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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규제 피한 뭉칫돈 몰리고… 지역내 ‘小강남’ 양극화 반짝

부자동 작성일자2019.02.11. | 304 읽음

부동산 한파에도 대전-대구-광주는 뜨겁다는데…

지난달 29일 찾은 대전 유성구 죽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난해 9·13대책 이후 전국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대전은 19주 연속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대전=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지난해 말부터 도안 신도시 분양 문의가 늘었습니다. 일주일에 20건 안팎의 매수 문의가 오는데 절반은 서울 등 외지에서 오는 전화예요.”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 죽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50대 남성과 공인중개사가 대전과 세종 지역의 지도를 펼쳐 놓은 채 투자를 논의 중이었다. 정연철 대전랜드공인 대표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대전 인근 지역이) 저평가돼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문의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의 아파트 값 평균이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이달 4일 현재 13주 연속 하락하는 가운데 대전과 광주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대구 지역도 올해 들어 하락세로 들어서긴 했지만 12월 말까지는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을 잡기 위해 나온 작년 9·13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고 있는데 이들 ‘대대광(대전 대구 광주)’ 지역의 집값이 예외를 보이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 부동산 가격 침체 속 ‘대전 미스터리’… 1년 만에 25% 오른 곳도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17일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이달 4일까지 19주 연속 올랐다. 지난해 9월 대비 지난달 대전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2.23% 올라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9·13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 상승폭(0.05%)이 둔화되고 전국 집값은 0.37%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작년 11월 첫째 주에 보합을 기록한 이후 2월 4일까지 13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것과도 정반대 양상이다.


대전 유성구 죽동의 대원칸타빌(전용 84m²)은 2018년 1월 4억5000만 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지난달엔 5억59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 만에 실거래 가격이 24.2% 오른 것이다. 인근 아파트들 역시 몇 년 동안 정체돼 있던 집값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20%가량 올랐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30년 된 낡은 아파트들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전용 134.9m²)의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6억 원에서 지난해 10월 10억1500만 원으로 4억 원가량 올랐다.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학원가, 행정타운, 문화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보단 거래가 줄었지만 호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기에 대전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대출 및 세제 규제가 강해지면서 이를 피한 뭉칫돈이 대전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한동안 공급이 부족해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3, 4년 전부터 집중 분양이 이뤄진 타 지역과 달리 대전은 입주물량이 적어 주택 수요가 누적돼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효과’가 희석된 것도 요인이다. 세종시 개발과 함께 주택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대전 주택시장은 한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다가 최근에 대전에서도 장대 첨단산업단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의 개발이 확정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전 유성구에서는 세종시까지 차로 20분 정도면 출퇴근이 가능해 세종시 공무원들이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대전에 집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 ‘소강남’ 위주로 올라

광주와 대구도 상대적으로 부동산 열기가 유지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9월 대비 지난달 광주의 평균 아파트 값은 1.49%, 대구는 1.30% 올랐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도 온도차가 명확하게 갈린다. 9·13대책 이후 광주에선 서구(2.38%) 남구(2.10%) 광산구(1.69%)는 많이 올랐지만 북구는 0.42%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구에서도 수성구는 같은 기간 3.46% 올랐지만 동구(0.32%) 북구(0.78%) 등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대전에선 서구(4.58%) 유성구(2.56%)와 달리 동구는 오히려 0.03%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똘똘한 집 한 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특정 지역으로만 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에 이어 지방에서도 지역 내 ‘소강남’으로 불리는 핵심 지역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네별로 자산 격차가 커지고 소외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학군 프리미엄이 있는 대구 수성구는 규제지역이면서도 집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성구의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구엔 ‘범사만삼’(학군이 좋아 인기인 동네 두 곳, 범어4동과 만촌3동을 이르는 은어)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특정 지역의 인기는 여전하다”며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해서 쉽게 손절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이 잇달아 나온 광주 남구 봉선동 역시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교육환경이 좋고 고소득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광주의 경우 한국전력 본사 이전으로 주택 수요가 유입된 것도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광주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남구 봉선동과 진월동 지역은 나주혁신도시가 입주하면서 인구가 더 많이 유입됐다”며 “차로 20, 3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해 자녀와 함께 내려온 공공기관 직원들은 나주보다 광주 남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전과 마찬가지로 광주, 대구 역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많은 편이다. 과거 몇 년 동안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각각 105.83 대 1, 194.82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 상승세 길진 않을 것… 지역별 ‘핀셋 정책’ 필요


아파트 가격 하락세 속에서도 대전 광주 대구의 ‘소강남’ 지역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상승세만 믿고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는 대전과 광주 전체로는 상승폭이 둔화됐고 대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고 공급 물량이 많은 만큼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 흐름이 올해 상반기(1∼6월)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부동산R&C연구소장도 “향후 금리 인상 같은 악재가 이들 지역만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가격 부담이 가중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세 상승, 대세 하락 등 전국이 같은 방향을 나타냈던 과거 부동산 시장과 달리 최근에는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어 부동산 정책이 세심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의 이분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지 않은 일부 지역에선 조정지역에서 풀어달라는 주장도 나오고,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의 ‘소강남’에 대한 규제가 따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울산 등 집값이 급락한 지역에선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의 고민도 엿보인다. 지난달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에도 맞춤형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공급 정책을 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도시재생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소외된 지역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조윤경 yunique@donga.com / 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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