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는 왜 핫할까?

조회수 2019. 1. 28.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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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틴더가 우려되는 이유

오늘 틴더에 가입했다. 틴더는 데이팅 앱이다.

주변에서 틴더로 애인을 만났단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틴더가 안 좋은 용도로 쓰인다는 얘기도 더러 들었다. 틴더가, 국내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있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방문, 기자 간담회를 연다는 얘길 들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간담회에 가면서 앱도 깔았다.

엘리 사이드먼 틴더 CEO가 최근 간담회에서 밝힌 비전은, 한국을 전진기지 삼아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틴더는, 서구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데이팅 앱이지만 국내서는 후발주자다. 국내는 아만다(아무나만나지않는다), 정오의 데이트 같은 앱들이 이미 꽤 많은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엘리 사이드먼 틴더 CEO(왼쪽)와 서가연 아시아 총괄 디렉터.

틴더의 시작은 2012년이다. 페이스북이 인기를 끄는 걸 보고, 기획 된 온라인 미팅 앱이다. 190개 나라 40개 언어권에서 쓰이는데, 틴더 측에 따르면 110개국 이상의 앱스토어에서 라이프스타일 앱 부분 10위 안에 들었다. 게임을 제외하고 앱 매출 부문에서 넷플릭스에 이은 2위다(sensor Tower, 2018. 자료제공=틴더). 지금까지 총 3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가입은 무료지만 이러저러한 기능을 쓰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2016년부터 매출이 두배씩 뛰었다. 국내서도 알게 모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 215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다운로드 수가 2.5배 늘었다. 국외나 국내 막론하고, 솔로들이 그만큼 처절한 거다.

사진 = 틴더 홈페이지

틴더는 왜 핫할까?

왜긴. 10대 20대가 많이 써서다. 국내 이용자의 80%가 밀레니얼 세대다. 유튜브도 그렇고,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대세로 떠오르기 전에 10대 20대를 기반 세대로 삼는다. 10대 20대가 많이 쓰기 시작하면 곧 입소문을 타고 30~40대로 퍼져나간다. 요즘 애들이 쓰는 좋은 앱이 있다며? 라고.  이들은 하교나 퇴근 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틴더를 켜고,  호감 가는 사람을 찾아 헤맨다. 예를 들어 새로운 동네 친구라든가, 또는 애인.

틴더 전에도, 그 이후에도 데이팅 앱은 계속해 있었을텐데, 어떻게 틴더가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를 얻었을까?

우선 진입장벽이 낮다. 회원 가입 자체를 페이스북으로 할 수 있게 했고 사용법도 쉽게 만들었다.  앱을 키면 근방 몇 킬로미터 안에 있는 이성의 얼굴과 간단한 프로필이 뜬다.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밀고, 안 들면 왼쪽으로 밀어 버린다. 내가 마음에 들어한 사람이 내게 호감을 보인다면 대화가 성립된다. 빠르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이 서구권 외로운 솔로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내 가까운 위치를 파악해 반경 몇 킬로미터 안에서 친구를 소개해주는 것 외에, 틴더가 글로벌 앱이라는 점을 감안해 만든 ‘패스포트 ‘기능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패스포트는 말 그대로 여권인데, 이 기능을 통해 타지역 친구들과 매칭할 수 있다. 만약 다음 주 쯤 뉴욕에 놀러갈 생각이라면, 그 동네 친구들과 매칭을 시도해 미리 대화를 나누고 현지 정보를 얻거나, 혹은 실제 방문 때 만날 수 있다.

틴더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밀레니얼에 인기가 있는 이유를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엘리 사이드먼 틴더 CEO는 “누군가를 만나서 매혹되는 순간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었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했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가연 아시아 총괄 디렉터도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다보니 힙하고(힙하다는 이미지가 생겼고), 소문의 소문을 통해 더 (그런 이미지가) 커지면서 틴더가 팝컬처가 되서 밀레니얼에 어필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틴더가 우려되는 이유

그런데 데이팅앱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성적으로 불쾌한 대화가 오간다거나, 혹은 이 앱을 통해서 성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 몰카가 촬영된다든지 하는 것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간담회에서 역시, 이런 질문이 가장 많았다.

사이드먼 CEO는 “무관용의 원칙을 갖고 상대를 괴롭히는 언행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며 “내부에 커뮤니티 팀이 있어 이를 체크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틴더 측이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하고픈 말은 이거였던 것 같다.

“사건 사고는 그 나라 문화가 만든다.”

사이드먼 CEO는 “세계적으로 (진출해 활동하다보니) 확인하게 된 건, (앱 사용이) 현지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라며 “틴더를 소프트웨어 앱이라고 보지만 실제로는 하드웨어이며, 진짜 소프트웨어는 현지에서 거주하며 앱을 쓰는 이들이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데이팅 앱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앱을 별 이상한 용도로 쓰면서 피해자를 낳게 만드는 이용자의 잘못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건 사고를 막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필수적이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인식했는지 틴더 역시 최근엔 자신들의 정체성을 데이팅 앱이라기 보다는 ‘친구 찾기 서비스’로 만들려고 하는 분위기다. 학교나 직장, 소규모 네트워크 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든 세상, 앱을 통해 전혀 다른 이들을 만나 교류해보라는 권유다.

이 기사를 쓰려고 틴더를 깔았는데, 나도 모르게 스와이프를 하고 있었고 그러다 매칭이 됐고 대화를 시작했다. 아, 이래서 핫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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