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 방송이 있었으면 좋겠다”

”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대통령을 만나 ‘구인난, 규제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등을 토로했다.  청와대 측은 벤처 1세대 기업인과 유니콘 기업인 7명이 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본관에서 만나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벤처 1세대 기업인 자격으로 이해진 네이버 최고투자책임자(GIO)와 서정선 마이크로젠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유니콘 기업인으로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간담회를 대통령과 유니콘 기업이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성과를 점검하고, 보완·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형성된 혁신 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의미도 더했다.

80분간 열린 간담회는 초반 1시간 넘게 참석 기업의 대표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각 발언에 대한 구체적 답을 모두 주지는 않았고, 대신 간담회 말미에 정리 발언을 하면서 각 해당부처에서도 요구사항을 잘 살펴보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공개되는 내용은 그중 중요하다고 판단된 것에 대해 청와대 측이 브리핑한 내용이다.

먼저 권오섭 L&P 대표는 “많은 청년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에 해오던 구인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고 현재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의료 문제 해결을 대비하자는 발언도 했다. 서 회장은  “북한에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있다. 반면 의료환경은 열악하다”며 “북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게임업계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의 진입이 어려운데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 역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강조했다. 이 GIO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성공시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김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며 “또한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2조원 규모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던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과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서 “한국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빨라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므로 저러한 불확실성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라며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인재양성 필요성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들의 부족으로 서로 다른 기업의 개발자를 빼오는 상황까지 연출된다”고 말한 후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도므로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게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대표들의 발언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새로운 분야의 혁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조업 혁신을 근간으로 해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 또한 많이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들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반기업 정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해진 GIO를 비롯해 김봉진 대표, 김범석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이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요지의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되리라 본다”며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가지 성취를 이뤄내고 있어서 기업을 향한 국민들의 의식 개선은 금세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