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일에 대해 다시 질문할 때

조회수 2017. 6. 7. 08:5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6월 첫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새 장편소설입니다.


러시아의 천재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쇼스타코비치의 일생을 토대로 기구한 예술가의 초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한때 천재 작곡가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의 굴곡진 삶을 제1차 세계대전부터 스탈린 사후까지 세 부분으로 나눠 조명합니다.


스탈린 정권의 눈밖에 나 음악을 금지당한 일부터 대숙청이라는 이름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친구와 동료들이 은밀히 사라져가던 암흑의 시대가 묘사됩니다.


극적인 일생을 살아간 거장의 내면으로 들어가 거대한 권력 앞에 선 힘없는 한 인간의 삶을 심도 깊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제 The noise of time. 2016년 5월 출간.

공포를 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그들은 공포가 먹힌다는 것을 알았고, 심지어 어떻게 먹히는지도 알았지만 공포가 어떤 느낌인지는 몰랐다. 흔히들 하는 말로, “늑대는 양의 공포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요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일 중심 사회의 기본 전제에 대해 물음을 던집니다.


저자 데이비드 프레인(David Frayne)은 영국의 사회학자입니다. 카디프대학교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글을 씁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주축은 임금 노동입니다.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삶의 보람을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 중심 세계는 갈수록 자율성과 자발성, 인류의 공동체적 욕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과거 식자들은 자본주의의 생산력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면 인간들은 자유 시간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산성이 극대화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 보냅니다.


저자는 일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인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고 한다고 말합니다. 


정시 출퇴근(nine-to-five) 고용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사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상과 대안적인 사고를 모색합니다.


일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얻는 즐거움을 소개하면서도 대신에 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도 빼놓지 않고 소개합니다.


지금도 일자리를 잃게 될까 혹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걱정인 사람으로서는 섣부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대안적인 사회의 큰 그림을 재설계하는 논의의 단초가 될 만한 책입니다.


원제 The Refusal of Work. 2015년 12월 출간.

나는 수준 낮은 일자리, 사회 불안정, 일상을 점점 파고드는 일의 지배력 같은 긴급한 의제가 산재한데도 주류 정치가 내놓는 미래상에서 일이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가 해체되지 않는 현실이 염려스러워 이 책을 썼다. 폭풍이 몰아치려는데도 일 교리는 여전히 요새에 안전하게 웅크리고 있다. 우리는 현재 일 중심 사회가 당연시하는 현실의 단면을 살펴보고,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에만 매달리던 기존 관습과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보다 공정하며 해방적인 방식으로 일과 자유시간을 나눌 방안을 서둘러 고안해야 한다.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한 책입니다.


저자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Barbara Bradley Hagerty)는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입니다. 공영라디오방송(NPR)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신문 기자로 일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중년의 위기를 맞아 갖게 된 질문을 가지고 답을 찾아 나선 결과물입니다.


중년의 위기는 실재하는가? 마흔 이후에도 우리 머리는 쌩쌩 돌아갈 수 있는가? 마흔 이후의 삶에서 친구나 부부 관계의 본질은 무엇이고,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며, 인생 후반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을 가지고 신경과학, 심리학, 생물학, 유전학, 사회학, 행동과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중년의 절망, 상실, 트라우마를 극복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습니다.


원제 Life Reimagined: The Science, Art, and Opportunity of Midlife. 2016년 3월 출간.

51살의 중년은 25살의 청년보다 기력이 달리지만, 이는 자신에 대한 지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이고, 무엇이 그에게 원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지 안다. 중년에 경력을 수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그들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있고 열정이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나가면 된다. 활동 분야나 업계 전반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들이 가진 자산은 그대로다.

책의 부제가 '세계의 다이어트를 위한 해법을 찾아서'입니다. 세계 10억 명이 굶주리고 20억 명이 영양실조 상태인데 반해, 생산되는 식량의 절반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순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합니다.


저자 발렌틴 투른(Valentin Thurn)과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Stefan Kreutzberger)는 독일의 언론인들입니다.


저자들은 현재 8가지 정도의 유용한 식물만 산업화해서 생산하는 농업의 단작이 많은 문제의 화근이라고 지적합니다. 육류의 대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사료의 생산을 늘린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농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살리는 농업생태학을 제시합니다. 그래야 환경적으로나 건강, 식량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안적 움직임으로 고층 빌딩에서 채소를 생산하는 일본 이나다 신지의 식물 공장, 동식물성 생산물을 인구밀집 지역 고층 건물에서 생산하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수직 농법, 식용 곤충, 인공 고기에 관한 현실과 전망 등을 소개합니다.


원제 Harte Kost. 2014년 11월 출간.

가장 큰 여지는 우리의 식습관 및 소비 습관에 있다. 우리는 이것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또 제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세계'는 더 이상 좋지 않기 때문이다. 즉 수확물의 절반 이상을 인간의 식량이 아닌 목적으로 이용한다면-접시가 아니라 탱크나 커다란 통에 담겨서- 자연 자원은 급속하게 고갈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적게 버리고, 육류를 적게 먹고, 자동차에 바이오 연료를 적게 채우기만 해도 오늘날의 수확물로 140억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현재 인구의 2배 가까운 사람들이 말이다. 따라서 더 많은 생산이 아니라, 더 적은 손실과 공정한 분배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입니다. <제3인류> 3부작 이후 4년 만의 신작입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잠의 세계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지만 그 이유나 정체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한 꿈속 모험 소설입니다.


멀게는 1980년대 저자가 과학 전문 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관한 르포에서 생각이 싹트기 시작해, 2014년 자신이 겪기 시작한 불면증을 계기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France 2 채널의 TV 프로그램 「뜻밖의 만남La Parenthese inattendue」에 출연해 어린 시절의 나라고 가정한 소년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젊은 자신에게 참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무엇보다 <도전하라고, 비록 도전했다 실패해도 그 경험이 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라고 조언하고 싶었다고 소개합니다.


원제 Le sixième sommeil. 2015년 9월 출간.


'철'이라는 단일 원소를 주인공으로 삼아 우주와 지구, 인류 역사를 써내려간 책입니다.


저자 김서형은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이자 조지형 빅히스토리 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국 질병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교 지구사연구소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빌 게이츠와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주관하는 빅히스토리 프로젝트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앞장서온 학자입니다.


빅히스토리는 인간만을 다루던 역사의 범위를 확장하여 빅뱅 이후 138억 년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인류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학문입니다.


기존 빅히스토리 책들이 시간순에 따른 상황 전개를 차례로 묘사했다면, 이 책은 비교적 우리와 친근한 ‘철(Fe)’이라는 원소와 그것으로 구성된 물질로 138억 년의 역사를 추적했습니다.


빅뱅에서 철이 탄생한 후 어떻게 지구에 도달했고 생명 탄생 및 진화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부터, 산업혁명과 철도, 탱크와 수류탄 그리고 우주 시대의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에 우주와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 빠지지 않는 ‘철’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빅히스토리는 우리에게 138억 년의 우주와 더 나아가 미래를 보여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퍼즐판’인 것입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퍼즐 조각들을 잘 찾고 잘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상상하면서 조각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빅히스토리라는 거대한 퍼즐판 위에서는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연구되어왔던 학문적 성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1942~2016)의 1주기를 맞아 번역돼 나온 책입니다. 알리 동시대 흑인 작가가 쓴 그의 평전입니다.


저자 월터 딘 마이어스(Walter Dean Myers, 1937-2014)는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입니다.


1942년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알리는 1960년대에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를 열광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한 것은 운동 외에 사회적 활동과 메시지 때문이기도합니다.


최고 전성기에 맬컴 엑스로 대표되는 진보적인 흑인 민권운동 세력과 교감하면서 노예 소유주의 이름을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로 거듭났고, 불의한 전쟁으로 기억되는 베트남전쟁 징병을 거부한 뒤 5년형을 선고받고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사실은 유명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창적인 복서로서의 알리, 흑인 민권 운동가이자 반전 운동가로서의 알리, 걸걸한 입과 쇼맨십으로 사랑과 경멸을 동시에 받았던 엔터테이너로서의 알리의 삶을 다면적으로 조명합니다.


삶의 주요 국면들과 주요 경기들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한편, 파킨슨병과의 투쟁으로 점철된 후반부 삶도 담담히 기록합니다.


원제 The Greatest: Muhammad Ali. 2001년 12월 출간.


고흐가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여부와 경위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이 책은 그 미스터리에 대한 해명과 그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 버나뎃 머피(Bernadette Murphy)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프랑스 남부에서 살다가 뒤늦게 고흐 연구에 뛰어든 작가입니다. 7년여에 걸친 방대한 조사와 연구의 결과물이자 처음 쓴 책이 이 작품입니다.


고흐의 ‘귀’에 관한 의문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반 고흐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면서, 2016년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 세상에 공식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고흐의 귀에 곤한 온갖 설들을 해명하기 위해 관련국의 기록물 보관소를 뒤지는 한편, 1만5천 명에 이르는 당시 주민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생존 후손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각종 공문서의 서명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19세기 말의 손글씨까지 공부했다고 합니다.


‘귀’ 하나에서 시작한 의문이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진 과정과 함께, 광기의 안개 너머로 천재적인 화가의 진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번 발견의 결정적인 증거 자료와 함께 글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도판 및 반 고흐의 그림이 함께 실렸습니다.


원제 Van Gogh's Ear. 2016년 7월 출간.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은 하나의 막연한 의문, 125년 전 프로방스 후미진 곳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결정적으로 정의하게 되었는가,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이야기 전체를 밝히기 위해 수천 시간을 쓰게 될 줄은, 혹은 그 과정에서 잘못된 실마리들을 따라가고 실망을 하고 또 황홀감을 맛보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귀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 신세대 작가가 쇼팽의 삶을 그린 책입니다.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 1975년생)는 1998년 교토대학 법학부 재학 중에 『일식』이라는 작품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입니다.


스스로 쇼팽의 열렬한 팬이라는 저자가 직접 답사한 방대한 창작노트를 바탕으로 쇼팽의 삶과 주변 인물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모아 썼습니다.


쇼팽의 고향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파리, 런던까지 39년 생애를 되짚어가는 가운데, 유난히 사이가 돈독했던 아버지와 피아노를 가르친 어머니, 정신적 지지자였던 누나와 여동생들을 비롯해 사교계를 떠들썩하게 한 연인 조르주 상드 등 그의 삶과 창작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장소를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원제 葬送. 2005년 7월 출간.


작가 김원우의 새 장편소설입니다. 소설 쓰기 지침을 제시한 <작가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이고, 소설로는 <부부의 초상> 이후 4년 만입니다.


구한말 극적인 삶을 산 민영익(閔泳翊, 1860~1914)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회상록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운미는 민영익의 호입니다.


고종 때의 문신이었던 민영익은 15세에 민비의 친정집의 양자로 입양되었고, 그후 민비와 고종의 후광을 입어 출세 가도를 달렸습니다. 1880년대 개화정책 추진에 나서 미국에 보빙사로 파견됐다가 급진개화파와의 갈등을 겪고 스물일곱 살이던 1886년 상해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홍삼 판매 대금으로 일약 거부가 되었고,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부터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무렵까지 말년에는 상해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지냈습니다.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작가 특유의 사관과 주인공을 형상화하는 글솜씨가 민영익이란 인물을 재탄생시켰다고 출판사는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기왕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여러 제도의 허물을 돌아보게 합니다.


사라져가는 우리말과 방언들을 풍부하게 되살려낸 작가 특유의 만연체 문장도 별미입니다.

운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남들의 오해와 비방을 사든 말든 ‘난해’한 오리무중의 위인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조촐한 난죽화만 수백 점 남겼을까, 다른 어떤 유물도, 자기 ‘흔적’도 철저히 감춰버린 것이었다. (…)

운미는 그런 소란까지 예단하고 그 거금을 감쪽같이 ‘증발’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그 거금을 어디다 숨겨놓았을까. 그 보물을 찾아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다소나마 이바지가 되겠지만, 자신의 생애 전체를 지우기로 작정한 그이의 비상한 ‘속내’를 묻어두는 것도 도리일 듯싶다.

작가 이정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입니다.


직접 겪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정보기관 공작원과 권력의 타깃이 된 연극 연출가 간의 대립을 그린 작품입니다. 생존을 위해 악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주변인들이 겪는 고뇌, 갈등 그리고 최후의 선택을 이야기합니다.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모티프로 운동권의 실세로 지목된 미지의 인물과 그를 쫓는 공작원, 젊은 연극 연출가와 그의 연인 그리고 모든 공작의 배후에 서 있는 관리자 등 다섯 명의 시점으로 격동의 시대를 돌아봅니다.


국가권력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정의’와 ‘선’이 도구적 가치로 활용되며 굴절되는지, 시스템이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악으로 포섭하고 불의의 하수인으로 부렸는지 그리는 한편, 이러한 시스템에 대항할 때 의도치 않게 발현되는 악에 대해서도 주목합니다.

30년 동안 이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 질문은 우리를 괴롭히고 부끄럽게 한다. 자학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지난 9년 동안의 과거 회귀로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해졌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어쩌면 그 비슷한 것조차 될 수 없을지 모른다. 다만 나는 이 이야기가 그 질문의 수많은 다른 버전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말

[북클럽 오리진] 컨텐츠 카톡으로 받아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