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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 후 주가 떨어진 이유

조회수 2020. 9. 24.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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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100만 마일 배터리, 나노와이어의 미공개

일론 머스크는 가끔 과학자나 엔지니어처럼 행동하지만 트위터에서는 마술사처럼 군다. 배터리 데이 이전, 머스크는 실적 발표에서 “배터리 데이까지만 기다려라. 정신 못 차리게 해주겠다(Battery Day people. Wait until Battery Day. It’s gonna blow your mind. It blows my mind, and I know it!)”고 밝혔다. 또한, 트위터에서, “흥미로운 것이 많을 것이다”와 같은 트윗을 올리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배터리 데이에서 원래 기대되던 것은 전고체 배터리, 주행수명 100만마일(156만km) 배터리, 배터리 내재화 등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발표되지 않았다.

테슬라가 발표한 것

탭리스 배터리

일론 머스크 CEO는 이번 발표에서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언급하며 원통형 탭리스(Tabless) 배터리 ‘4860’을 공개했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 ‘집전체’와 외부를 연결하는 ‘탭’이 장착된다. 터널과 같은 역할을 하는 탭을 통해 전류가 외부에서 흐를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이번에 발표한 4860은 이 탭을 제거한 대신, 접촉면 전체를 도체로 활용한 제품이다. 접촉면 전체가 도체의 역할을 하게 되면 전달 면적이 넓어 전자의 이동이 수월해진다. 때문에 저항이 줄고 열 분산율이 높아져 소실되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따라서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 버지(The Verge)의 보도에 따르면, 4860 배터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2170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아졌다고 한다. 다만 주행거리의 경우 16% 증가한다고 밝혀 생각보다 굉장한 전지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전환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원재료로 한 양극재를 사용한다. 이중 코발트는 안정적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수급 문제가 있다. 또한, 독점 생산지인 민주공화국 등에서 내전, 아동 노동 착취 등을 이유로 ‘분쟁 광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테슬라는 니켈 100%, 코발트 제로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것은 국내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므로 테슬라의 단독 발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니켈 100%가 어렵다면 인산철이나 니켈망간 등 저렴한 양극재 비율을 코발트 대신 늘리겠다고 했다.

테슬라가 니켈 100% 배터리를 내놓는다고 발표한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가 비싸기 때문이다. 원가의 1/3 이상이 배터리에 소모되며, 다른 완성차 제조사에서 전기차가 비싼 이유기도 하다. 

실리콘 음극재 활용

배터리는 양극재 외에 음극재로도 구성돼 있다. 현재 음극재에는 흑연이 주로 쓰인다. 실리콘은 5% 정도만 쓰이는데, 실리콘이 비중이 늘어나면 전기 배터리의 고질적 문제인 부푸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실리콘을 100% 사용하면 이론상 10배의 에너지 밀도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실리콘 비중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차차 높여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공정 개선

전기차의 생산 공정과 외관의 형태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줄이고 자동차 철판을 한꺼번에 찍어 만들고, 비워진 공간에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는 각 파트마다 다른 소재를 사용해 조립해야 했지만, 이전에 없던 합금을 만들어 생산 공정을 단순화한다는 의미다. 또한, 차량 하부에 티타늄 지지대를 줄이고 배터리가 지지대 역할을 하는 형태를 고안 중이라고 한다. 항공기의 경우 날개 부분에도 연료를 넣는 것처럼, 강성이 뛰어난 소재를 쓰고 속에 발생한 공간에 배터리를 채우는 형태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열 관리에 유리하고, 크기는 10% 줄고, 주행거리는 14% 늘어난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용 설계의 경우 다른 완성차 제조사 대비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강한 부분이므로 공정과 설계에 대한 믿음은 있다.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의 셀투팩(Cell to Pack)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이며, 내연기관 차량의 모노코크(유니바디) 설계와 유사하지만 구조에 배터리까지 포함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의 항공기는 중간 부분 구조를 단순화하고 강성을 높인 소재를 활용해 공간에 연료를 넣고 있다
하부 프레임 지지대를 배터리 팩으로 대체한다

저렴한 전기차 계획

이러한 혁신들을 통해 현재 1kWh당 130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56% 줄인 84달러 가격의 배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계획이다. 흔히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량의 가격은 배터리 1kWh가 100달러일 때 동일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할 경우 내연기관 차보다 더 저렴한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머스크는 2만5000달러, 한국 돈으로 3000만원 미만(약 2926만원)의 차량을 수년 내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저렴한 모델 3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완전 자율주행차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베타 버전을 한달 안에 공개할 것으로 발표했다. 머스크는 “현재도 사고율이 0.3%로 경쟁사 1/10에 불과하지만, 8개의 카메라를 사용한 3D 영상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더를 쓰는 다른 제조사와의 차별점을 어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자율주행 시스템은 저렴한 전기차(2만5000달러)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팔고 있으므로 2만5000달러에 FSD(Full Self-Driving) 기능이 포함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테슬라가 발표하지 않은 것

전고체 배터리와 100만 마일 배터리 

테슬라는 지난해 전고체 전지 제조 스타트업인 맥스웰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바 있다. 현재의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전지는 전지 케이스 내 액체 전해질이 들어 있는 형태로,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움직이며 전자를 이동시키는 형태다. 그러나 리튬이온은 충격에 취약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7 출시 때 방산업체라는 평가를 들었던 것도 이 충격 구조 설계에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애플(맥북), 테슬라 모두 방산업체로 불린 바 있다. 또한, 오래 쓰면 충전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의 전부 혹은 일부를 고체로 쓰는 형태다. 장점은 충격에 강하고,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서 용량이 더 커 전기차 도입 시 운행 거리가 길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고체 배터리는 연구단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웰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를 당장 선보이지 않더라도 드라이코팅 등 다양한 기술을 테슬라 제품에 도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ATL과 함께 개발 중이라고 밝힌 총 주행 가능 거리 100만 마일 배터리가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5배 정도 길다. 

실리콘 나노와이어

실리콘은 충전할 때 팽창 및 파손되는 문제가 있는데, 나노 기술을 적용해 만들면 팽창 시 부서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앰프리우스(Amprius)가 특허를 갖고 있는데, 엠프리우스가 본사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부근으로 이전하며 기술 협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는 나노와이어 기술은 도입되지 않았으며, 나노와이어 대신 ‘테슬라 실리콘’으로 부르는 실리콘 코팅 기술을 사용한다. kWh당 가격에서 나노와이어는 100달러, 흑연 기반 실리콘이 10.2달러가 든다면 테슬라 실리콘은 1.2달러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배터리 데이의 티저 디자인이 나노 와이어가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다

배터리 내재화

이번 발표에서 전고체 전지와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부분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680 배터리가 자체 생산할 배터리다. 다만 2022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으므로 당장은 배터리 내재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테슬라의 발표 내용이 현실화되는 것은 늘 1~2년씩 늦어지므로 2024년 즈음이라고 해석하는 게 좋다.

배터리 내재화가 당장은 실현 불가능함에 따라 전지 제조사와의 협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머스크는 2020년 차량 출하 규모가 30%에서 최대 4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지난해 출하된 36만7500대에서 약 48만~51만대로 증가하는 수준이다. 올해 초 예상 전망치는 50만대였다. 지난해에는 50% 증가율을 기록했고, 팬데믹 속에서도 여전한 수요를 보여준 것이다. 같은 분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판매량은 약 30% 줄어들었다. 

이처럼 차량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데 반해 배터리 내재화가 당장은 불가능하므로 LG화학, CATL 등의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요동치는 주가

배터리 데이 이전 45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점차 하향세를 그려 현재 400달러 미만인 380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58조원 증발한 수준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이호준 인턴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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