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20년, 명과 암

조회수 2019. 6. 5. 10: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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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20주년을 맞았다.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상징이다. 국내 어느 인터넷 기업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고, 뿌리를 깊이 박았다. 검색 점유율은 10년 넘게 확고부동한 1위를 유지하고 매출은 5조원을 돌파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등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둔 유일한 국내 인터넷 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네이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여론의 독과점이나 검색의 폐쇄성 등은 끊이지 않고 네이버를 따라다니는 논란거리다.


20년 네이버가 걸어온 길의 명과 암을 살펴보자.


밝은 네이버 – 지배구조


네이버는 자산 총액 5조원을 넘는 기업 중 가장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인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주) 이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배우자나 자녀, 친인척도 마찬가지다.


또 네이버(주)는 대부분의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손자회사 역시 자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지배구조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축적이나 대물림이 불가능하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는 오뚜기조차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인데 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그토록 이루고 싶어 하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네이버는 이미 20년 동안 실천해온 셈이다.


어두운 네이버 – 정보유통 독과점


네이버는 독과점 기업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소셜미디어 때문에 힘이 많이 약해졌지만, 한국의 온라인 정보유통의 길목을 오랫동안 독점해왔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필연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경쟁 서비스로의 전환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을 비롯해 거의 모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독점화돼 있다.


하지만 독점은 언제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뉴스다. 네이버는 뉴스 유통 시장을 독점했다. 전국민이 네이버뉴스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정치적 이유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기도 하고, 네이버의 뉴스선택에 여론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


밝은 네이버 – 글로벌 개척


대한민국의 IT 기업은 대부분 국경을 넘지 못한다. 언어나 문화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서비스도 국경을 넘지 못하고 국내에 안주하다가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에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끝내 국경을 넘었다. 일본에서 3전 4기 끝에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켰다. 일본을 필두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일본에서 라인은 국내에서의 카카오와 같은 위상이다.


해외에서 네이버의 성공은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다. 네이버가 간 길을 따라 일본, 대만, 태국을 향하는 국내 기업들도 많다. 라인 성공에 힘입어 카카오도 일본 시장에 웹툰으로 출사표를 던졌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은 이제 미국이 아닌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을 먼저 두들긴다. 라인의 성공에서 얻은 교훈이다.


네이버의 다음 타깃은 유럽 시장이다. 역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가본 적 없는 시장이다. 네이버가 유럽을 개척한다면, 국내 다른 기업들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네이버 – 폐쇄성


네이버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은 ‘가두리 양식장’이다. 콘텐츠의 흐름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이다. 망망대해 웹을 크롤링해서 검색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네이버 내에 콘텐츠 DB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국어 웹페이지가 별로 없던 시절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콘텐츠를 쌓았다. 이는 네이버의 핵심 자산이었다. 지식iN이 성공한 이후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 자산을 계속 쌓았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좋아했다.


그러나 이는 네이버 안에서만 콘텐츠가 유통되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맛집 검색에는 유용하지만, 전문적인 자료를 찾기는 힘든 서비스가 됐다.


사실 이 점을 어두운 점이라고만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것이 네이버의 성공을 이끈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네이버가 구글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했다면, 어쩌면 오래전에 사라졌을 수도 있다.


밝은 네이버 – 기회의 장


가두리 양식장 전략의 일환이기는 하겠지만 네이버는 일반인들이 콘텐츠 생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었다. UCC(사용자제작콘텐츠)나 UGC(사용자생성콘텐츠)라는 말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IT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네이버에서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 파워 블로거는 유명인사가 됐고, 카페 기반의 기업도 생겨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친 어뷰징으로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은 어두운 점이다.


특히 웹툰 같은 경우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기존에도 온라인 만화가 있었지만, 네이버 웹툰 이후 만화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웹툰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콘텐츠 산업으로 떠올랐다.


어두운 네이버 – 불투명한 미래


네이버는 현재 위기다. 여전히 검색점유율은 높고, 검색 광고는 잘 팔리지만 앞날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위협은 역시 유튜브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다. 네이버 지식iN, 블로그, 카페에 쌓여왔던 콘텐츠가 점차 유튜브로 이동해가고 있다. 이제 창작자들은 파워블로거가 아니라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길 원한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유튜브 친화적이다. 10대는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아재’들이 뉴스나 보는 사이트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네이버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 네이버의 전략은 ‘기술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다. 기술 플랫폼을 만들어 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서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다.


네이버의 20년은 비판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공을 거둔 시간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성취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어쩌면 과거의 성공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유튜브가 지배자로 떠오르는 이 시점, 네이버의 새로운 20년은 1999년에 처음 도전할 때보다 오히려 더 모험적일 수 있다. 경쟁의 무대가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로 커졌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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