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가 '블랙 컨슈머'에 맞서는 방법

조회수 2019. 4. 2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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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가시성은 앞으로도 계속 숙제

언젠가 매년 명절 시즌이 끝나면 ‘아동 한복’ 온라인 반품이 늘어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일부 소비자가 명절에 아이에게 입힐 한복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명절 기간이 끝나자마자 반품을 해버린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이커머스 업체를 ‘한복 대여업체’처럼 이용해버린 사례다. 대여료는 ‘무료’로 말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단순변심 반품시 고객이 내야하는 5000원의 택배비조차 아까워서 일부러 옷을 훼손시키고 ‘무료 반품’하는 고객도 있다는 게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참고 콘텐츠: 매년 명절이면 반품이 늘어나는 그 상품]


안타깝게도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 이런 악성 고객(Black Consumer)을 잡을 수 있는 시원한 해법은 없다. 물론 일부 업체의 경우 악성 클레임이 다발하는 고객 리스트를 만들어서 해당 고객에게는 무조건 ‘대면 배송’을 하거나, 악성 클레임 다발 고객의 주문을 막아버리는 강수를 두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반품 요청에 빠른 처리를 해주는 것이 이커머스 업계의 관례다. 고객이 악의를 가지고 상품을 훼손했는지, 아니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부터 상품의 훼손이 있었는지 이커머스 업체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 업체와 고객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증빙’을 마련하는 것도 업체의 몫이 되는데, 이를 위한 공수도 만만치 않다. 그냥 환불이나 교환해주는 것이 맘 편하다.


가시성을 만드는 방법


만약 그 증빙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자 2011년 시작한 서비스가 있으니 ‘리얼패킹(개발사: 인베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물류센터 출고 직전의 포장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고객에게 전송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리얼패킹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값은 택배 송장번호다. 각 상품마다 다른 송장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개별 송장 하나당 영상 하나씩 만들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베트는 리얼패킹 솔루션을 도입한 이커머스 고객사들의 악성고객 클레임률이 99% 이상 낮아졌다고 이야기한다.

판토스 물류센터에 설치된 리얼패킹 솔루션. 리얼패킹은 악성 고객을 방지하는 용도 외에도 바이럴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리얼패킹은 촬영 영상의 SNS 공유 기능을 제공하는데, 공유율은 이커머스 고객사의 경우 7~8%가 나온다고 한다. 리얼패킹 영상을 받은 고객의 재구매율도 대체로 높게 나타나는데, 그 수치는 10~60%로 고객사마다 다양하게 분포한다는 리얼패킹의 설명이다.(사진: 리얼패킹)

구체적인 리얼패킹 구동 프로세스는 이렇다. 이커머스 업체의 물류센터 작업자가 ‘포장박스’와 ‘검수가 끝난 상품’, ‘박스에 붙일 택배송장’을 받으면 작업준비는 끝난다. 작업자가 포장 작업 이전 송장 바코드를 스캔하면 촬영은 시작된다. 이후 작업자는 박스에 상품을 넣고 포장을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작업자가 박스에 송장을 붙이고 송장 바코드를 스캔하면 촬영은 종료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고객의 연락처로 출고와 함께 전달된다. 이 방법은 기본형이고, 고객사의 운영 프로세스와 사용처에 따라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할 수 있다는 것이 리얼패킹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리얼패킹이 개발한 스캔 패드. 패드 위에 송장을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송장 바코드가 스캔되고, 작업자가 마지막으로 송장을 붙이기 위해 패드에 올려진 송장을 떼놓으면 촬영은 종료된다. 고객사의 니즈에 따라서 영상촬영 시간을 늘리거나 스냅샷 촬영만 하는 식으로 변경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사진: 리얼패킹)

김종철 인베트 대표는 “리얼패킹을 도입하고 나서 악성 클레임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자 이게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고 계약을 해지했던 이커머스 고객사가 있었다”며 “그런데 그 업체가 한 달 만에 클레임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왔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포장영상 전달이 만들어내는 고객 반응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리얼패킹이 구매 고객에게 전달하는 영상 문자. 택배 트래킹 정보가 연동돼 함께 표기된다.(자료: 리얼패킹)

이렇게 영상을 통해 포장 직전까지 상품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고객이 ‘악성 클레임’을 날리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물론 있긴 있었다. 리얼패킹에 따르면 5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매하고 가품(짝퉁)을 반품한 블랙 컨슈머가 있어 소송전까지 간 고객사 사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커머스 업체가 승소할 수 있었는데, 이 때 리얼패킹의 상품 포장 영상이 증빙 역할을 했다는 게 리얼패킹측 설명이다. 실제 명품 병행수입을 하는 이 고객사의 리얼패킹 촬영 영상은 15분에 육박한다고 한다. 실밥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찍어서 보낸다고 한다.


풀필먼트가 가시성을 만든다면?


인베트는 이달 초 물류센터 고객 영업 강화를 위해서 ‘리얼패킹W’를 출시했다.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OMS(Order Management System),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솔루션 업체와 제휴하여 리얼패킹이 포함된 통합 시스템을 만들고 물류센터 단위의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전 리얼패킹의 영업주체가 ‘이커머스 업체’였다면, 리얼패킹W의 타겟 고객은 물류센터, 그러니까 3PL업체가 된다. 김 대표는 “물류센터에 영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WMS 솔루션을 리얼패킹 시스템과 API 연동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어차피 업계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은 몇 안 되니 아예 솔루션사에 제휴 제안을 넣어서 리얼패킹 솔루션에 미리 연동을 시켜놓자는 생각을 해서 리얼패킹W를 만든 것”이라 설명했다.


인베트가 3PL업체 영업을 강화하고자 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이커머스 업체나 3PL업체나 리얼패킹 솔루션이 도입되는 장소는 ‘물류센터’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커머스 업체는 통상 해당 업체의 상품만을 다루지만, 3PL업체는 여러 화주의 상품을 동시에 다루기에 돈이 된다. 실제 리얼패킹W 출시 이전에 리얼패킹 고객사는 단순 숫자는 이커머스 업체가 많았지만, 매출 비중은 3PL업체 고객사가 훨씬 높았다는 게 리얼패킹 측 설명이다.


인베트는 3PL업체가 리얼패킹을 도입하면 좋은 이유로 ‘영업 경쟁우위’를 꼽았다. 실제 한 중소 3PL업체가 화주 영업 제안서에 ‘리얼패킹’을 포함시켜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형 3PL업체를 비딩에서 이긴 사례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3PL업체가 리얼패킹으로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서 창고를 이용하는 그들의 고객사에게 별도 금액을 받고 판매해도 된다. 3PL업체의 필요에 따라서 경쟁우위를 가져가는 수단으로, 혹은 별도의 수익모델을 만드는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하면 된다. 여기서 리얼패킹은 물류센터의 사용량만큼 서비스 비용을 과금해 돈을 번다.


이렇게 리얼패킹을 이용하면 확실히 이커머스 업체, 혹은 3PL업체의 고객사의 과실 여부는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함정이 있다면, 물류센터 출고 이후의 상품 가시성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택배 대리점과 허브터미널, 다시 택배 대리점에서 고객으로 전달되는 그 과정에서 상품 파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택배업체는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없고, 상품 파손에 대한 귀책은 대부분 택배기사에게 전가된다. 택배기사는 당연히 억울하지만, 이 또한 관례라서 할 말은 없다. 아무래도 ‘가시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숙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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