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사과 깨문 리디북스, 운명은?

조회수 2018. 7. 23.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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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계 넷플릭스 표방한 리디셀렉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리디북스가 월정액 도서대여제 ‘리디셀렉트’를 시작했다. 월 6500원에 최대 10권까지 다운로드를 받아 볼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10권이란 제약 안에서 계속해 도서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다운로드 모델에 가깝다.

출판계에서 월정액 모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교보문고가 자체 전자책 단말기 ‘샘’을 통해 회원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에는 전자책 시장이 지금보다 작았던 데다, 전자책 단말기와 결합한 할인 상품이 소비자에 매력적이지 않았다. 대여 서비스로 빌려볼 수 있는 콘텐츠 역시 옛날 책이 대부분이었다.

리디셀렉트와 마찬가지로 경쟁사인 예스24, 알라딘 등이 속한 한국이퍼브도 월정액 모델을 검토해왔다. 다만, 이들이 먼저 시장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월정액 모델이 자칫 시장의 파이 자체를 줄여버릴 수 있다는 출판계 우려를 의식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디북스는 왜 리디셀렉트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우선, 정체에 빠진 전자책 시장 상황이다. 전자책 판매량을 공식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 판매 비중은 대략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성장해오던 전자책 단행본 시장은 최근 1~2년 사이 정체를 맞고 있다. 전자책은 가격 탄력성이 큰 상품인데, 도서정가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큰 폭의 할인이 어려운 것이 영향을 끼쳤다.

이런 와중에서 시장을 견인해온 것은 도서정가제를 피해 출현한 ‘장기 대여제’다. 도서 가격의 절반 이상을 할인한 값으로 10년, 50년씩 장기 대여하는 모델은 사실상 반값 판매의 변형 모델이다. 도서정가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는데, 법으로 단속하기도 어려웠다. 편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서점과 출판사들은 ‘3개월 이상 장기 대여를 금지한다’는 자율협약을 맺었다. 리디북스는 장기 대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이기도 하다. 장기 대여 금지는 곧 매출의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전자책 이용 저변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전자책 시장을 먹여 살린 것은 월 평균 수십만원까지 도서 구매에 쓰던 헤비 유저들이다. 리디북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 등은 단말기와 베스트셀러, 고전 등을 묶어 20~30만원대의 상품을 만들어 내놓았고, 헤비 유저들은 “사놓으면 언젠간 읽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갑을 열었다.

리디북스가 6500원이라는 가격에 리디셀렉트를 도입하고, SNS 마케팅으로 유명한 ‘책끝을 접다’를 인수한 것은 신규 독자 유입을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그간 전자책을 읽지 않았던 이들이 쉽게 독서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출판계가 걱정을 하는 것은 헤비유저의 이탈이다.

리디셀렉트 같은 모델이 나올 경우, 헤비 유저들이 수십만원씩 도서 구입비를 쓸 필요가 없다. 신간과 베스트셀러 등을 잘 수급해온다는 가정 아래, 월 6500원의 도서 구매비로 충분하다. 시장을 갉아먹는 부작용이 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디북스는 리디셀렉트에 크게 투자하려는 분위기다.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리디북스의 경영진이 출판사와 직접 만나 리디셀렉트에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리디북스가 출판사들에 내건 조건은, 공급 도서의 지난해 매출을 보전해주는 미니멈 개런티(MG) 제공이다. 도서 제공 이후 1년간 수익셰어는 없는 대신 지난해 만큼의 도서 매출을 보전해 주는 조건이라, 출판사가 바로 손해볼 일은 없다. 업계에서는 출판사 한 곳 당 최소 1억원 이상의 MG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리디셀렉트에 참여하는 출판사 수가 많지는 않다. 당장의 손해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월정액 모델이 도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간을 제외한 구간과 옛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리디셀렉트에 접근하는 이유도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시장을 관망하겠단 의지다.

출판사들은 왜 적극적으로 리디셀렉트에 호응하지 않을까?

우선 성공 여부 불투명이다. 리디셀렉트의 가격은 월 6500원으로, 이용자가 1년간 내는 돈은 7만8000원이다. 만약 리디북스가 최초 30곳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고, 30억원을 초기 투자금으로 쓴다고 하더라도 최소 3만8000명의 유료 회원을 모집해야 한다. 

올 초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먼저 월정액을 시작한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의 이용자 수는 1만명이다. 아직까지 리디셀렉트 이용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디북스 측은 “리디셀렉트 이용자 수나, 참여 출판사 등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올 초 리디북스가 공시한 이 회사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216억원이다. 2016년 말 투자받은 200억원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은 665억원으로 전년대비 165억원이나 늘었지만 아직까진 적자다. 리디북스가 당장 현금을 총알로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계속 투자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리디셀렉트가 잘 될 경우 출판사와 계약을 늘려야 하고, 새로운 도서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써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 그러나 리디북스가 계속해 매출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도서를 가져오긴 어렵다. 결국 출판사와 수익셰어 모델로 가야한다.

월정액 수익셰어 모델로 인해 콘텐츠 제작자가 크게 피해를 본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음원 시장이다. 스트리밍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유통사를 제외한 음원 제작자, 작곡가, 작사가, 가수 등은 아주 성공한 몇 모델을 제외하곤 제대로 창작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들은 “월정액제가 되면 음원 시장과 같은 일이 출판계에도 일어나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리디북스는 도서계의 넷플릭스를 꿈꾼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크게 성장하든지, 빨리 망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되지 못하고 생존만 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리디북스는 리디셀렉트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 큰 폭의 성장을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추가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가 가능하다. 출판계 금단의 사과인 월정액을 깨문 리디북스가, 우려를 불식하고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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