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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죽었지만 명품은 떠올랐다

조회수 2021. 4. 9. 16: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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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꼽히는 대표적인 온라인화가 더딘 카테고리다. 아니, ‘카테고리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카테고리를 다루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업체 발란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1년 1분기 거래액은 2020년 1분기 대비 289% 성장했다. 발란 사이트의 총 방문자 수도 지난해 1분기 379만명에서 올해 829만명으로 118% 성장했다.


2020년 기준 2500억원 거래액 규모를 만든 또 다른 명품 이커머스 업체 머스트잇이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디올, 구찌 상품의 합산 판매량이 2019년 대비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디올의 머스트잇 상품 판매량 증가율은 484%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카카오커머스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잡화’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도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또한 명품 카테고리의 성장에 주목하여 신세계그룹과 협력하여 패션과 뷰티 카테고리의 온라인 명품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시장 안에서 명품 카테고리의 빠른 성장은 상위 카테고리인 ‘패션’이 온라인에서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의복, 가방, 패션용품 및 악세사리 등 패션 관련 상품 카테고리는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보복 소비 경향이 나타남으로 패션 카테고리의 소폭 거래액 성장세가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률 평균치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맞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1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자료 왼쪽)에 따르면 의복, 가방 카테고리는 전년 동기 거래액 대비 각각 5.5%, 12.6% 상승했다.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11.5% 하락했다. 코로나19 발발 시점인 2020년 2월 조사 결과(자료 오른쪽)에 따르면 패션 관련 카테고리 거래액은 대부분 전년 동기대비 역성장했다. (자료: 통계청)

왜 온라인 명품이 떠오르는가


명품은 대표적인 백화점의 핵심 카테고리였다. 코로나19 이후 하락세를 보인 백화점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준 것도 명품이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의 발표(대한상의, 200721)에 따르면 2020년 들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은 110% 이상 증가했고, 이는 전체 매출 중에 30%를 차지했다. 롯데쇼핑의 2020년 4분기 IR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의 해외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성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의 매출은 9.9% 역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명품 카테고리가 오프라인에서 주로 거래되던 이유 중 하나는 ‘신뢰’ 때문이었다. 진품을 판매한다는 믿음이 있고, A/S 또한 용이했다. 반면, 온라인은 여전히 가품 유통과 관련된 이슈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타났다. 구매단가가 높은 명품을 신뢰의 장벽을 넘어 온라인에서 구매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온라인 명품업체들은 명품 온라인 소비의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평한다. 머스트잇에 따르면 다수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들이 자체 온라인 몰을 오픈하면서 온라인 명품 소비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진 것을 온라인 명품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발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화점 방문을 꺼리게 된 40~50대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 대열에 합류한 것을 거래액 증가의 원인으로 본다. 발란의 경우 지난해 45~54세 사용자의 비중은 전체의 17%에 그쳤지만, 올해는 그 비중이 29%로 크게 늘었다. 55~64세 이용자도 지난해 7%에서 올해 16%로 성장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초기 어디에 가서 구매하든 품질에 차이가 없었던 공산품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명품도 잘 알려진 인기 제품의 경우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판매 가격이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명품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중장년층 고객 역시 온라인 명품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했다.


오프라인 채널이 상대적으로 온라인에 비해 우위인 가치인 ‘실시간성’과 ‘신뢰성’을 제공하고자 하는 온라인 업체들의 노력도 한창이다. 일례로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 함께 명품 상품의 프리미엄 배송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빠른 배송과 함께 명품 상품에 맞는 높은 품질의 포장과 배송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과 머스트잇은 명품 수선사와 제휴를 맺고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뢰’의 문제를 풀고 있다. 양사 모두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A/S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언급한다. 발란 관계자는 “발란은 백화점과 제휴된 수선업체와 계약하여 A/S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상 백화점과 동일한 품질의 A/S가 가능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더 큰 강점이 있다면 고객이 요청한 장소에서 A/S 대상 상품을 직접 수거하고 배송 서비스까지 한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박 소장은 “(신뢰 이슈를 해결하고자) 온라인 채널들은 과거 명품의 진품 보상제 등 보증제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에 따라 가품 이슈는 상당 부분 벗어났다고 본다”며 “온라인 명품 업체들은 앞으로 A/S 부문의 서비스 강화와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담인력을 통해 처리하는 블랙 서비스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다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의 활성화에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장갑을 끼고 가방을 꺼내주는 것과 같은 서비스 감성을 선호하는 고객이 있다. 여전히 명품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존재한다”고 첨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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