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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이 뭔데 이 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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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은 미국의 새로운 자부심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톰 브라운은 랄프 로렌 산하의 클럽 모나코에서 일했다. 바로 그 랄프 로렌의 보조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Thom Browne

2001년, 톰 브라운은 맞춤식 정장을 선보였다. 이후 1964년의 아메리카나를 재해석해 내놓은 것이 현재의 톰 브라운이다. 1960년대 미국 디자이너들은 수트의 활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큰 어깨, 적은 수의 단추, 큰 통의 주름 없는 바지를 만들어냈다. 미국인들은 점점 덩치가 커지고 있던 몸을 조일 줄 모르고 반세기만에 멍청이가 되었다.

2006년부터 톰 브라운이 선보인 것은 전통적인 영국의 것도, 몸을 최대한 쥐어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의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좁은 라펠, 주름이 없는 바지, 적당한 어깨는 정확히 미국의 것이었다. 대신 어처구니없이 짧은 바지(톰 브라운은 심지어 반바지-버뮤다 쇼츠-를 정식 라인업에 내놓기도 했다), 이탈리아 수트보다 더 짧은 재킷의 길이로 미국인의, 그 이후엔 전 세계인의 몸을 위로 밀어올렸다.

새로운 미국의 복장은 옷걸이에 있을을 때 과거의 그것과 같아 보인다. 시어서커 등 전통적인 직물도 사용했다. 여전히 어깨는 크고 허리는 숨막혀 보이지 않는다. 좁은 라펠과 단출한 행거치프는 50년동안 미국인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입으면 다르다. 소매는 셔츠를 한뼘이나 보일 만큼 짧았고 바지는 잘못 입은 것처럼 짧았다.

톰 브라운 이전 수트의 정석은 이탈리아 돌체앤가바나였다. 수트에 한해서는 미국인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랄프 로렌과 토미 힐피거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몸을 잡아채는 톰 브라운의 등장 이후 미국인들은 옷에 몸을 맞추거나, 적어도 큰 덩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트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다. 재치를 목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펄럭거리는 검은 커튼을 벗고 처음으로 유머러스함과 여유를 입는다.

톰 브라운 등장 이후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s.)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1800년대 펑퍼짐한 수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브룩스 브로스와, 새로운 미국 톰 브라운의 협업 결과물은 블랙 플리스로 부른다. 브룩스의 전통적인 라인업인 골든 플리스와, 블랙 십Sheep의 합성어다. 영광과 전통을 상징하는 황금 양털이, 불운을 상징하는 검은 양 위에 덧씌워졌다.

Thom Browne x Brooks Bros. ‘Black Fleece’

국내에서 톰 브라운의 페르소나는 지드래곤이었다. 그레이 컬러의 가디건에 선명한 흰 줄 네 가닥, 신경질적인 스터드를 아득하게 심은 그레이 수트는 지드래곤만의 것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국내에서 톰 브라운은 신사들의 것이 아니었다. 톰 브라운을 내포하는 것이 수트라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징은 왼쪽 팔의 흰 스트라이프 네줄과, 단추 아래 숨겨진 파랑·흰색·빨강의 줄무늬였다. 미싱을 돌릴 수 있는 그 어떤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다. 모두는 톰 브라운의 시그니처를 보며 가짜일 것이라고 암묵적인 무시를 보냈다.

국내 한정 상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톰 브라운의 협업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톰 브라운의 위상을 다시 가져올 좋은 기회다. 삼성은 아주 톰 브라운스러운 무광의 그레이(다른 갤럭시Z 플립은 모두 유광이다)에 고운 세가지 색을 입혔다. 그레이, 블루, 레드, 화이트 컬러를 모두 쓴 패키징, 세가지 색상의 줄이 내려가는 첫 화면, 톰 브라운에서 자주 사용되는 블라인드 이미지의 잠금해제 화면, 아날로그 전화음과 타자기 음을 내는 타이핑 사운드, 특별 테마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그러나 어딘가모르게 미국 친구보다 반 발자국 뒤쳐져 있던 한국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 머리를 빗고 수트를 입은 후 프롬 파티에 나타났다. 그날은 그의 날이었다.

톰 브라운의 정돈된 스타일은 여러 수트에 침투해 있다. 갤럭시Z 역시 스마트폰 제조 공룡들의 스타일에 잠입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모든 클램셸 폴더블 폰에 하이패션 브랜드 수트가 입혀질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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