슨이 처음부터 기가 막힌 성적을 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이른바 ‘1세대 에디슨’이 나왔을 때만해도 단순한 배너 광고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비스 자체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들어 시장 트렌드를 쫓는 걸 놓쳤다. 그렇지만 사업확장이라는 미션을 포기할 순 없었다. 당시 트렌드 중 하나였던 ‘비보상형 광고(NCPI)’ 모델로 피봇해 앱설치를 유도하는 서비스로 전환도 해봤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한계를 느꼈다. 그때 만난 곳이 네이버웹툰이다.

part2. 네이버웹툰은 왜 직접 쿠키오븐을 만들지 않았을까?

네이버웹툰에 쿠키오븐이 생긴 것은 지난 2018년 말이다. 다시말해, NBT와 협력하기 전에는 네이버웹툰에도 무료 쿠키충전소가 없었단 뜻이다. 그런데 네이버 정도 되는 회사면 직접 충전소를 운영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외부 협력사에게 ‘광고 유치와 포인트 지급’이라는 사업 공간을 내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파트너사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보상과 적립이라는 미션 자체가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굉장히 크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결국 돈과 연결되기 때문에 포인트가 잘못 지급되거나, 참여가 잘 안 될 때 등 여러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많다. 어설프게 진행하면 고객불만이 들어올 소지가 많은 데다, “적립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참여하는지 잘 모르겠다” 같은 문의 사항에 대한 대응도 계속 해야 한다. 오퍼월 시스템을 구축하고 커머스를 붙이는 백엔드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며, 적립금 지금을 연동해야 한다. CS를 담당해야 하는 등 ‘충전소’ 모델 자체에 연결된 일련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리스크를 지느니 이미 기술이 검증된 회사와 일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NBT는 B2B 시장 공략을 위해 튼튼한 고객사를 레퍼런스로 맞아야 했고, 네이버웹툰은 결제 여력이 없는 이용자를 확보하거나, 혹은 결제 이용자 유입 확대를 위한 창구로 충전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쿠키오븐을 도입하면서 네이버 입장에서는 미리보기 콘텐츠의 트래픽과 수익을 늘릴 수 있게 됐고, NBT는 B2B 시장에서 오퍼월 광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금은 네이버웹툰 외에 네이버페이, 토스 등 마흔여개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part3. 결국에는 커머스

NBT의 수익모델도 결국 정리하자면, 광고와 커머스다. 예를 들어 쿠키오븐에 들어가는 광고의 상당수를 직접 수주해 운영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쿠키오븐의 문을 열자마자 곧바로 NBT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케팅 미션을 수행하면 이용자들에게 포인트를 주는 사업 모델은 NBT가 초창기부터 해왔던 것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쇼핑 커머스 역시 NBT가 꾸준히 해온 일이다. 캐시슬라이드에도 적용이 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NBT가 커머스에 들이는 공은 이전과는 다르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커머스 실험을 해왔는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광고인지 커머스인지 분간이 안 갈 수도 있는 모델이다.

예컨대 쿠키오븐에서 동원샘물이나 쟌슨빌 핫도그를 구매해 포인트를 지급받는 이용자는 이모델을 커머스라고 생각할까, 광고라고 생각할까? 무엇이 됐든 NBT는 여기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쿠키오븐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일부는 NBT가 직접 유통하는 것들로, 쿠키오븐이라는 포인트 충전소를 통해 커머스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NBT가 얻는 수익은 유통마진이다.

NBT는 최근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실험을 하고 있다. 캐시슬라이드나 쿠키오븐 같은 오퍼월 사이트에서만 진입할 수 있는 ‘쇼핑하면 적립’이라는 몰을 구축해 운영한다. 지난해 초 300~400개에 불과했던 구비 상품 수가 최근에는 3000개를 넘어 4000개를 바라보고 있다.

애초 하나의 광고 미션에 하나의 상품만 취급할 수 있게 했던 실험이 꽤 쏠쏠한 성과를 내자, 이처럼 상품 검색도 가능하고 인기 판매 랭킹도 볼 수 있는 사이트로 진화한 것이다. 몰이 생기면서 오퍼월의 거래액도 덩달아 오르는 걸 확인했다. 일반 커머스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가능성을 봤다. NBT는 향후 이 쇼핑몰을 제휴사 전체로 확대하도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애디슨을 중심으로 한 B2B 사업은 NBT에는 미래 동력이다. 캐시슬라이드가 아직까지 안정적 현금창출의 원천이지만, 계속해 성장하는 사업은 아니다. 이 회사는 올 초 상장했는데 기업가치 평가를 받은 영역은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NBT다. 그만큼 포인트 플랫폼 시장이 가능성 있다는 뜻이고, 이 분야에서 NBT가 경쟁력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NBT 측은 애디슨 오퍼월을 현장에 적용시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양적인 제휴사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웹툰을 만나 애디슨이 제 자리를 잡았듯, 각 제휴사에 맞는 오퍼월 모델 구축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언제 어디서 쿠키오븐과는 닮은 듯 다른 포인트 충전소와 커머스를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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