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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리테일 거인 시어스의 몰락… 정말 아마존 때문일까?

시어스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한 세기 동안 미국 소매업의 상징이라 불리던 시어스(Sears Holdings)가 15일(현지시각)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WSJ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어스는 현재 687개의 시어스(Sears)와 케이마트(Kmart)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6만 8,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시어스가 연말까지 수익성이 낮은 142개의 매장을 폐쇄하고 곧 청산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 전했다.


거인의 발자취


시어스는 ‘우편 카탈로그 판매’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업체다. 시어스의 역사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어스 창업자인 리처드 시어스(Richard W. Sears)가 미네아폴리스에서 시계를 팔면서 부터다. 그는 1888년부터 카탈로그를 활용하여 시계와 보석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시어스의 상징과 같은 우편 카탈로그 판매는 1893년부터 시작된다. 1894년에는 시계, 보석뿐만 아니라 재봉틀, 스포츠 용품, 악기, 안장, 총기, 자전거, 패션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카탈로그로 팔기 시작한다. 온갖 상품 정보가 담긴 500여 페이지의 카탈로그가 미국 전역에 보내지고, 카탈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본 고객은 그걸 우편을 통해 주문하고 배송 받으면 된다.


시어스의 우편 카탈로그 판매는 중간 유통망을 줄여서 원가 경쟁력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현대 ‘이커머스’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현대 온라인 쇼핑몰의 역할은 ‘카탈로그’가, 결제 시스템은 ‘우편’이 맡는다. 바뀌지 않은 것은 ‘라스트마일 물류(택배)’다. 이커머스와 우편 카탈로그는 모두 물류와 커머스가 결합된 모델이자, 당대의 ‘혁신’ 상거래 모델이라 평가 받는다.

1905년 시어스 카탈로그. 현대 쇼핑몰 판매창과 비교해보자. 큰 차이가 없는 것이 느껴지는가.

출처 : (사진: Flickr)

시어스는 우편 카탈로그 판매의 성공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1925년에는 카탈로그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한다. 시카고에서 오픈한 첫 번째 시어스 백화점이 그것이다. 전성기의 시어스는 미국과 캐나다에 2,300개가 넘는 브랜드와 제휴매장을 확보했다. 1973년에 시카고 일리노이에 세워진 108층 높이의 시어스타워(현 윌리스타워)가 과거 시어스의 영광을 상징한다. 시어스타워는 당대 서구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경쟁력은 카탈로그 아닌 ‘공급망’에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시어스의 혁신은 카탈로그에 있지 않다. 시어스가 우편 카탈로그라는 판매채널을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다. 시어스보다 10년 먼저 시장에 진입해 카탈로그 판매를 시작한 경쟁업체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가 있었다. 몽고메리워드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최종 전달하는 중간 거점으로 지역 상점을 활용하는 판매 모델을 운영했다.


시어스는 이 ‘중간 거점’을 없앴다. 현대의 문전(Door to Door) 배송인 ‘택배’ 모델을 1800년대에 도입한 것이다. 기존 카탈로그 판매에서 고객 앞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공급 과정은 한 단계 더 줄었다. 시카고트리뷴(Chicago Tribune)에 따르면 1896년 시어스의 카탈로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공급처(Supply House)로 통했다.


뉴욕타임즈는 “시어스는 20세기 초의 아마존이었다. 두 개의 위대한 네트워크인 ‘철도’와 ‘USPS(우편)’가 시어스의 경쟁력”이라며 “1975년 당시 시어스, 몽고메리 워드, JC페니(Penny)는 미국 백화점 매출의 43%를 좌우했다”고 전했다.

JC페니와 시어스의 최근 5년 주가 추이. 한 때 위대했던 기업들은 현재 몰락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몽고메리워드는 두 업체의 파산 위기 한참 전인 2001년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몰락의 징조

시어스의 몰락은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됐다. 외신들은 시어스가 흔들리기 시작한 기점을 시어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를 보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논평에 따르면 시어스 몰락의 첫 번째 이유는 월마트, 타깃과 같은 대형마트(Big box merchandisers)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틈새를 치고 온 베스트바이, 홈디포와 같은 전문점(Category Killers)도 있었다. 아마존 이전에 등장한 이들은 아마존이 점령한 온라인 시대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강자들이다. 시어스가 ‘아마존’ 때문에 망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이유다.

홈디포, 베스트바이, 아마존의 최근 5년 주가 추이. 온라인이 치고 올라와도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사라진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시어스 몰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시어스는 1993년 한 세기를 풍미했던 카탈로그 판매 사업을 접었다. TV,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로 대표되는 새로운 판매채널의 등장과 채널 쇠퇴로 인한 결정이었다.


시어스는 이와 함께 카탈로그 판매를 위해 미국 전역에 구축한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폐쇄한다. 이게 시어스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평이다.


시어스는 아마존이 될 수 있었다. 아마존이 탄생하기도 전부터 앞으로 아마존이 만들어갈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어스는 ‘온라인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물류 인프라’를 송두리째 날리는 결정을 한다. 2년 뒤인 1995년,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첫 번째 도서 배송을 시작한다.


현재 아마존은 과거 시어스의 위치를 갈음했다. 이제 USPS의 가장 큰 고객은 시어스가 아닌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7년 11월 기준 미국에서만 1억 4,580만 제곱피트(약 410만 평)의 물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영역인 브릭앤몰타르(Brick & Mortar)는 물론 항공운송, 해상운송 등 물류업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2017년 11월 기준 아마존 물류시설 규모 통계. 메가센터라고 불리는 쿠팡의 덕평 물류센터(3만 평)가 140개 가까이 모인 크기다.(자료: Statista)(단위: 백만 제곱피트)

한편, 시어스는 대출기관과 채권 보유자들에게 5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어스가 법원에 제출한 문건(Court Paper)을 인용한 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200여개의 공급자가 시어스 매장으로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 향후 물류회사에 수백만 달러의 금액을 지불하지 못하면 먼저 사라진 ‘토이저러스’와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평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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