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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배정표에 아파트명 기재한 초등교

부자동 작성일자2019.02.19. | 32,024 읽음

서울 초교, 신입생 정보보호 부실 논란

다음 달 자녀를 서울 마포구의 A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학부모 B 씨는 최근 이 학교 홈페이지를 보다 깜짝 놀랐다. 반 배정표에 적힌 수십 명의 신입생 이름 옆에 민감한 정보인 아파트 이름이 병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 빌라 등이 공동 학군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학생의 거주 정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끼리 편이 갈리고, 친구를 따돌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도 서로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A초교는 다음 달 입학하는 신입생의 반 배정표를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공지사항에 떠 있는 반 배정표를 보면 총 261명의 신입생 이름 중 가운데 글자를 동그라미로 처리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가운데 글자를 뺀 나머지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신입생 58명 이름 옆에는 괄호를 하고 아파트 이름을 써 놓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김진주’ ‘김선주’ 학생의 경우 모두 ‘김○주’로 표시하고 이름 옆에 ‘김○주(자이)’ ‘김○주(삼성)’으로 구별하는 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 학교는 학업성취도가 높고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이 잘돼 있어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A초교에 배정받는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30평대 기준)이 낮은 곳은 5억 원대에서 높은 곳은 13억 원 이상으로 8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학생 이름의 일부를 지웠더라도 아파트 이름을 함께 조합하면 ‘어디 사는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다. 더구나 A초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들어가면 누구든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반 배정표를 볼 수 있다.


A초교의 반 배정 공개 과정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학교가 경솔했다며 비판했다. A초교의 한 학부모는 “아파트 이름은 곧 학부모의 자산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 반이 30명인데 담임교사가 문자로 통보하는 게 낫지 않나. 배려가 없다”고 말했다.


반 배정표 등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학교에선 반 배정 결과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피하고, 입학식 당일 벽보 형식으로 공개한다. 일부 학교는 입학 전 담임으로 배정된 교사가 일일이 ‘자녀가 1학년 ○반에 배정되었습니다. 담임 김○○ 드림’ 식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거나, 엽서를 통해 개별 통보한다. 반 배정 결과를 미리 알고 싶은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름 대신 입학원서 접수번호를 넣어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학교도 있다.


비판이 일자 A초교는 문제의 반 배정표를 게시한 지 일주일이 지난 18일 아파트명 대신 학부모 이름의 일부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다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A초교 측은 “아파트 이름을 병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므로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신입생 반 배정 결과를 공지하는 데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행정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아동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단순 공지하는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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