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랩톱이 생겨서 아무 데서나 게임을 해봤다, ROG, 스나이퍼 II

조회수 2018. 9. 27. 1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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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억울하다. 주말에 피시방가는 게 취미라고 했더니 게임 덕후로 오해받았다. 덕후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성의 없이 게임을 해왔다. 게임 덕후는 숭고한 이름이다. 잡스럽게 피시방 몇 번 갔다고 들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기자는 스마트폰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게임은 오로지 집이나 PC방에서만 해왔다. 집의 컴퓨터 사양을 훌륭하게 만들어놓고 나서는 취미는 거의 집안에서 해결하는 것들이 됐다. 덕후라고 하기에는 하는 게임 수도 적고 일반적인 FPS를 좋아하지 않는다(못한다).

그러나 닌텐도 스위치를 산 것이 화근이다. 갖고 다닐 수 있는 강점 덕에 밖에서도 조금씩 게임을 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철에서 다른 행동 대비 게임이 가장 시간이 빨리 간다. 타인의 체취에 고통받는 것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철에서 젤다의 전설 좀 했다고 게임 덕후 소리를 듣다니 한번 해봐라 그게 멈춰지나.

그러다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를 접하고는 밖에서도 심심한 시간이면 게임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왠지 WASD 키에 손을 놓는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왠지 사무실의 마우스도 게이밍 마우스로 바꾸어 놓았다. 물론 사무실에서도 게임을 하지만(게임 리뷰 기자) 게임 리뷰는 하고 싶은 게임보다 그렇지 않은 게임이 더 많다. 물론 남들은 신의 직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게이밍 랩톱을 리뷰해봤다. 에이수스의 게이밍 브랜드인 ROG GL504GM-ES168T 제품이다. 펫네임은 스나이퍼 II, ROG는 게이머 공화국(Republic of Gamers)라는 거창한 이름이다. 이 제품을 고른 이유는 외부에 시뻘건 LED가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워크스테이션으로 보기에도 무리 없는 세련미가 강점이다. 물론 전원을 켜면 시뻘건 LED가 켜지긴 한다. 다른 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 제품으로 여러 곳에서 게임을 해봤다.

결혼식장에서 게임을 해봤다. 아버지가 한심해 한다. 물론 예식 시작때 껐다.
결혼 끝나고 뷔페에서 게임을 해봤다. 동생이 특히 한심해했다.
벌초를 가서 게임을 하는데 낫을 든 어머니가 쳐다봐서 얼른 끄느라 사진 못 찍었다.
돌아오는 KTX에서 게임을 해봤다. 최고다. 두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신 지쳐서 도착한다.
출근해서 게임을 해봤다. 상사가 한심해 한다.
옥상에서 게임을 해봤다. 다 좋은데 조금 추웠다.
부자가 된 기분으로 게임을 해봤다. LED가 푸르지오 아파트 스타일이니 푸르지오 옥상에서 하면 더 좋겠다.

갖고다니며 게임을 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세련미가 있었다. 무지개가 켜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특히 빗살무늬(Slash)가 반으로 갈려 있는 것이 특색있다. 사선은 이 제품 고유의 메타포로 후면에도 충실히 적용돼 있다. 발열 구멍도 사선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정말 하드웨어 장인이다. 빗살무늬가 없는 곳에는 캐모플라쥬가 적용돼 있다.

금속 질감이 매우 좋다
외부 LED를 다른 색으로 조정하면 비즈니스 랩톱 느낌이 난다.
곳곳에 캐모플라주가 적용돼 있다

키보드의 경우 RGB 레인보우 백릿이 기본 적용인데, 제품이 일반적인 15인치 제품보다 작아 풀사이즈 키보드를 애매하게 넣었다. 방향키가 아래로 약간 치우쳐 있다. 실제로 사용할 때는 다른 부분보다는 좌측부터 엔터까지가 좌측에 약간 치우쳐 있으므로 적응할 때까지 상당한 오타가 난다.

레인보우 컬러는 소프트웨어로 조정할 수 있다
키보드 백릿 밝기는 핫키로 조정할 수 있다
숨 쉬는 느낌의 레인보우 백릿

팬의 경우 오버부스트–일반–저소음 세 가지 모드가 있는데, 오버부스트를 틀면 사무실이 날아갈 정도의 태풍이 분다. 발열이 잘 잡히리라는 심리적 안정감과, 옆집에서 항의할 것 같은 불안감이 동시에 든다. 일반 모드도 소리가 상당히 큰 편이라 외부에서는 저소음을 추천한다. 저소음으로 해놓으면 아주 조용한 곳(독서실)을 제외하면 외부 활용에 무리 없다.

화면은 일반적인 세팅보다 조금 푸른 빛이 도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모드에서 바로 변경할 수 있다. FPS 모드로 하면 검은색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뉜다. 어두운 곳에 있는 적을 그럭저럭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인데 그래봤자 기자처럼 게임 못하면 못 죽인다. 어디서 죽이는지 알고 죽는 정도다.

시네마 모드와 FPS 모드의 색감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이 제품은 화면 주사율(재생율) 144Hz를 지원한다. 일반적인 PC에서도 지원하지 않는 수준이다. 이 성능을 갖추려면 게이밍용 모니터를 따로 구비해야 한다. 기자는 평소 120Hz 지원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사실 144Hz를 처음 써보고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촌스럽다는 소리를 한다면 인정하겠다. 게임에 따라 다양한 주사율을 설정해 사용할 수 있는데, FPS 게임에서는 주사율이 높은 게 좋다.

제품을 사용하다 의외의 활용성을 발견했는데, 사운드가 매우 좋다. 음악을 틀면 우퍼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일반 스피커 대비 소리가 무거운 편이다. 5.1채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막귀는 그런 건 잘 모른다.

게이밍 랩톱과 일반 랩톱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외장 GPU겠지만, 그 외에도 게이밍용 소프트웨어를 들 수도 있겠다.

소닉 레이더 III 스크린샷. 중앙의 빨간 화살표가 소리가 다가오는 방향이며, 좌우 대시보드는 그 방향을 조금 더 상세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소프트웨어는 소닉 레이더 III(Sonic Radar III)다. 이는 소리의 출처를 찾아 소리가 오고 있는 방향을 게임 내 대시보드에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FPS 대부분이 소리에 의한 상대 움직임을 충실하게 지원하고 있으므로, 소리 출처를 안다는 건 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강이라도 알 수 있는 기능이다. 비교적 정확한 편인데 약간 반칙이 아닌가 싶은 기분도 든다. 이외에도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게임 퍼스트 V(Game First V), 게임 모드마다 컬러를 바꿔주는 게임비주얼(GameVisual) 등을 탑재했다. 이 모든 걸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게이밍센터(Gaming Center)가 물리적인 핫 키를 포함해 탑재돼 있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사실 너무 퓨처리즘적이고 엘라스틱해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뭔가 굉장한 것을 하는 기분이다.

단자는 필수적인 것 외에도 USB-C, HDMI가 추가로 붙어 있다

LTE나 와이파이로 게임이 가능해 여기저기서 게임을 하는 것까진 좋았다. 더 좋은 점은 집에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파 테이블을 놓고 소파에서, 책상에서, 식탁에서, 침대 테이블로 침대에서까지 해봤다. 자세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인생에 너무 게임만 가득 차는 것이다. 왠지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따라서 기자는 덕후가 아닌 사람 답게 집에서만 게임을 하기로 했다. 물론 집 여러 곳에서.

기기는 2.4kg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어댑터가 굉장히 크고 무겁다. 옆의 지저분한 폰은 아이폰8s+

가격은 i5와 i7, GTX 1060과 1070 등 사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약 15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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