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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웹툰 사이트 밤OO, 왜 못잡는 걸까

조회수 2018. 4. 13. 15: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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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총깡총 도망다니는 불법 사이트를 잡아라!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 A가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와 불가리아에 위치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벨리즈에 위치한 B사는 사서함만 갖고 있는 유령회사였다. 레진코믹스는 이 유령회사에 ISP를 재판매한 동유럽 불가리아의 ISP C사, 그리고 C사에 ISP를 재판매한 또다른 불가리아 업체 D사를 찾아 해적사이트 A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C사와 D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진 레진은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E사(D사의 데이터센터)를 찾아 연락했으나, 그 역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배포한 보도자료의 한 부분이다. 추격전의 스케일이 추리소설을 방불케한다. 언급된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 A는 '밤OO'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밤OO의 모바일 페이지 뷰가 네이버웹툰을 앞질렀다. 밤OO 외에도 해적 사이트는 부지기수다. 레진 측이 지난해 관계 당국에 차단신고를 요청한 곳만 192개다. 레진 측 관계자는 "웹툰 신규회차가 업로드 되면 해적사이트들이 2시간만에 도둑질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밤OO로 대변되는 해적사이트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되어 왔다. 한국만화가협회, 웹툰작가협회 같은 단체에서는 국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나 레진엔터테인먼트 같은 플랫폼도 개별적으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사법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적 사이트에 대응할 기술력이 부족한데다, 이를 보완할 법적 대책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밤OO에 들어가지 마라"고 독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밤OO 접속 차단을 위한 심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했다. 방심위는 접속 차단을 의결했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통신사업자가 이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접속하지 못하도록 망을 차단해야 하는데, 보안이 강화된 'https' 프로토콜을 사용할 경우 이것이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불법정보팀 이승만 차장은 “서버와 클라이언트 패킷을 주고받을 때 https 프로토콜의 경우 보안 처리가 되어 있어 URL이 밤OO 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며 "현재 한국에서 갖고 있는 장비로는 차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단이 어려울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네가지다. 정부와 업계가 논의중이나 아직까지 모두 한계가 있다.

첫째, 사이트를 수색해 운영자를 잡는다. 문화관광체육부에 따르면 현재 경찰이 사이트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밤OO가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터라 압수수색이 어렵고, 이들의 주요 수익원인 성인 사이트 광고 거래도 대포 통장 등을 이용하고 있어 단서 잡기가 힘들다.

둘째,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정보를 인터넷 망 사업자가 들여다보고 불법 여부가 있는 사이트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웹툰 업체가 유료 만화에 디지털 저작물의 열람 권리를 제어하는 'DRM'을 거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웹툰 사이트에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해봐야 이익이 남지 않는데 업체에 일방적으로 DRM을 적용하라고 강압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DRM의 특성상 하드웨어 이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이용자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넷째, 국제 공조다. 해외서버를 이용했던 소라넷을 잡을 때 국제 공조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웹툰 업계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제 공조 수사를 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공조의 경우 살인, 납치 등 외국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각한 범죄에 한해 이뤄진다. 소라넷은 아동포르노라는 문제 때문에 국제 공조가 이뤄진 케이스다. 저작권 침해가 범죄지만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현재 관계 당국의 분위기다.

생각 가능한 해결책들이 모두 현실적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 당국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통신 사업자, 웹툰 업계 등 관련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전진덕 주무관은 "저작권 문제와 접속차단은 웹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도박 등 유해 사이트에 모두 해당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있는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왜 바로 시행이 안 되는지를 관련부처와 업계가 모여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주무관은 "밤00를 비롯한 불법 사이트의 차단을 위해 기술적인 부분과 기술 외적인 부분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처 간 회의를 했으니, 회의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밤OO만 차단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레진코믹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관계 당국에 차단신고를 요청한 해적사이트는 192개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중이며, 성인 광고로 먹고 산다. 다만 신고했다고 바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심의에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 그사이 해적 사이트는 새로운 외부 링크를 만들어 번식한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현행법상 관계당국에 해적사이트를 신고하면 사이트 차단을 위해 짧게는 한달,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심의가 진행된다"며 "그사이 해적사이트는 보란듯이 계속해서 웹툰을 불법복제하고, 수개월 뒤 심의가 끝나 사이트가 차단되면 새로운 외부링크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합법적 해커를 고용해서라도 해적사이트를 공격해주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만화계에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불법 복제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저작권 침해가 범죄라는 인식도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밤OO 같은 사이트가 성행을 하는 것도, 유료 콘텐츠를 불법으로 보려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웹툰작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불법 사이트 서버가 있는) 국가와 협약을 맺거나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정을 하거나, 또는 빠른 시일 내에 기술 개발을 하거나 등 정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독자들도 불법 게시물을 보는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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