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홍콩 유니콘 고고밴은 한국에서 뭘 하고 있을까

조회수 2019. 11. 13. 11:4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물류 플랫폼이 수요와 공급을 만드는 방법

고고밴은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물류 플랫폼이다. 고고밴의 사업모델은 간단하다. 화물차가 필요한 화주와 물량이 필요한 차주를 연결해준다. 2013년 홍콩에서 단 두 대의 화물차(밴)로 시작한 이 업체는 2017년 알리바바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물류업체 58속운(58 Suyun)과 합병하여 홍콩 최초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넘어선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고고밴은 현재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7개국, 300개 도시에서 800만명의 등록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수의 16%에 육박하는 화물기사 네트워크를 보유한 거대한 업체다. 알리바바, 이케아(싱가포르, 홍콩)와 같은 누가 봐도 대형 화주의 내륙 운송 물류 및 풀필먼트를 처리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기자가 홍콩에서 만난 고고밴 배송차량. 실제 고고밴은 홍콩 시장을 선점한 물류 플랫폼이다.

한국에도 고고밴은 있다. 2015년 한국지사를 설립했으니 이제 햇수로는 만 4년이 넘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고고밴이 어떤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기도 했고, 고고밴코리아가 다루는 물류 영역이 원체 다양하기도 했다. 고고밴은 한국에서 이례적으로 글로벌 통합앱이 아닌 ‘독립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선하는 운송수단은 이륜차, 다마스, 라보 같은 퀵서비스의 영역뿐만 아니라 1톤 용달의 영역, 5톤, 11톤 중대형 화물차까지 막론한다.


퀵서비스에서 기업물류로


처음부터 고고밴코리아가 모든 물류 운송수단을 주선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 진출 초기 고고밴은 ‘퀵서비스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이륜차 퀵서비스 기사’를 산발적으로 당일배송이 필요한 화주와 연결해주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고고밴코리아가 플랫폼에 공급자를 모으기 위한 방법론은 ‘공짜 플랫폼’이었다. 퀵서비스 기사들이 통상 퀵서비스 사무실에 지급하는 23%의 수수료를 고고밴은 받지 않았다. 퀵서비스 프로그램 업체가 받는 통상 월 1만6500원의 플랫폼(기사용앱) 사용료도 고고밴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고고밴코리아의 확장은 쉽지만은 않았다. 공짜 플랫폼으로 공급자인 퀵서비스 기사를 일단 앱으로 유인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결국 공급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물량이 돌아야 한다. 그러니까 플랫폼의 소비자인 ‘화주’를 유입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산발적으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C2C 화주가 아닌, 꾸준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고정 물량이 나오는 화주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래야 효율이 나오고, 돈이 된다.


숙제가 있다면 대부분의 우량 화주들은 이미 쓰고 있는 물류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웬만해선 물류회사를 잘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화주사를 유인하기 위해서 고고밴에게 필요한 것은 ‘레퍼런스’였다. 거대한 화주의 물류를 이미 처리하고 있는 글로벌 고고밴의 레퍼런스가 아닌, 한국 고고밴의 레퍼런스 말이다.


고고밴은 2017년 기존 퀵서비스가 아닌 ‘기업물류’에 집중하는 방향을 새롭게 잡았다. 사륜 화물차를 기반으로 한 B2B 기업물류에서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는 ‘틈새’가 보였기 때문이다. 고고밴은 플랫폼을 추구하기 때문에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보였다고 한다. 남경현 고고밴 한국지사장은 “퍼스트마일, 미들마일, 라스트마일을 잇는 물류의 가치사슬을 살펴보면 라스트마일만 유독 레드오션이고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며 “우리는 그래서 기업물류, 퀵서비스가 아닌 기업 화물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페인 포인트와 플랫폼의 기회


고고밴코리아가 본 화물운송 시장의 문제점은 이랬다. 먼저 공급자인 화물차주 입장에서 ‘다단계 운송구조’. 대형 화주사라면 대개 신뢰 확보를 위해 대형 물류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여 물류를 맡긴다.


하지만 이 대형 물류기업이라고 모든 물류를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화물차주 네트워크로 배차가 안 된다면, 다른 화물운송 주선사에 넘긴다. 그렇게 물량을 넘겨받은 화물운송 주선사도 처리할 여력이 안 된다면 또 다른 주선사에 넘긴다. 이렇게 여러 차례 넘어가던 주문은 결국 전국24시콜화물이나 화물맨 같은 ‘화물 정보망’이라 불리는 곳에 넘어간다. 중간에 끼는 업체가 많아지다 보니 최종적으로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은 점점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한 달은 넘어가는 느린 정산 또한 화물차주의 고민이었다는 게 고고밴측 설명이다.


플랫폼 소비자인 화주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때그때 업체에 방문하는 ‘화물차주’가 다른 것이다. 이 말인즉 서비스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발생한다. 화주사 물류 담당자가 물류센터에 방문한 화물차주에게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주의사항을 알려줬더니, 내일모래는 다른 화물차주가 와서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한다. 화주사 담당자는 똑같은 이야기를 또 다시 말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나마 화물차주가 오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배차가 됐는데 안 오는 차주, 출차 시간에 맞추지 않는 차주도 있다. 출차를 하더라도 이 화물차주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도무지 한 눈에 관제하기가 어렵다.


고고밴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이다. 화물차주와 화주의 직접 연결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화물차주는 고고밴 플랫폼을 통해 기존 다단계 운송 구조라면 화주가 지급하는 금액의 60%만 받던 것을, 90%까지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화물차주의 또 다른 애로사항이었던 정산 또한 주단위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기사앱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서류로 진행되던 인수증 작성 작업을 간단히 사진을 찍고 전자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디지털화 했다.


화주 입장에서의 문제는 운송기사의 행태를 데이터화하면서 해결했다. 고고밴은 한국에만 현재 2만여명의 플랫폼 등록기사(사륜차, 이륜차 포함)가 존재한다. 이들의 업무는 플랫폼에 데이터가 돼 기록된다. 예컨대 특정 기사의 정시배송률은 얼마나 되는지, 주문 취소율은 얼마나 되는지, 고객 평가는 어떠한지, 어떤 화물을 어느 지역에서 옮겼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고고밴은 플랫폼에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고밴은 화주사에 최적의 물류를 제공할 수 있는 화물차주를 매칭해 준다는 설명이다.


커스터마이징된 플랫폼


남 지사장에 따르면 고고밴을 이용하는 화주사는 거의 90% 이상 매일매일 오는 화물차주가 방문하여 물류를 처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냥 플랫폼에서 화물차주가 자유롭게 화주가 올린 주문을 잡는, 속칭 ‘전투콜’ 방식으로 연결을 했다면 이런 수치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여기서 고고밴코리아가 내세우는 서비스 품질을 만드는 방법이 나오니 ‘커스터마이징’이고, 고고밴코리아는 이를 ‘커스텀 물류’라 부른다.


그 방법은 이렇다. 먼저 고고밴코리아가 특정 화주사를 영업을 했다고 하자. 이후 고고밴코리아는 플랫폼 안에서 해당 화주사의 물량을 처리하길 희망하는 화물차주의 지원을 받아 면접을 본다. 고고밴코리아는 이 과정에서 특정 화주사의 화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최적의 화물차주를 선정한다.


실제 고고밴이 담당하고 있는 e모빌리티 운송수단 수거, 충전 및 재배치 물류를 예로 들어본다. 고고밴코리아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자전거, 올룰로(킥고잉)의 전동킥보드 물류를 일부 대행하고 있다. 이 때 이를 전담하는 운송기사는 일단 톤급으로는 ‘1톤 차량’을 가지고 있는 화물차주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토바이나 다마스로는 킥보드를 싣고 오고가는 물류를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수거 및 재배치 물류는 ‘특정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리에 익숙한 화물차주를 선정한다.


전담 화물차주 선정이 끝나면 기업 화주의 물류 프로세스를 ‘매뉴얼’로 만들어서 하루 정도 날을 잡아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서 언제 어디에 있는 물류센터에 도착해서 얼마나 대기하고, 그 장소에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 매뉴얼에는 명기가 돼있다. 이후에는 화물차주가 실제 현장에 나가서 여러 차례 실습을 진행한다. 그 과정은 고고밴 직원이 참관하며, 실습 기간 동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실습을 통과한 화물차주 네트워크에만 화주사의 주문을 연결한다.


남 지사장은 “2017년 고고밴이 영업한 페덱스의 수출입 물류 같은 경우 파일럿 운송만 약 한 달을 진행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기존 화물차주들이 새로운 기사들의 교육을 담당할 정도가 됐다”며 “페덱스가 이용하는 물류 파트너사가 여럿 있는데 실제 우리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가장 잘 맞추고 있는 물류업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고고밴은 현재 앞서 언급한 페덱스, 카카오모빌리티, 올룰로의 물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의 물류를 ‘커스텀’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자라코리아의 매장 공급 물류, DHL과 UPS의 수출입 내륙운송, 현대모비스의 내륙운송, 아마존 파워셀러인 슈피겐의 풀필먼트센터까지의 물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큐텐의 크로스보더 물류센터까지의 입고 물류, 무인양품과 롯데몰의 라스트마일 물류를 고고밴이 제공한다.


불특정 다수의 화물차주를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이 ‘서비스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고밴은 오퍼레이션을 택했다.


‘온디맨드’의 영역으로


고고밴이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커스텀 물류’다. 화주가 운송하는 화물의 특성에 맞는 화물차주의 네트워크를 고고밴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법이다.


나머지 두 개는 ‘온디맨드 라이트’와 ‘온디맨드 프로’라 불리는 플랫폼의 영역이다. 먼저 온디맨드 라이트는 C2C 물류라고 보면 된다. 고고밴 플랫폼에 등록된 2만명의 배송기사와 물류 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를 즉각 연결해준다. 이사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고고밴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이륜차, 다마스, 라보, 1톤, 2.5톤, 5톤, 11톤 트럭을 고객 니즈에 맞게 주문을 하고 예상 견적을 받을 수 있다. 화주는 자유롭게 주문을 올리고, 차주는 자유롭게 주문을 받는다. 오퍼레이션이 최소화됐다.

고고밴 소비자용 앱의 주문 화면. 화물의 종류, 필요한 차량의 특성, 상하차 도움 필요 유무 등 최대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시스템에 녹이고자 한 부분이 보인다. 고객이 시스템에 입력한 결과에 따라서 예상견적이 달라진다.

‘온디맨드 프로’는 온디맨드 라이트와 달리 ‘등록된’ 고객의 물류를 다룬다는 차이점이 있다. 고정 물량이 있는 화주사라 계약을 기반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렇기 때문에 물량 기반의 단가 할인이나 약간의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커스텀 물류를 이용하는 화주 고객사만큼의 지속적인 관리는 들어가지 않는다. 최초 한 번 정도 커스터마이징을 해주고, 그 다음에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굴러가는 프로세스다. 고고밴의 현재 거래액은 커스텀 물류(40%), 온디맨드 프로(40%), 온디맨드 라이트(20%)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고밴은 장차 이 ‘커스텀’의 영역을 최대한 온디맨드의 영역으로 넘기고자 한다. 남 지사장이 생각하는 플랫폼은 오퍼레이션이 아닌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커스텀 물류는 지금까지 고고밴이 유입한 대형 화주사의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었던 무기였다. 화주사의 니즈를 해결하는 ‘오퍼레이션’ 역량을 고고밴 스스로 부딪히면서 키울 수 있었던 방법이기도 했다.


이제 고고밴의 다음 방향은 이렇게 얻은 오퍼레이션 역량을 최대한 자동화 해서 시스템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산발적인 화주의 니즈에 따라서 ‘용차’를 부르더라도 고객의 상황을 잘 알고 그에 맞는 화물차주를 매칭 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은 진화한다. 굳이 고고밴이 오퍼레이션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결국 데이터


남 지사장은 “고고밴코리아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물류는 모빌리티로 이동하고 있고, 여객과 물류라는 두 개의 모빌리티가 통합되는 시점이 결국 다가온다. 현재 국내에는 대부분 여객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만이 존재하는데, 물류와 여객이 통합되는 시점에서는 화물 모빌리티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남 지사장의 설명이다.


남 지사장은 플랫폼이라면 물류로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닌 ‘데이터’로 돈을 버는 방식을 강구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서 고고밴은 홍콩에서 ‘고고에너지’라는 자회사를 운영한다. 고고에너지는 정유업체와 화물차주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화물차주에게는 최대 40%까지 유류비 할인을 제공해주고, 주유소는 고정 고객을 확보하게 해준다. 고고밴은 그 중간에서 정유사로부터 마케팅 마진을 받는다. 정유사는 고객을 확보하고, 기사는 더 저렴한 가격에 주유를 하고, 플랫폼은 돈을 번다.


고고밴코리아가 앞으로 하고 싶은 비즈니스 모델도 그런 것이다. 화물차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이라면 화물차주의 정비 이력과 운행 기록 데이터를 가지고 화물차주에게 정비 시점과 정비소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관련하여 보험업체와 제휴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남 지사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비즈니스를 못한다고 하면 결국은 물류만 하면서 주선 수수료만 가지고 먹고 살게 된다. 그렇게 한다면 결국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모습을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 플랫폼에 운송기사들이 있어야 한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