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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떡볶이 왕의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참가기

그 시뻘건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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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장소인 세종대학교에 도착했다. 적당한 위치 선정이다. 나는 오늘 떡볶이 계의 왕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엄하다. 왜 길을 막고 있느냐.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짐의 앞길을 막지 말거라–라는 혼잣말을 되내이며 초대형 홀에 입장한다. 들어가는 길에 경호원이 문을 열어주니 오만방자한 허리는 더 뒤로 젖혀지다 넘어질 뻔한 지경에 이르렀다. 가마, 가마를 대령하라.


‘배민 떡복이 마스터즈‘의 예선은 총 2차에 거쳐 치러졌다. 앱에서 치러진 평가는 주로 떡볶이 일반 지식과 프랜차이즈 메뉴에 대한 것이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개인 분식집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가혹하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문제에서 애를 먹었으며, 어떻게 해서든 예선을 통과하고 싶은 이들은 블로그 등지에 정답을 공유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아니 떡볶이가 뭔데 그렇게 공부와 치팅까지 해가며 문제를 푼단 말인가. 예선이 끝나고는 심지어 티켓팅까지 해야 했다. 사실 언론 대상 자리는 따로 마련돼 있어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됐지만 떡볶이 천국 홍대에서 떡볶이와 함께 지낸 지 10년이 넘은 달인 중 하나로서, 당당하게 두 예선을 모두 통과했다. 티켓 가격은 1만원으로 그걸 아끼느라 티켓팅은 하지 않았다. 1만원을 아낀 이유는 그걸로 떡볶이 한번 더 먹으려고. 언론은 시험은 같이 보지만 수상 대상자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예선은 총 58만 명이 참가해 250명(동반 1인 총 500명)이 선정됐다. 경쟁률은 2312:1이었으며,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58만명을 물리쳐야 하는 셈이다. 따로 중소도시 하나를 세울 수 있는 수다.


현장에서는 왕을 몰라본 떡볶이 평민들이 각 업체에서 제공한 떡볶이 뷔페를 즐기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뷔페 줄.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기자의 입장으로서 이들의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야 했으므로 탄수화물을 입에 댈 시간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떡을 앞에 놓고 입에 넣지 못하는 분노가 치밀어 손이 떨리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 했다. 찍은 사진을 보며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래 조금만 참자. 나는 곧 왕이 될지어니. 평민들에게 그 떡을 맡기도록 하여 너희를 긍휼히 여길 것이다. 주린 자들은 곧 관능평가가 있을 예정임에도 진공청소기의 면모를 뽐냈다. 굿즈로 앞치마를 왜 주나 싶었는데 곧 알게 됐다. 흥분한 이들은 자신의 몸에 국물 난사를 해댔다.

그게 나였다

준비된 매장은 스쿨푸드, 두끼떡볶이, 청년다방, 죠스떡볶이였다. 과연 이중 어느 점포의 줄이 가장 길었을까? 정답은, 스쿨푸드다. 현장에서 평민들에게 “왜 스쿨푸드에 줄을 서셨냐“고 물었지만 ‘맛있어어요‘ 같은 비방용 멘트들만 남았다. 분노에 치를 떨었다. 뇌피셜로 생각해본 바로는 스쿨푸드 단일 메뉴가 가장 비싸기 때문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청년다방과 두끼는 원래는 즉석떡볶이 가게로 퍼주는 떡볶이엔 익숙하지 않다. 스쿨푸드에는 아주 비싼 김밥인 스페셜마리 등의 메뉴도 준비돼 있었다.

바빠서 못 먹는 비싼 메뉴가 눈 앞에 보이자 흥분해 사진이 흔들리고 있다

두끼떡볶이의한 부스에는 충격적인 비주얼의 떡볶이 퐁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쿨피스와 서핑쿨을 먹어보고 맞추거나, 고추장 종류를 맞추는 등의 부스가 있었으나 재미가 없어 보였다.

배민이 준비한 퀴즈 부스

문제 유형 분석


배민 떡볶이 마스터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섞은 문제들로 출제된다. 문제당 배점이 다른 것이 수능과 유사하다. 시험 시간은 실기 포함 총 1시간. 짐이 친히 친서를 내리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듣기 평가까지 있다. 문제유형은 떡볶이 일반상식, 광고 문구 및 모델 맞추기, 특정 떡볶이의 기원 찾기, 제품 가격, 떡볶이 가게 위치, 메뉴명, 지리 등이다. 전국 유명 떡볶이 가게의 이름이나 위치 등의 문제에서 많은 이들이 헤맸다. 프랜차이즈 모델이나 캐릭터 등을 찾는 문제도 어려웠다. 아래는 필기시험의 문제와 답이다. 배민 지나간 이벤트 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기는 3차례에 걸쳐 떡볶이가 담긴 컵을 주고 맛이나 메뉴명, 브랜드를 맞춰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흔한 죠스떡볶이의 경우 눈으로도 많은 이들이 맞출 수 있었으나, 후발주자인 청년다방,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는 스쿨푸드 등의 문제를 맞추긴 어려웠다.

그러나 뷔페 부스 참여 업체가 저 위의 네 곳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문제 풀이가 쉬워진다. 문제 중 안 익은 떡을 주고 어느 떡볶이 가게의 어느 밀떡인지 쌀떡인지 맞추는 문제가 나왔을 때, 모든 사람은 <식객>의 성찬이에 빙의해 그 딱딱한 떡을 직접 씹는 열정을 보였다. 예비 왕도 성의를 보이기 위해 떡을 씹고 밀떡임을 맞췄는데 채점 결과 답안은 틀렸다(밀떡은 맞지만 메뉴명 다름). 기미상궁, 기미상궁을 들라하라. 밀떡 먹는 소리를 내었어?


답안은 OMR카드로 측정되는데, 모양만 OMR인 줄 알았더니 실제로 컴퓨터로 채점한다고 한다. 잠깐 배민이 IT기업인지를 잊고 있었다.


문제 출제는 우아한형제들 내부의 떡볶이 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는데, 문제 대부분이 수도권에 치우쳐있다. 지방 떡볶이 가게가 문제에 오른 것은 다섯 개가 채 되지 않는다. 떡볶이는 우리 반도 모두의 것이다. 어느 지방을 가도 달인이 득시글하다. 왕은 전국 팔도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다스려야 하거늘–이라며 문제를 풀었는데 서울 문제도 다 틀렸다.


결과는 선수들과 따로 메겼는데 언론 참여자 27명 중 16등으로 중간에도 들지 못 했다. 조선의 왕이 될 자가 큰 음모에 빠진 것이다. 누가 떡볶이 소리를 내었어? 오늘부로 내년 왕을 위한 재수에 들어간다. 1년 동안 곡기만을 취할 것이다. 미뢰 하나하나에 쌀과 떡의 분자를 아로새길 것이다.


결과 채점 도중 MC인 김신영과 셀럽파이브가 등장해 무대를 메꿨다. 셀럽파이브는 걸그룹 역사상 최초로 무대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패기를 보여줬다.

결선은 쌀떡 팀 중 최고점자 2명, 밀떡 팀 2명으로 구성돼 퀴즈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결선인 만큼 문제는 본선을 압도하는 어려움을 자랑했다. 아래의 문제를 함께 풀어보도록 하자. 분노에 치를 떨다 못 받아적은 보기는 적당히 대체했다.

1) CU와 몰래 먹는 컨셉으로 커피잔에 넣어주는 떡볶이를 만든 커피숍 브랜드는?

  1. 스타벅스
  2. 엔제리너스
  3. 커피빈
  4. 탐앤탐스
  5. 투썸플레이스

정답: 탐앤탐스


2) 다음 중 가사에 떡볶이가 들어가지 않은 노래는 무엇인가?

  1. 드렁큰타이거 – 몬스터
  2.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 20cm
  3. 뚱스 – 고칼로리
  4. 헤이즈 – Shut Up & Groove (Feat. DEAN)

정답: 뚱스 고칼로리


3)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30년 된 즉석 떡볶이 집으로, 순두부찌개에 쫄면을 넣은 순쫄과 딸기빙수로 유명한 이 곳의 이름은?(주관식)


정답: 모꼬지에


4) tvN 예능 ‘강식당2’에 등장한 ‘콰트로 떡볶이’의 레시피로 들어가지 않는 튀김 재료는?

  1. 고구마
  2. 시금치
  3. 비트
  4. 단호박

정답: 단호박


5. 대전을 대표하는 떡볶이집으로 찐득한 소스와 부드럽고 달달한 맛에 ‘아이스크림 떡볶이집’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이름은?(주관식)


정답: 바로 그 집


퀴즈의 경우 난이도 문제로 각축적을 벌였으나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5번의 질문의 답을 맞힌 신인선 씨(경기도)가 초대 떡볶이 마스터에 올랐다. 마스터에게는 1만5000원짜리 떡볶이 쿠폰 1년치(365장)과, 특수 제작 떡볶이 코드, 포크 형상의 트로피가 수여됐다. 신인선 마스터가 속한 밀떡 팀에는 2만원짜리 쿠폰이 증정되기도 했다.

김봉진 대표와 신인선 마스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인선 마스터에게 후광이 비친다

현장에서 바로 팬이 된 참가자가 신인선 마스터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신인선 마스터는 이후 즉위식 겸 11월 11일을 ‘떡볶이의 날’로 지정하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의 내용이 너무 진지해서 참가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떡볶이 맛 눈물을.


다음은 마스터와의 인터뷰 내용을 추린 것이다. 영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Q. 대회 참가 계기는?


A. 떡볶이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가 알려줘 참가했다. 그 동료는 일정이 있어서 불참했는데, 그가 왔으면 떡볶이 마스터가 바뀌지 않았을까.


 


Q. (가장 어려운 문제였던) 특정 지역 떡볶이를 맞춘 비결은?


A. 지역 이름을 외울 때 어떤 떡볶이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지역을 외운다.


 


Q. 마스터의 최애 떡볶이집은?


A. 한양대 Erica 캠퍼스 인근 ‘덮밥 사랑 떡볶이 타령’의 즉석떡볶이를 좋아한다.


 


Q. 쌀떡 대 밀떡?


A.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Q. 일주일에 몇번 떡볶이를 먹나?


A. 서너번 정도는 되는 것 같다


 


Q. 우승 비결이 있는지?


A. ‘맛있는 탐구생활’ 떡볶이 카페에서 활동 중이다. 배민 시험도 평소에 많이 접했었던 문제였다.


 


Q. 쿠폰 365장은 어디다 쓸 것인가


A. 회사에서 떡볶이를 쏘겠다. 언니들 점심마다 나랑 떡볶이 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 떡볶이는 나에게 _______다?


A. 영원한 동반자.


 


Q. 앞으로의 포부는?


A. 앞으로도 많이 먹고 많이 찾아다닐 것이다

마스터는 특히 지도나 지리 정보를 외울 때 떡볶이 가게로 기억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결선 문제였던 ‘바로 그 집’에 대해서는 “’바로 그 집’ 가게가 있는 곳은 대전” 같은 식으로 외우는 것이다. 신(갓)인선 마스터의 한국 지도는 떡볶이 가게로 그려진 대동여지도인 셈이다.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자로세.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인 실기(먹고 맞추기)는 거의 대부분 맞췄다고 한다. 당신은 신이다. 떡볶이의 신.


그날의 분위기

왕의 즉위식으로 생각하고 갔지만 참패한 기자는 내년 즉위식을 노리기로 한다. 현장 분위기는 기자처럼 비장한 사람은 극소수, “퀴즈는 됐고 떡볶이 먹으러 왔다”싶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다수,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회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현장을 몇년 전 본 적이 있다. 이곳은 한 기업의 이벤트장이 아닌 ‘락 페스티발’과 같은 분위기다. 내년에도 떡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를 기원한다. 왕은 다시 돌아온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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