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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넥슨맨, 제주에서 아이스크림 카페 연 까닭

섬이다 김종현 대표의 우유부단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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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에서 한 달을 살 때 관광을 거의 못했다. 그때 주말에 육지에서 온 지인이 “이시돌 목장에 있는 ‘우유부단’이라는델 가봤냐, 거기 아이스크림 진짜 맛있다.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바람도 세게 불던 날이었다. 이런 날 무슨 아이스크림이냐고 타박했다가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인파에 놀랐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맛에 다시 놀랐다.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란 문구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드넓은 목장 한가운데서 먹는다는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2016년 개장하고 바로 입소문을 탄 우유부단은 제주의 새로운 명소다. 면적은 16평. 취급품목이 우유, 아이스크림, 밀크티가 전부인 이 작은 공간에서 지난해 빚어낸 매출만 9억원 가까이다. 단위 면적당 매출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우유부단은 제주의 사회적기업 ‘섬이다’가 운영한다. 섬이다는 다음(현 카카오), NXC(넥슨 지주회사) 출신의 김종현 대표가 창업했는데, 제주공항 근처 카페 ‘닐모리동동’도 이 회사의 작품이다.

김종현 대표는 고연봉자 직장인 시절에도 ‘사회적 기업’을 꿈꿨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NXC의 제주 본사 이전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다. 섬이다의 모태가 된 레스토랑 ‘닐모리동동’도 넥슨이 제주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하던 것을 김 대표가 인수해 판을 키웠다. ‘우유부단’은 제주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이시돌 목장’의 경영난을 컨설팅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것이다. 섬이다는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우유부단에서 나오는 수익은 이시돌 목장 재단과 나누고 있다.

김종현 대표를 닐모리동동에서 만나 창업 스토리와 사회적 기업, 그리고 노동의 가치를 물었다. 다음은 김종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섬이다’의 모태가 된 ‘닐모리동동’은 원래 NXC가 하던 지역사회공헌 사업이었다. 이걸 김종현 대표가 인수해서 키웠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나


2015년에 닐모리동동의 임대계약이 끝났다. 그사이 NXC의 규모가 커지면서 닐모리동동을 계속 이어해야 하는 고민을 했다. 사회공헌 사업을 맡아하던 내가 닐모리동동을 인수하고, 회사 생활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미 닐모리동동이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일주일에 한 번만 회의에 참석하면 운영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에 메르스가 터졌다. 관광객이 뚝 끊기고, 매출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때 ‘우유부단’ 프로젝트 이야기도 나온 상태였다. 휴직을 했다가 2017년에 아예 퇴사하고 ‘섬이다’에 집중했다. 메르스가 만든 나비효과였던 셈이다.

주말에 우유부단에 갔더니, 비가 오는데도 손님이 꽉 차 있었다. 이렇게 잘 되는데 서울에 분점을 낼 생각은 없나
서울에 만들 계획은 없다. 다만, 제주 지역 확장은 고민하고 있다. 우유부단이 워낙 포화상태라 앉을 자리도 없다. 여름이 되면 사람으로 꽉 차 있다. 그렇지만 섣불리 확장하지는 않을 거다. 제주 원도심에 분점이 하나 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진 않는다. 사람들이 찾을 만한 풍경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협력할 파트너가 있거나, 좋은 임대공간이 있는지 알아보고는 있다.

넥슨이나 다음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부러워 할 것 같다
거기 있는 게 훨씬 낫다(웃음). 그냥 자유로운 영혼이 자유롭게 사니까 그게 좋은 거지. 아무리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가 본인이랑 맞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일하는 것과 내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니까. (창업하고 좋은 점은) 자유롭다는 것과, 잘릴 걱정은 없다는 것.

망할 걱정이 더 크지 않나
망할 걱정은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웃음).

하긴 이렇게 잘 되는데, 망할 걱정은 없겠다
모르는 일이다. 변수라는 건 워낙 다양하니까. 메르스 같은 것이 다시 닥칠 수도 있고. 작년에는 제주도에 가뭄이 있어서 여름에 격일로 단수가 됐다. 한 달 동안 이틀에 한번 씩 밖에 영업을 못했다. 그것도 제주도 전역이 아니라, 딱 매장이 있는 동네만 그랬다. 매년, 뭔가 일이 있다.

우유부단의 매장이 매우 작은 대신 바깥 공간인 목장을 잘 활용했다. 우유곽 모양의 의자를 둔 것도 인상 깊은데, 누구 아이디어인가
이시돌목장 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테쉬폰’이란 건물 앞에 우유부단을 세웠는데, 테쉬폰보다 작거나 같은 규모로 건물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바깥공간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가능한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테두리만 있는 의자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그건 내 아이디어였지만 그 테두리를 우유곽 모양으로 하자고 한 건 시공업체에서 냈다. 아이디어는 한 명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명이 살을 붙여가며 만드는 거다.

직접 경영을 하다보면 기존 조직에 있던 리더도 생각이 날 것 같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김정주 NXC회장과 가까이 일했는데 두 사람은 어떤 리더십을 가졌나?
이재웅 대표가 갖고 있는 철학적 인사이트를 존경한다. 가끔 고민될 때 찾아가서 ‘다음단계는 어떻게 해야할까’를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다. 시대를 5년 쯤 앞서가는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 김정주 대표에게서는 사람과 기업을 보는 촉을 많이 배우려고 했다. 넥슨이 게임업계 사관학교라고 불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 대표가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만의 ‘촉’은?
나는 촉은 없다. 대신 발상 포인트는 좋다. 기업이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잘 발견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잘 파악한다. 하나의 대상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보인다. 이시돌 목장의 고민에서 시작한 ‘우유부단’이 그런 사례다.

우유부단을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최근에 소프트리 같은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서울에서도 큰 인기였는데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시돌목장의 우유가 잘 소비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반 우유의 세배정도 가격으로 비싸기도 했고, 전반적인 우유 소비 자체가 감소 추세기도 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반강제의 우유 급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낙농가가 전반적으로 힘든데, 유기농 낙농은 더욱 어렵다. ‘우유부단’이라는 아이디어는 목장 경영이 어려워진 신부님이 컨설팅해줄 사람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일본 같은 델 가면 목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남이 하지 않는 걸 해야 하고, 우유를 많이 써야 하니까. 그리고 제조업은 아니라고 봤다. 시대 트렌드가 사람들이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걸 원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이 고부가가치라고 생각하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순 없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넥슨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서울에서 소프트리 같은 곳이 생겼다. 폴바셋에서도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팔았고, 이런 성공담을 보면서 (이시돌 목장의) 신부님이 확신을 가졌다. 닐모리동동을 내가 인수한 이후에 그 안에서 바리스타 등 전문가가 있으니까 그때부터 제대로 기획을 시작했다.

‘섬이다’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이 있나
사회적 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인증하게 되어 있다. 심사를 해서 인증하는데 보통 세가지를 본다. 첫째는 이곳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가이다. 두 번째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가, 세 번째는 수익이 개인에 흘러들어가지 않고 지역에 환원되는가를 본다. 주주의 배당을 30%로 제한하고 나머지 70%는 기부를 하거나 종업원을 고용하거나 재투자를 하는 등 지역을 위해 써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돈을 벌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기업도 돈을 벌어야 확장을 한다. 카카오 같은 기업도 여전히 투자를 받는다. 왜 투자를 받겠나. 돈을 못 벌어서 받는게 아니다.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게 목적은 아니지만 적정한 이익을 내는게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 메르스 같은 일이 터졌을 때, 회사가 돈이 있어야 버틴다. 지역은 여름에 이익이 나고 그 돈으로 일년을 먹고 산다.

지금 만족도는?
아주 좋다.

또 다른 아이템을 준비 중인 것이 있나
머릿속엔 항상 많(웃음). 시대가 워낙 빨리 변해서 어제의 아이템이 오늘의 아이템이 안 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는 로컬 푸드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새롭게 엮는게 콘셉트다. 닐모리동동도 보면 천장이 오름 지형을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전체 공간을 만들 때부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융화해 내는게 목적이었고, 우유부단도 그 연속선상에서 만든거다. 새로운 식자재나 자연공간, 문화적 아이템이 있다면 연결해서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우리가 직접 그걸 시작하는거보다 파트너가 갖고 있는 자원과 문제점, 한계를 보고나서 최적의 기획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지역에 문제를 갖고 있는 파트너를 컨설팅하고, 협업해서 가는 사업 모델인가
그게 우리가 꿈꾸는 사업 모델 중 하나다. 영역은 숙박, 여행사, 교육 등 뭐든 될 수 있다.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음식업도 이렇게 바뀔수 있고 숙박도, 여행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때 조언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산업을 육성할 때 몇 가지 함정에 빠지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사업’과 ‘제조업’의 함정이다. 지금 다들 관심이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모바일에 가 있다. 수출 주도로 돈을 번 경험이 있어서, 제조 중심의 지원이 주로 이뤄진다. 제주 테크노파트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BT) 사업지원이 주로 내다 팔 수 있는 음료수 같은 공산품을 만드는데 몰린다. 카페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공산품이 아니니까. 그런데 여기서 만드는 제품 중에 많이 팔리는 게 있나. (우유부단의) 아이스크림은 일년에 몇만개씩 팔린다.

김 대표의 최근 관심사와 궁극적 목적이 궁금하다
이런 걸 많이 만들어 보는거?(웃음). 회사 이름 ‘섬이다’가 빛날 섬(閃), 다를 이(異), 많을 다(多)를 뜻한다. 수많은 빛나는 다름을 만들고 싶다. 기업의 가치가 분명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제까지 없던 설레는 제주를 만든다’가 모토다. 그걸 기준으로 역산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예를 들어서, ‘식당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를 역산해서 가는거다. 최근의 관심사는 숙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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