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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료는 인터넷을 파괴한다

조회수 2020. 5. 25.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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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원리


나는 KT 인터넷 이용자다. KT에 인터넷 접속료를 낸다. 내가 SK브로드밴드(SKB)와 연결된 콘텐츠업체(CP)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STB에 돈을 내야할까? 물론 안 낸다. 그럼 내가 미국의 AT&T와 연결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이 미국 통신사에 돈을 내야 할까? 이것도 물론 안 낸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나는 KT에만 돈을 냈는데 KT 망에 들어와 있지 않은 전 세계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다 접속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인터넷이 그런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된 것이다. KT의 네트워크, SKB의 네트워크, 해외 네트워크가 서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KT를 통해 세상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를 이용하든 전세계 모든 인터넷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인터넷의 대원칙이다.

망 이용료


언론에서 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통신사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다.


여기서 망 이용료라는 것은 무엇일까? 망 이용료라는 개념은 불명확한 표현이다. 우리는 인터넷 망을 이용한 대가로 돈을 내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했듯 나는 SKB, LGU+를 비롯해 전 세계 모든 망을 이용해서 국내외 CP의 콘텐츠를 즐긴다. 그럼에도 나는 오직 KT에만 돈을 낸다. 인터넷에 들어가는 입장료인 ‘접속료’를 내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입장료가 있을 뿐, 통행료는 없다.


인터넷 기업(CP)의 경우 일반 개인과 달리 대역폭이 넓고 안정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인터넷 전용선을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또는 ISP가 제공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안에 자사의 서버 컴퓨터를 넣고 그 안에서 운영한다. 이와 같은 전용선 이용료 및 접속료, IDC 비용을 일상적 표현으로 망 이용료이라고 부른다.


SKB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갈등을 벌이고 있다. SKB는 넷플릭스 트래픽이 많아서 망이 과부화 된다며 망 이용료를 내라고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망을 이용했다고 돈을 받는 경우는 없다. 이용료가 아니라 접속료를 내는 것이다. 즉 SKB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넷플릭스와 SKB를 연결하고 접속료를 내거나 SKB IDC에 들어와서 이용료를 내고 서버를 운영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원한다면 캐시서버는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네트워크 비용은 못 낸다’는 입장이다.

다시 인터넷의 원리


SKB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실제로 실행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넷플리스는 미국의 컴캐스트와 망을 연동하고, 비용을 낸다. 원래는 직접 연동하는 망이 아니었지만, 컴캐스트와의 갈등 끝에 연동하고 비용을 내는 선에서 합의했다. SKB 는 컴캐스트와 같은 요구를 하는 듯 보인다. 넷플릭스법도 통과됐으니 어쩌면 넷플릭스가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인터넷을 파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게 보편화 되면 모든 ISP들은 넷플릭스에 자사 망과의 직접 연결을 요구할 것이다. 넷플릭스뿐 아닐 것이다. 트래픽 좀 나온다 하는 서비스에는 모두 같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모든 ISP는 트래픽이 많은 CP에 1대 1로의 연결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망과 망의 연결이라는 인터넷의 대원칙이 깨진다. 미국 CP만 그런 요구를 받을 리 없다. 국내 회사도 마찬가지의 요구를 받을 것이고, 결국 이런 일이 확산되면 망과 망의 연결이라는 인터넷의 기본 원리가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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