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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폰, 스카이와 모토로라 레이저가 돌아오는 이유

돌아와봤자일거 같은데

아재들의 폰이 돌아온다. 스카이 폴더폰과 모토로라 레이저. 심지어 레이저는 폴더블 폰이다.

2000년대 중후반. 대학을 입학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기자는 당시 IT 기자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지만, 사람들의 폰에는 관심이 많았다. 이종철 학생은 돈이 없어 주로 0원으로 개통할 수 있는 싸구려 폰을 썼지만 사람들의 폰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비싼 폰을 쓴다며 으스대는 무지렁이들을 구경하는 게 특히 재밌다. 특이한 점은 내가 관심 있는 이성은 대부분 스카이폰을 썼다는 것이다. 청순 그 자체의 인물들에게 잘 어울렸다. 사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 폰들이 깔끔하다기보다는 졸부 같은 느낌도 있다. 블랙-골드가 유행하는 2007~2008년 시절에는 스카이도 못 참고 폰에다 금테를 두르곤 했다. 스카이에 금테라니.

하여튼 가장 관심 있는 친구들은 모두 스카이였다. 애인이 생긴 이후에는 그 폰을 이리저리 만져보곤 했는데, 사진 폴더에 들어가는 방법이 다른 폰과 다르게 매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거기다 입김을 왜 불어

듀퐁폰

듀퐁 폴더폰

골든 라이탄

스카이는 신기한 시도도 많이 했다. ‘후(whooo)’폰이라고 해서 폰에다 입김을 불면 카메라를 실행하거나, 영상통화에서 이모티콘이 전송되는 등이 이상한 기능을 탑재한 폰도 있었다. 국내 최초의 NUI(자연어 인식, 제스처나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것) 폰이랄까. 스카이의 의도는 재미였고, 향기롭다는 느낌으로 여성 모델을 활용했으나 주변 친구들은 지하철 변태 폰이라고 불렀다. 또한, 듀퐁 라이터의 개폐음 클링 사운드를 탑재한 듀퐁폰 등도 출시했다. 주변에선 골든 라이탄 폰이라고 불렀다. 스카이가 정체성을 잃고 발악하던 시기다.

그 스카이가 돌아온다. 이미지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과거의 스카이폰은 하얀색을 애플만큼 잘 구사하는 회사였으나, 지금 보면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 외모는 그때의 스카이폰보다 더 스카이폰 같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스카이폰과는 적어도 더 유사하다.

출시 배경은 MVNO인 착한텔레콤과의 제휴다. 스카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팬택이 착한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폰을 설계하고, 이것을 중국 OEM으로 생산해온다. 이 제품의 가격은 10~20만원대로 예상되며, 스마트 기능이 없는 그냥 폴더폰이다. 스마트폰은 스카이 브랜드를 달고 별도로 출시한다고 한다.

사실 이 폰이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중장년에게도 갤럭시가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특수용도가 아니라면 이 폰은 또다른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추억조차 남지 않거나.

레이저폰

참 잘생겼다

스카이가 깔끔하고 단정한 폰이었다면,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퓨처리즘을 표방한 폰도 돌아온다. 모토로라 레이저다. 심지어 폴더블 폰이다. 흔히 레이저(Razr)로 부르는 레이저 v3는 스타택 이후 마땅한 히트작이 없었던 모토로라의 구원투수였다. 얇다고 면도날(Razor)라는 이름을 붙였다(출시명은 Razr). 모토로라는 레이저를 필두로 피처폰 시장의 일부를 접수했다. 모델은 무려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LED를 잘 구사하는 회사가 하나 있다. LG전자다. LG전자는 샤인폰과 초콜릿폰, 롤리팝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마지막 남은 피처폰 시절을 남부럽지 않게 보냈다. 특히 롤리팝폰은 1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LG전자의 스마트폰 진입 시점을 늦춘 계기가 됐다.

요즘 스마트폰처럼 생긴 뉴 초콜릿폰, 소녀시대가 모델이었다

롤리롤리롤리팝

모토로라 역시 스마트폰 시장 진입 시기를 놓쳤다. 드로이드 같은 알 수 없는 폰들만 만들었다. 무조건 나빴던 건 아니다. 아트릭스처럼 독에 연결해 PC처럼 쓸 수 있는 특이한 폰들도 만들었다. 물론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아이폰으로 가 있었다.

무려 랩톱으로 변신하는 아트릭스

레이저폰의 이름을 달고 나온 스마트폰도 있었다. 이름이 레이저 i였다. 전면은 특이하게도 현재의 노치같은 느낌의 사선 로고가 박혀있다. 후면은 아재의 상징 카본 파이버 무늬다. 카본 무늬와 빗살무늬는 스마트한척 하고 싶은 아재만 사용한다. 물론 실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망했다.

레이저 i

모듈식 폰인 모토 Z3

모토로라는 이후 구글에 2011년, 레노버에 2014년 이리저리 팔려다녔다. 그와중에 레노버에서 모토 Z3 같은 괜찮은 폰을 내기도 했다. 후면이 모듈 식이라 카메라도 붙이고 배터리도 붙이는 식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아이폰과 갤럭시였다. 모듈식 폰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지만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든다. LG G5와 함께 모듈식 폰은 역사에 데뷔하자마자 사라졌다.

그 레노버가 이번엔 폴더블 폰을 레이저 브랜드로 만든다. 레이저 i가 사실상 레이저 폰의 브랜드를 망칠 뻔했지만 너무 알려지지 않아 생각보다 피해가 없었다. 적절한 시점이며 레노버가 폴더블 폰을 제조할 능력도 있다. 레노버는 이미 CES 2017년, 멀티밴드형 스마트워치 겸 스마트폰 시제품을 선보인 적도 있으며, 요가북으로 쌓여온 힌지 기술도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레이저 폴더블 폰은 삼성과 같은 인폴드 방식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제품은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드(거기에 외부 스크린이 있다), 최초의 폴더블 폰 플렉시파이는 멀티밴드를 활용한 아웃폴드다.

모토로라의 폴더블 폰 출시 시점은 적절하다. 레드오션에 진입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파구로 각 벤더는 화면을 얼마나 넓히냐의 싸움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벤더들은 대부분 홀 디스플레이(핀 홀 디스플레이) 혹은 폴더블 폰으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힌지 기술을 갖고 있는 레노버는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다. 또한, 모토로라 브랜드를 갖고 있으니 레트로 팔이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물론 몇 개 있다. 삼성과 화웨이가 훨씬 잘 만들 것 같다는 점, 레트로에 퓨처리즘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어울리지 않으면 레트로를 활용하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인지도는 부족한데 비싸다는 것 정도. 예상 가격은 1500달러다. 레이저폰의 인지도는 어쨌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부족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는 것도 이해는 간다. 레노버 폰보다는 레이저폰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을 테니 말이다.

스카이와 모토로라는 이렇게 추억도 팔면서 새로운 소비자에게도 다가가는 전략으로 나왔다. 휠라가 살아난 것처럼, 리복이나 토미 힐피거가 새 시대의 브랜드가 된 것처럼, 이들의 도전은 헤리티지를 계승하며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 절망적인 미래만 눈에 보이는 것일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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