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조원규 시집은 페이지를 다 접게 되더군요"

조회수 2016. 4. 21.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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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OST '내일'의 뮤지션 한희정의 문학책 읽기와 음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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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 씨가 추천한 동료 뮤지션 한희정 편입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 편 바로가기

차세정 씨가 지난 회에 추천한 분은 김은희 작가와 천계영 작가였으나 두 사람 다 사정상 여의치 않았습니다.

세 번째로 차 씨가 추천한 사람은 같이 음악 작업을 한 적이 있는 뮤지션 한희정 씨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의 첫 여성 출연자가 됐습니다. 문답은 이메일로 진행됐습니다.

알고 보니 시와 문학을 즐겨 읽고 작가들과도 교분이 있는 데다, 같이 음악 작업도 해온 '크로스-오버' 뮤지션이었습니다. 보내온 답글도 아주 섬세하더군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책과 독서야말로 다양한 예술문화의 수원(水源)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셔요. 한희정입니다 저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2001년 메이저 밴드의 보컬로 데뷔해 ‘푸른새벽’이라는 인디 밴드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혼자 작업하고 있습니다. 직접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녹음까지 합니다.

솔로로 두 장의 정규 앨범과 세 장의 EP를 발매했습니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는 뮤직비디오를 두 편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고 여러 공연 예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 책은 어떤 식으로 얼마나 사서 보시는 편인가요?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합니다. 종종 선물로 받기도 해요. 통계를 내본 적은 없지만 다독하는 편은 못됩니다. 작업할 때는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오더군요. 한창 읽을 때는 사흘에 한 권꼴로 읽기도 하고요.
-곡도 가사도 직접 쓰시는데, 음악 작업하시는 데 책이나 독서가 영향을 많이 주나요? 책을 읽다가 영감을 받아서 곡을 쓴 경우도 있나요?
보통은 유희나 휴식을 위해 책을 읽고, 간혹 작업에 도움이 되는 교양 서적을 읽습니다. 직접적인 영향보다 그 독서의 여운이 머리 속에 축적되는 식이에요.

10년 전 김연수 작가님의 ‘내겐 휴가가 필요해’라는 단편을 읽고 ‘휴가가 필요해’라는 곡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곡이 유일하네요.

*한희정의 2집 앨범 <날마다 타인>에 수록곡 '바다가'라는 곡은 허수경의 시집 <나의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에 수록된 '바다가'라는 시에 멜로디를 붙인 것이라는군요. 

-지금 읽고 계시거나 최근에 읽은 책 (국내외 신구간 장르 불문)을 소개해 주세요.
독립잡지 <더 멀리>, 조원규 시집 <밤의 바다를 건너>, 김숨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를 최근에 읽었습니다. 지금은 허연 시집 <오십 미터>를 읽기 시작했어요.
독립잡지 <더 멀리>

독립 잡지 '더 멀리'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라면요?
두 달 전쯤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강 작가님을 책방 ‘유어마인드’에서 만났습니다. 작가님이 그날 사셨던 책들 중에서 독립잡지 <더 멀리>를 제게 주셨어요.

장르나 등단 여부를 떠나 쓰기를 바라는 이들의 좋은 글들이 실려 있었는데, 조원규 시인의 글이 특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시집을 사서 읽었고요.
김숨 작가님이 책을 보내주신다기에 작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실린 소설집이 나왔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엄청난 분량의 장편소설이었습니다.

허연 시집은 소셜미디어에 가끔씩 보이는 시구가 좋아서 사두었어요. 이제야 읽기 시작했네요.
-한강 작가를 만났다는 책방 유어마인드은 어떤 책방인가요? 책방에도 자주 가시나요?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 있는 독립출판 전문 서점입니다. 그곳에는 두어 번 가보았어요. 요즘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겼다고 하는데 저는 많이 다녀보진 못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최근에는 맨부커상 최종심에도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지요. 원래 아시는 사인가요?
2011년 봄에 4대강 사업 저항 운동으로 <강은 오늘 불면이다>, <사진, 강을 기억하다>,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라는 제목의 산문이랑 사진, 시집이 발간된 적이 있어요.

그 책들 낭독회를 기획하신 최창근 선생님과 친분이 있어서 제게 공연을 부탁하셨는데 거기서 한강 작가님을 처음 뵈었어요. 그 후로 제 음반을 드리기도 하고, 작가님 책이 나오면 제게 주시기도 합니다. 재작년에는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북트레일러 음악을 제가 맡기도 했어요.
-최근에 읽었다는 책에 대한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더 멀리>는 작고 가벼운 잡지예요. 사고도 다양하고 문체도 제각각인 글들이 그 얇은 책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더 멀리, 함께 가고자 하는 글쓴이들의 마음이 느껴져 읽는 내내 따뜻했습니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호쾌하게 써 내려간 글도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 잡지 덕분에 사서 본 조원규 시집이 짧은 글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런저런 시를 읽다 보면 언어를 가지고 노는 모양이 재미있는 경우가 있고, 단어가 그려내는 그림이 아름다운 경우도 있고, 시인이라는 사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요.


조원규
시인
1963년생
시인의 자의식에 따라, 자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시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데, 조원규님의 시는 그 방식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계관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위의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 아름다웠어요.
김숨 작가님의 <바느질하는 여자>는 600쪽이 넘는 긴 소설입니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나 <노란 개를 버리러>에서, 짧게 끊어지고 반복되는 문장이 소설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새 장편은 사뭇 달랐습니다.

바느질하는 한 사람의 전 생애를 통해 이 시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끈질기고 긴 호흡으로 바라봅니다. 이전의 작품처럼 짧고 반복적이기보다는, 우리의 삶을 닮아 길고 끈질깁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바느질하는 여자처럼 한 자리에 앉아 한 땀 한 땀 글을 쓰는 김숨 작가님이 떠올랐습니다.
한희정 책꽂이의 시집들
-조원규 님의 시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한 편을 소개해주신다면?
시집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페이지 끝을 접어두는 습관이 있는데 조원규 시집은 거의 모든 페이지가 접히더군요. 시집이 두껍지도, 어렵지도 않으니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김숨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밑줄 그은 부분이나 인상적인 대목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바늘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바늘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이 되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은 빗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새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소라고 했다…… 바늘은 그렇게 어머니에게 바늘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이 되었다. 살아오는 동안 어머니가 필요한 모든 것을 바늘로 구한 것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바느질하는 여자인 어머니가 바늘로 필요한 것들을 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소설 말미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바느질하는 여자인 어머니가 평생 함께 해온 바늘을 잊어버리는 부분입니다.
-근황과 조만간 계획을 소개해주셔도 좋습니다.
다음 앨범을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는 중입니다. 음악 장비도 대거 업그레이드 했고요. 세 번째 정규 음반은 꽤 지난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규 이전에 싱글을 두어 곡 발표할까도 생각 중이에요. 5월 말에는 페스티벌 무대에 섭니다.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제 작업 외에 다른 작업도 몇 개 병행할 듯해요.
-그 다음으로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으로는 누구를 추천하시겠어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에서 노래하시고, 화가이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는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씨는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합니다. 한두 번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네요.

그리고 배우 강동원씨는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합니다. 출연한 영화들을 다 보진 못했지만 대중적인 이미지 너머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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